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의 생존법 바일라 13
한수언 지음 / 서유재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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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는 책을 읽었는데 그게 청소년소설이라니 아쉽다......^^;;;;; 나만 읽기는 아까운데 난 초등교사라.... 이런 이유로 청소년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는데 요즘은 막 끌리는 청소년소설이 많다. 좋은 일이다. 내 제자는 아니라도 청소년들이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충격적이고 마음 아픈 책도 약이 되긴 한다. 그래도 결국 내 취향은 이런 책인가보다. 심장 쫄리는거 싫어해서.... 갈등과 아픔이 있지만 파국으로까지 치닫진 않고, 그 안에서 가능성과 따뜻함을 보여주는 이런 책이 난 좋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아 안돼~~~" 하다가 결국 다행스럽게 이야기가 돌아가면 휴~ 그렇지~ 하면서 만족스러워 하는 나. 이런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7편의 단편집이다.

어떤 작품은 찐현실이고 어떤 작품은 SF나 판타지가 결합되어 있다. 뒷표지의 '생활밀착형 판타지'라는 소개는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첫작품 <도와줘, 공세리>에는 교통사고 후 전신 사이보그가 된 공세리가 나오고, <피바람 몰아치고>에는 불멸의 뱀파이어가 되어 52년째 18세 소녀로 살고있는 오하라가 나온다.

<이세계의 펜칼은 현재진행형>은 웹소설과 현실을 오고간다. 웹소설은 내가 모르는 세계인지, 꽤나 낯설었다. 하지만 몇년째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한치열이 투병의 시간을 견디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창작의 기쁨이었던 바, 그의 의미에 나도 긍정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솔직히, 정독은 하지 못했고 대충 넘기면서 봤지만 그래도 한치열에게 공감했으니 독자의 예의는 지키지 않았나 한다.ㅎㅎ

마지막편 <레테의 파수꾼>은 배경상으론 스케일이 가장 큰 작품이다. 슐라비라는 행성이 배경인데 거주를 위해 다른 행성을 개척한 지구인들의 미래를 상상한 작품인듯? 이야기를 좀 더 키워서 장편 SF로 쓰시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상상하나 저렇게 상상하나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고,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탐욕은 사회에 그늘을 만든다. 여기에서 자유와 의미있는 삶을 찾으려고 길을 떠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좀더 심도있게 확장해도 좋을 것 같다. 짧지만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상은 판타지가 가미된 4편의 작품이었고, 7편 중 마음이 더 가는 작품을 굳이 꼽으라 한다면 그 외 세 작품이다. 표제작인 <고사리의 생존법>은 핵인싸인 오빠와 아싸인 여동생의 현실남매 이야기가 웃음과 함께 찐한 감동도 준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아싸인 가영이만 눈물겨운 건 아니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춤과 노래와 환호를 받으며 사는 가람이도 웃음 이면에 깨물고 있는 울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둘이가 남매여서 참 다행이다.

<교집합의 바다>는 파국으로 끝날까봐 가장 맘졸이며 읽었던 작품이다. 연수와 소민이의 우정은 소민이의 비극적인 상황과 파고들지 못하고 겉도는 연수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거기에서 끝나나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보였고, 그 힘으로 일어서려 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자해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충격적인 일을 당하고 자신을 용서할 수 없던 소민이가 끊을 수 없었던 일도 바로 자해였다. 혼자있는 아이들이 없게, 부모가 아닌 이들도 함께 살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부모라는 1차 벽이 무너져도 사회라는 2차 벽이 막아줄 수 있다면... 그리고 연수, 차별하고 상처주던 엄마에게 퍼붓고 나와 소민과 떠나는 여행... 그 길에 엄마한테 온 화해의 제스처에 독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토끼 가족> 아빠, 엄마, 아들 모두 토끼는 게 특기라서 토끼가족?ㅎㅎ 아픈 상황 아픈 이야기지만 가족은 단단해져가는 중이라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야기 첫머리에 아들은 실연을 당하는데, 그게 아무 일도 아니게 느껴질 상황들을 계속 맞이한다. 사람이 온실 속에서만 살면 안되는 이유가 그래서인가?^^ 그리고 결말에서 아들은 "앞만 보고 나가는 거북이는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혼자 해본다. 그건 "토끼가 졌다고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정말 소중한 걸 잃었다 찾게되면 남들이 안달복달하는 거에 초연해지게 된다. 경주 그까짓게 뭐냔 말이다. 남이 나보다 좀 잘나면 어떻고 앞서가면 좀 어때. 오늘의 내 걸음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작가들의 이력이 갈수록 다양해진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작가분 또한 패션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를 거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옷으로, 그림으로 하던 표현을 이제는 글로... 나도 무엇이든 한가지 표현의 도구를 갖고 싶지만 주어지지 않는데, 왜 어떤 분들은 그 도구를 몇개씩 한꺼번에 갖고 있는 거냐구! 음 하지만 감상을 하는 특권은 또 독자에게만 있는 거니까.... 재미있게 읽고 되도않는 말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유가 우리에겐 있다! 음 그리하여 재미있게 잘 읽고 위와같이 아무말 대잔치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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