차대기를 찾습니다 사계절 아동문고 102
이금이 지음, 김정은 그림 / 사계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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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한 생각들을 보통사람들은 그냥 넘기지만 작가들은 그것을 확장시켜 작품으로 만든다.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생각은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해 본다면"이다. 나도 그래본 적이 있을까? 무슨 이유로?^^

작가님은 인터넷에서 이런 초등학교 숙제를 발견하셨다고 한다.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과 가상 인터뷰하기' 난 이런 숙제 처음 보는데.^^;;; 아마도 필수보단 선택과제 아니었을까? 당장 나만해도 살면서 내 이름 가진 사람을 보질 못했거든.ㅎㅎ 하긴 우리반 아이들 이름 중엔 축구선수도 있고 가수도 있고 배우도 있긴 하다. 어쨌든 작가님은 이 발견을 계기로 '차대기'란 이름을 떠올리셨는데, 그 이름을 검색창에 쳤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아시게 됐다. 이리하여 이야기는 점점 살이 붙고 틀이 잡혀 갔다.

이 책에 그 숙제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이름을 검색하는 게 유행이 된 학급의 이야기가 나온다. 검색을 통해 나온 인물에 자신 혹은 친구를 동일시 시키며 노는 것이다. 주인공 차대기를 검색하면 인물은 안 나오고 '자루나 포대의 전라도 사투리'라는 뜻만 나온다. 차대기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숨죽이며 지낸다. '똥자루'라는 옛 별명이 부활할까봐 두려워서다. 몰래 좋아하는 짝꿍 윤서가 있기에 더더욱.

이름, 검색, 별명 등의 소재를 지나 이야기는 길고양이 밥을 주며 친해지는 대기와 윤서의 관계로 나아간다. 윤서는 버려진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고, 대기가 이 일에 동참하면서 둘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몰래 좋아하던 대기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을것. 외모나 능력 인성 뭐하나 빠지지 않는 윤서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대기 또한 스스로에게 있는 많은 구멍을 인식하고 있는 아이. 그러나 둘이 함께 하며 벌이는 일들은 꽤 흐뭇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그러면서 똥자루 차대기는 별명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을 키워간다.

그 이야기들 안에 반려동물, SNS, 유튜버 등 요즘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다양한 소재가 나온다. 마지막장에서 해가 바뀌었다. 대기는 6학년이 되었고 윤서와는 다른반이 되었고 윤서와의 관계는 진전없이 멀어졌다. 그리고 코로나! 개학이 한없이 미뤄지던 작년 초반의 일들이 배경으로 나온다. 대기가 마스크를 쓰고, 윤서와 만나던 공원으로 뛰어가는 봄날의 장면이 마지막이다. 이제 차대기를 검색하면 뜨는 인물이 있다. 바로 대기 본인이다. 그렇지. 자기 이름의 가치는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주인공들과 같은 학년인 5학년에 가장 적합하겠다. 마지막장엔 6학년이 되어 있으니 6학년도 괜찮을 것 같다. 일상의 사소한 생각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공감할 만한 많은 소재들을 품으며 잔잔하게 전개되다 흐뭇하게, 약간 설레게 끝난다. 가장 흐뭇한 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대기의 내면적 성장이다. 보이지 않아도 가장 어렵고 극적인 것. 그 과정이 재미나게 읽을만한 책으로 담긴 미더운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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