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두 체험 스콜라 어린이문고 35
정연철 지음, 조승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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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학교가기 싫어."
"그래도 가야지 어떡하니.
니가 선생인데."
이런 유머가 한참 돌더니만, 딱 그 유머가 떠오르는 동화가 나왔다.^^

너무나도 흔한 '체인지' 화소를 사용했지만 느낌은 전혀 흔하지 않다. 색다른 인물설정 때문일까.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자주 웃기고 가끔 찡하기도 한다.

체인지된 인물을 볼작시면, 한명은 4학년 박찬두. 제목 속의 그 아이고 또 한명은 찬두의 담임 김웅(별명 웅달샘) 선생님이다. 제목을 해석하자면 웅달샘이 제자인 박찬두가 되어 그의 삶을 체험해보는 이야기다. 왜 제목이 선생님 체험이 아니고 박찬두 체험일까? 바뀐 건 둘다 마찬가진데. 내 생각은 이렇다. 인생의 쓴맛은 나이가 많다고 많이 본 것은 아니다. 나이 들어도 온실 속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있고, 어려도 쓴맛 신맛 매운맛 떫은맛 다 본 아이도 있다. 찬두가 여기에 해당된다.

거기에 비해 웅달샘은 아직도 엄마 치마폭에 있다. 공부만 잘했지 자기주도성이라곤 없는 그는 부모님이 좋은 직업이라고 등떠밀어서 교사가 됐다. 하지만 적응이 안되고 힘들어 하루하루가 미칠 노릇이다. 딱 저 위의 유머가 생각나는 상황이다. 이 장면은 정말 웃겼다. 반 아이가 대변실수를 했는데 아이 엄마가 아닌 자기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
"엄마, 지금 학교 좀 와 줘. 빨리!"
"무슨 일인데?"
"애가 똥을 쌌어."
"아빠랑 시골에 와 있어. 지금 못 가."
"아 몰라 몰라. 그럼 나더러 어떡하라고?"

이런 그는 학급의 지각생 찬두를 이해하지 못하고 꾸중하지만, 몰래 좋아하는 옆반 미미샘이 특별 부탁한 제자라 함부로 미워하지도 못하는데.... 그러던 중 바로 그 '체인지'가 일어난다. 처음 체인지가 일어나는 장면, 그리고 다시 되돌리는 장면은 아주 만화스럽다. 조승연 그림작가의 그림이 아주 잘 어울리는 장면.

바뀐 그들은 당연히 서로의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어른인 웅달샘이 체험 삶의 현장으로 가야 했고 찬두는 난생 처음 넓고 쾌적한 집, 온갖 투정 다 받아주고 오냐오냐 갖다바치는 부모님, 편안한 침대와 좋은 물건들을 접하게 된다. 웃기면서도 찡한 장면들은 여기서 나온다.

교사이신 작가가 같은 직업인의 캐릭터를 너무 허접하게 잡으신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이 부류에 속한다. 체인지는 쉽게 할 수 있는 상상이지만 난 제자들을 보며 쟤랑 팔자 바뀌었으면 하고 부러워해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반대가 더 많았지.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기막히다고, 정말 깊은 수렁 속에 빠져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내가 몰랐던 상황도 많았을 것이다.

역지사지라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봐야 이해하는 게 인간의 어리석음인 바, 이제 제자를 이해하게 된 웅달샘은 교사로서 성큼 성장하게 됐을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의 무게가 교사 쪽에 있다니 이 동화는 어른용인가? 아 물론 어른이 봐도 좋지만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좋다. 올해 온작품읽기로 아이들과 교실에서, 줌에서 책을 함께 읽고 있는데 재밌는 대화 장면을 함께 읽을 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이 책을 읽는다고 상상해보면 아이들이 깔깔 웃을 것 같다. 왠지모를 으쓱함도?

나도 거의 평생이 걸려서야 중간은 가는 교사가 됐다. (되긴 했나....?) 마마보이 철없는 교사 웅달샘! 선생님은 저보다 훨씬 빨리 되실 겁니다. 애들은 정말 속터져요. 하지만 '어떤 사정'을 이해하고 나면 지도의 길이 더 잘 보이죠. 이해한다고 내 심간이 편해지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 힘들어지죠. 하지만 가야하는 그 길을 위해 오늘도 한걸음을 걸어요. 에이고오~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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