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미역국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 2021 문학나눔 선정, 2021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2021 KBBY 추천, 2021 월간 책씨앗 선정 바람그림책 109
권민조 지음 / 천개의바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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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부러운 존재는 많지만 가장 실감나게 부러운 사람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나와 같은 일을 하는데 나랑 차원이 다른 사람을 보게 될 때 부러움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이 책의 작가가 바로 그렇다. 같은 초등교사인데 세상에, 이런 재주를 가지셨다니. 일단 가장 큰 재주는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무나 가지는 재주가 아님을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서사도 재미있고 그림도 재미있다. 특히 그림에서는 구석구석 디테일 하나하나에 깨알재미가 다 담겼다.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재미를 줄 수 있고 그걸 이토록 훌륭한 결과물로 완성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부럽다. <할머니의 용궁여행>도 의미도 빼어나면서 너무 재밌었지만 어쩌다 보니 리뷰를 놓쳤는데, 이 책만큼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흥미를 주는 여러 가지 요소가 책 전체에 조화롭게 얽혀있다. 일단 그림부터 살펴보자. 표지에 떡하니 크게 주인공으로 자리잡은 용. 이 그림에서 민화의 냄새가 물씬 난다. 본문에 들어가면 호랑이도 그렇다. 하지만 이 책의 그림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 인물들은 만화처럼 표정과 동작이 살아있고, 어떤 장면은 배경에 수채화의 붓터치가 좋은 느낌을 준다. 채색은 선명하면서도 부드럽다.

 

내용 또한 흥미롭다. ’미역국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재미있는 창작 옛이야기가 되다니.^^ ‘이건 이래서 생겼어요하는 유래 이야기들 중에서 단연 기억에 남을 흥미있는 소재다. 미역국을 먹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무심코 지키고 있는 풍습이라 하겠는데, 생각해보니 그 유래를 따져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거기에 <돌멩이 수프>를 부분 패러디한 것 같은 몽돌의 역할도 재미나다. 생긴 건 험악하지만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바닷속 용의 캐릭터도. 용은 입덧하는 딸을 위해 좋은 것을 찾아다니다 미역이 좋다는 소릴 듣고 당장 뜯어다 갖다줬는데 뱉어내기만 했다. 그때 사람들은 날걸로 먹지 않고 끓이고 볶고 지져서 만든다는 얘길 들었고, 그길로 용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찾아갔다.

 

이후의 이야기가 <돌멩이 수프>와 비슷한 데가 있다. 가뭄이 들어 다들 형편이 여의치 않았는데, 몽돌과 미역을 넣고 끓이다보니 참기름도 나오고, 마늘도 나오고, 간장, 떡반죽 등 각자가 가진 것들이 총동원된 것이다. 동네 대감댁의 쇠고기까지 나왔으니, 나올 건 다 나왔네! 이리하여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의 미역국이 초대형 솥에 한가득 완성!!

 

여기서 끝나면 좀 아쉽지? 애초에 미역국을 왜 끓인 거더라? 아참 용의 딸! 아무것도 못 먹던 용의 딸은 몽돌미역국을 한그릇 뚝딱 비우고 기운을 차려 새끼를 잘 키웠단다. 그때부터 사람들도 아기를 낳고 나면 미역국을 먹었더래~ 그래서 해마다 생일날 미역국을 먹게 된 거래~ 그러니까 미역국은 엄마 거야~ 이런 이야기가 된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믿거나 말거나이야기도 추가되어 재미를 더한다. “마을마다 얻는 게 달라서 미역국 맛은 조금씩 달라졌대.” 하는 재료에 대한 언급도 주부로서 확 공감이 갔다. 쇠고기 미역국, 홍합 미역국, 굴 미역국.... 각자 취향이 있겠지만 난 다 맛있다.^^

 

임신한 딸에 대한 아버지 용의 사랑도 감동적.....이긴 한데 아참! 남편은 어디가고 친정아버지가 그 고생을 하고 다니는거지?.....라는 생각도 잠깐 스쳤다가, 아니야 남편보다는 아버지가 더 실감나 하고 수긍을 하게 됨. ㅎㅎㅎ

 

그림 하나하나에 뜯어볼 만한 재미가 담겨서 여러 번 봐도 또 재미있을 책. 천천히 보면 더 재미있을 책. 가족이 함께 읽고 미역국을 끓여먹으면 특별한 맛의 미역국에 가족의 사랑까지 담길 것 같고, 학교에서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뜯어보며 함께 읽어도 재미나겠다. <할머니의 용궁여행>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바닷가가 배경인데, 혹시 작가님의 고향이 바닷가인가? 그렇다면 세 번째 책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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