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빌라 별별 스타 마루비 어린이 문학 4
김혜온 지음, 김도아 그림 / 마루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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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존재들이 서로 기대고 연대하는 세상을 꿈꾸며 소중함을 일깨우는 김혜온 작가가 같은 결의 새로운 작품을 펴냈다. 특수교사로서 장애 어린이들과 가족들의 삶을 대변하던 작가의 이번 작품에는 진주빌라에 사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나온다. 그중에는 인지능력이 좀 지체된 희나도 있고, 식당을 운영하며 밤낮으로 바쁜 부모님 때문에 늘 외토리로 지내는 은별이, 혼자 사는 아픈 할머니, 쫒겨서 반지하방에 이사온 리아 등이 있다.

세 편의 작품 중 앞의 두 편은 독립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마지막 세번째 편에선 이들의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 나온 낱말을 빌자면 '인연'이라 할 수 있겠다. 진주빌라라는 공통된 공간에서 서로의 인연으로 서로의 삶에 가 닿게된 주인공들의 아프고 힘들며 또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다.

각 편의 제목이 모두 '별'로 되어있는 점이 상징적이고도 감각적이어서 좋았다. 떠돌이별, 춤추는 별, 모퉁이별. 떠돌이별은 쫓겨 이사온 리아. 리아와 친구가 된 은별이의 이야기다. 망해서 가난해진 아이의 이야기가 동화에서 어린이 독자들의 공감과 관심을 받을 소재가 될까 싶지만 이 책의 느낌은 서늘한 현실 외에 뭔가가 좀 더 있다. 개인적으로 서늘한 현실만으로 끝나는 동화들 앞에서 어질어질했던 경험이 많다. 이걸 동화라 불러도 될까? 반대로 너무 '착한' 이야기도 힘이 없다. 이 책은 그 중간에서 적절한 지점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춤추는 별'에서는 제목 그대로 춤추는 주인공이 나온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다. 예전에 무엇을 하셨는지 짐작할 수 있는 할머니의 고운 춤선. 그러나 그걸 보는 사람은 지적능력이 지체되어 글자도 모르고 아무리 해도 학습이 안돼 외토리가 되어버린 희나 뿐이다. 할머니는 사진액자 속의 어린아이 그러니까 딸을 기다리고, 글을 모르는 희나가 읽어준 딸의 편지... 그 대목이 내겐 가장 감동적이었다. 내가 엄마이고 이제 늙어가기 때문일까. 독자들마다 감동포인트가 제각각 다 있을 것이다.

마지막 '모퉁이별'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 모퉁이별은 길냥이었다. 바흐, 까미, 나비, 마리. 이름도 여러 개인 길냥이. 그건 여러 사람들이 그 아이를 살펴줬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쩜, 이 고양이는 이 책의 모든 주인공들의 중심에 있었다. 인연의 중심이라고 할까.

바흐라고 불러준 사람은 떠돌이별 리아. 고양이는 그 이름을 뜨악하게 여겼던 것 같지만 독자들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난 그 마음에 먹먹했다. 나비라는 흔한 이름으로 불렀던 사람은 춤추는 별 할머니고, 까미라는 이름을 붙여줬던 아이는 박철. 철이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했지만 바로 그점 때문에 고양이는 엄마한테 버림받았지.... 그래도 끝까지 철이는 고양이를 지켜주려 한다. '마리'라는 이름은 양말 신은 것 같다고 해서 은별이가 지어준 이름. 결국 모퉁이별 길냥이는 어디에 정착하게 될까?

진주빌라라는 허름한 공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인연을 맺고 서로에게 기대어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작가는 감동적이게 그려냈다. 악연이라는 것도 있지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혹은 왜 더 일찍 끊어내지 못했을까 하는 인연도 있지만,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 없듯이 인연도 그렇지 않을까 한다. 다만 오늘도 내게 찾아온 인연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바라보면 내 삶도 그만큼 소중해질 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삶에 지칠 때 내 삶에 이렇듯 새로운 시각을 한번씩 일깨워주는 작품은 참 좋은 작품이다. 아이들에게도 의미있게 가 닿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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