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는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경제 교육 동화 한경 아이들 시리즈
옥효진 지음, 김미연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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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나는 진짜 헛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지금까지 쉬지 않고 거의 30년간 돈을 벌었는데, 일은 열심히 했지만 돈은 그냥 주시니까 받습니다~” 였고 통장에 들어오면 들어왔나보다 나가면 나갔나보다 하면서 살았다. 물론 기본적인 보험 같은 건 들었고 1년에 한번쯤 은행에 가서 적금 한두개 들고 만기되면 찾고 중요한 일 생기면 쓰고 그랬지만.... 그래도 경제에 대해서는 이 책의 아이들만큼도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은 학급 화폐활동을 교실에서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 학급의 1년살이 이야기다. 이런 학급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부터 들어서 궁금하긴 했다. 직접 읽어보니 이건 정말 보통이 아닌데? 이건 저자 선생님처럼 관심도 있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운영에 통달하신 분 아니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나는 죽었다 깨나도 불가능하다.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재미를 느끼며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천차만별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단원의 수업을 위해서 일정기간 게임처럼 해보는 정도라면 도전해 볼 수도 있는데, 학급 시스템을 이렇게 돌린다는 것은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내가 싫어서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은 첫문단에서도 말했듯 나의 성향이 극단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포인트 같은 것도 잘 못 챙길 정도로 금전적인 일에 신경쓰는 게 서툴다. 내가 사용하는 경제 전략은 소비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ㅎㅎ 사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기보다는 돈버는 것만도 힘들어서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를 않는다. 돈을 잘 안쓰니 크게 망할 일은 없다. 그게 지금까지 내가 30년 벌어 자식들 무사히 공부시킨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하지만 경제교육, 금융교육을 받은 시민이라면 나와는 다르게 산다. 이 학급의 학생들만 해도 그렇다. 이 학급에서는 직업을 갖고 월급을 받으며 그 월급에 따라 세금도 내고 남은 월급으로 소비도 하고 저축도 한다. 저축을 할 때는 금리도 잘 따져서 저축상품을 고른다. 창업을 해서 장사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직종을 만들어 심의를 받아 통과하면 그 일을 하며 수고비를 받아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투자도 한다. 요즘에는 학생들도 주식을 한다더니, 그와 유사한 것을 하면서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배우고 전재산을 투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거나 등등의 투자 요령도 배운다.

 

감탄했던 것은 이 모든 활동의 운영을 교사 혼자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학급의 직업 중에는 은행원, 투자회사 직원 등도 있었고 이들이 학급 아이들의 저축이나 투자 상품을 관리하고 이자까지 계산해서 챙겨준다. 이런 역할을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고 책임감있다니 참 대단하다. 물론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전체를 총괄하시는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컸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1년을 배운 아이들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유용한 굉장히 큰 경험을 한 셈이다. 그것도 피부로 체험하면서 말이다. “애들이 일찍부터 돈, 돈 해서 좋을 일이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굴리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돈인 것은 부인할 수가 없는 바, 아이들이 얄팍한 장삿속에 눈뜨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경제원리를 몸소 체험한 것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감사한 경험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흉내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경제 시스템을 과감히 학급운영에 도입하신 저자의 안목과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역시 젊은 분들은 달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부가 심하게 편중되지 않고, 건전하게 열심히 일하고 일정 이상의 삶의 수준을 유지하며 너무 치열하지 않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큰 욕심인가? 그래야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살아갈 것 아니야! 이런 경제교육도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 일조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이 따라하기엔 내 성향과 역량과 많이 부족해 어렵겠지만, 나도 지금까지보다는 좀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가 운영하기는 힘들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수는 있겠다. 새로운 눈을 조금 뜨게 해준 책이었.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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