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 이사 가요! 꿈터 어린이 33
이규희 지음, 한수진 그림 / 꿈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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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의 이야기, 또 집에 대한 이야기다. 집에 얽힌 사연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주 공감할 것 같다. 나도 그런 편이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야기 전개상 위기는 있지만 그건 상황 때문이지 인물 때문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모두 착하다.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잘살면 잘사는대로 다 착하다. 그리고 주인공 은영 은비 자매와 부모님도. 어쩜 그리 말을 해도 이쁘게 하는지. 하나같이 배려인 긍정인들이다. 친구들까지도. 난 현실성 없는 설정을 보면 거슬리기 때문에 이런 설정에 불만을 품어야 마땅하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다행스럽고 행복한 마음? 현실은 이렇지 않은걸 알면서도 그냥 좋았다.

건설기술자인 아빠와 분식집에서 일하는 엄마는 빈손으로 시작한 사람들이기에 지금껏 셋방살이를 전전한다. 아파트는 당연 꿈도 못꾸고. 단독주택 반지하, 기와집 문간방, 덥고 춥고 좁은 옥탑방을 거쳐 지금의 진달래빌라 101호로 이사왔다. 지금껏 살던 집들보다는 넓고 좋은 듯했다. 그런데....

집이 산밑이고 지은지 40년. 벌레가 많다. 아무리 틈을 막고 약을 놓아도 소용없다. 으윽... 내 기준에선 정말 최악이다. 절대 못살아~~~ 하지만 은영이네 가족은 그런대로 견뎌나간다. 그뿐만 아니라 여름 홍수때는 침수까지.... 묵묵히 수습하는 엄마 아빠는 요즘 사람 같지가 않다. 생각해보면 나도 과거에는 무슨 일이 닥치든 그러려니 했던 것 같은데 갈수록 그게 안된다. 은영이네는 어려움을 함께 견디면서 미래의 집에 대한 꿈도 함께 꾼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 올라가는 집값을 보면 이런 꿈도 부질없고 짜증날 것 같다. 나는 10여년 전 집주인이 전세를 올려 부르는 바람에 갑자기 대출받아 집을 샀는데, 당시 원망했던 집주인을 찬양해야할 지경이 되었다. 그때 구입했던 집값은 지금 전세값에도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전세값 대출은 더 힘들고 막막한데 계속 올라가는 그걸 갚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아득하다. 그러니 은영이네가 꾸는 꿈을 보는 기분이....ㅠㅠ

은영이네 반 친구들의 집 이야기도 나온다. 은영이가 부러워하는 아파트에 사는 다솜이, 아빠 사업이 망해서 할아버지랑 단칸방에서 지내는 건후 등... 위에서 말했듯 착하게 설정된 인물들 때문에 어떤 집이든 장점도 단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다가 은영이네의 꿈이 이루어져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곳은 물론... 서울같은 대도시는 아니었고, 아파트도 아니고 아빠가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집이었다. 아빠가 기술자니까 가능했다. 예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기술자가 최고야~~~ 몸쓰는 일이 진짜 일이다. 완전 젬병인 난 자립이 안되는 사람. 자라나는 세대들이 이런 직업을 많이 선택하면 좋겠다.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좁은 집에서 바닥에 상펴고 밥을 먹어도, 대화와 웃음이 있는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하려면 지나친 양극화와 사다리차기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재미나고 은영이네 가족이 사랑스러워서 좋았지만 사회가 개선되어야 이런 모습을 더 흔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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