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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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 보면 그 책의 구입자 분포가 성별, 연령별로 나오는데, 내가 보는 책들(주로 어린이책, 교육서적)의 분포는 대부분 4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의 분포는 20대 남자가 가장 많았다. ? 20대 남자가 많은 책도 있구나.ㅎㅎㅎ 신기해서 검색해보니 이 작가의 책 대부분이 그렇다. , 젊은 취향이구나.

 

집에 책이 있는데도 왠지 안읽고 싶어서 한참을 묵혔던 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은 후 이 작가의 책을 두 권 더 읽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와 이 책이다. 둘다 괜찮았다. 작가의 섬세한 필체 때문인지, 이름의 느낌 때문인지 여성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남자라고 한다. 오잉, 그렇군.

 

20대 남자가 주 독자층인 이유로 짐작되는 것 중 하나. 주인공의 연령대가 그렇다. 췌장..에선 그보다 더 어렸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대학생, 마지막엔 사회 초년생이다. 이런 책이 나에게 무슨 시사점을 주려나? 하지만 내 아들이 대학생이니 아들 또래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느낌으로 읽어볼까?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젊은이들아~ 세상이 이렇단다 하고 가르쳐줄 만한 것이 나에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메시지를 나는 언제쯤 이해하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아마 최근이 아닐까? 아니, 과연 이해는 한 걸까?

 

조금의 거리를 두고 민폐나 끼치지 말자 주의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주인공 다바타 가에데는 나와 약간 비슷한 성향이다. 공교롭게 그의 첫 대학 친구가 되는 사람은 정반대 성향의 여학생 아키요시. 이 여학생은 초딩수준의 당위를 가지고 대학수업에서 시간마다 손들고 질문하여 다른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소위 관종이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이상을 가지고 있다. 아키요시는 학생식당에서 스스럼없이 가에데에게 말을 걸었고 딱히 친구가 없던 그들은 주로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러다 아키요시의 제안으로 모아이라는 동아리를 만든다. 두사람이 설립자이고 어쩌다보니 한 사람을 더 영입하게 되었고 그 다음은....

 

중간 과정이 생략된 채 지금 시점은 대학 4학년.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가에데도 대량 도전 끝에 겨우 한 회사에 취업이 확정됐다. 이제 남은 대학생활을 좀 여유있게 마무리하려 하는데....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자 가에데의 눈에 그 풋내기 시절, 아키요시와 만들었던 동아리 모아이가 의식되기 시작했다. 꿈같은 이상을 표방하며 만들었던 동아리는 하나 둘 멤버가 영입되기 시작하며 예상과는 다르게 번창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 가에데는 이미 탈퇴한 지 한참 되었다. 설립자이지만 일찌감치 손을 턴 셈이다. 이제 모아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크고 유명한 조직이 되어버렸고, 그 옛날의 이상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아있는 것은 취업을 위한 정보와 사교 모임. 현실적 필요를 채워주는 거대 조직이다.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소문도 들린다. 가에데는 새삼스러운 사명감(?)에 불탄다. 그 조직을 단죄(?)하겠다는....

 

이 작가는 추리작가는 아니지만 요령껏 복선을 살짝씩만 보여주며 독자들을 궁금하게 한다. 지금의 시점에서 아키요시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고 가에데는 말했다. 아 죽었나보구나 왜 죽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결말에 다다르자 아 이렇게 상처받았구나 그래서 자살했나...? 까지 이르는데.... 내가 예상한 건 너무 흔한 결말이었고 절대로 그렇게 끝나지는 않았다. 극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훨씬 더 좋은 결말이었다.

 

가에데가 본 모아이의 변질, 그래 변질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단죄하겠다고 덤비는 가에데의 가소로움은 또 어떠한가?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모아이는 도처에 있다. 일본의 대학생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나의 세대 중년들에게도 있다. 그 모아이를 어쩌면 좋은가? 자신의 밑바닥을 나중에서야 깨달은 가에데는 결국 참으로 가당치 않은 짓을 한 셈이지만, 그렇다고 에이 내 주제에 뭘, 세상이 다 그런거지." 라는 태도는 옳을까? 아들뻘들이 즐겨 읽는다는 이 소설을 읽고 나는 우리 중년들의 모습을 생각한다.

 

분노가 격해지다보면 오로지 상대방을 상처입히겠다는 목적으로만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 ”그래 좋아. 너의 목적은 이루었어. 상대방은 상처받았어. 그런데 너는? 너는 얻은 것이 무엇이지?“ 읽던 중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고.... 순수한 이상과 현실의 괜찮은 타협은 어떤 걸까 이런 생각도 좀 하게 되고.... 복잡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꽤 이런저런 생각은 하게 되었다. 좀 늦은 감이 있어도 자신의 꼬라지를 발견하는 가에데는 그래도 꽤 준수한 사람이다.

 

이 작가의 최신작이 알라딘 대문에서 자주 보인다. 노란색 표지의 단편이고 꽤 경쾌한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인 것 같다. 이 책은 안 읽을래. 배아플 것 같아..... 이제 나는 늙은이들이 나오는 책을 읽으러 가보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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