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교사는 어떻게 학부모 상담을 하는가? - 학폭 전담 10년차 선생님이 들려주는 초등 학부모 상담 노하우
이상우 지음 / 지식프레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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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선생님의 단독저서가 나와 반가웠는데 좀 묵혀두었다가 읽게 됐다. 학부모 상담기간을 앞두고였다면 바로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눈앞에 딱 닥친 것만 보면서 하루하루 살다보니...^^;;;

저자와는 페친으로 연결되어 있다보니 논지들은 익숙했다. 하지만 산발적으로 듣던 것들이 이렇게 한권으로 엮여 있으니 새롭기도 하고 더 풍성하게 느껴진다.

저자의 강점은 풍부한 경험과 다량의 데이터, 거기에서 나오는 실제적인 조언이다. 그리고 의뢰인을 안심시키는 자신감. 또 내 일처럼 생각해주는 사명감. 골치아픈 일 안 만들려고 꽁꽁 닫아걸고 사는 나와는 너무 다르다. 실제로 저자가 페북에서 자신의 mbti 유형을 공개한 적 있었는데 하나도 나와 일치하지 않고 모두 반대였다.ㅎㅎㅎ 이렇게 나와 다른 분의 존재가 나는 참 고맙다. 이건 나도 의뢰인인 경험이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교사 아닌 지인이 자녀의 학폭 문제로 상심할 때 저자에게 메신저로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주신 조언을 지인에게 그대로 전달해 드렸더니 많이 고마워하셨다.

저자의 원칙은 일단 "교사의 진심은 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진한 진심은 프로답지는 못하다. (이건 저자의 표현은 아니고, 저자는 "그 진심을 가능하게 하는 노하우 역시 분명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걸 내 식으로 해석한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현실적이기도 하다. 이상이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이상이 다 통하기엔 사람들이 너무나 천차만별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걸 명확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의 최선을 찾는 태도가 더 신뢰가 간다. 사랑과 공감은 대원칙이지만 거기서 끝나면 현실의 벽에 부딪칠 때 오히려 크게 낙담할 수가 있다. 수읽기도 필요하고 나의 수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노하우를 갖는데 걸리는 시간을 많이 단축해준다.

그렇다고 이 책이 교사 앞가림을 우선하는 책인가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궁극적으로는 학생을 위한 책이고 학생지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책이다. 날이 갈수록 교사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는 지뢰들이 늘어나고 있고 거기에 걸려 넘어지면 교육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한 것뿐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 상담 자체로 들어가게 되면 경청-공감-한계제시-대안탐색-실천과 같은 존중의 대화 단계가 적용된다. 상담은 게임이나 승부가 아니다. 굳이 게임에 비유한다면 다 이기거나 다 지는 게임이다. 교사는 학부모에게 도움이 되고 학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상담을 했을 때 비로소 만족감과 보람을 느낀다. 모든 상담이 이럴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 그 비율을 높여가기 위한 원칙과 노하우, 다양한 사례가 이 책에 들어있다.

상담은 공식에 대입해 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 책이 성공을 보장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순 없다. 그걸 표방하는 책이나 강의가 있다면 과장이라 보면 될 것이다. 이 책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그 안에서 나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휩쓸려 넘어지지 않게 도와준다. 우왕좌왕 휩쓸려 떠밀렸던 옛날 언젠가의 상황을 떠올리면, 그때 저자의 도움과 조언을 받았더라면 잘 딛고 서서 좀더 확신있게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신규나 저경력 교사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일단 이 책을 일독하고, 상황이 닥칠 때 기억나는 부분을 다시 찾아보면 두려움과 그로 인한 당황에서 벗어나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심리적 여유는 좀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해준다.

나는 저경력교사가 아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저자를 찾을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하고 싶은 일을 전담으로 맡아하는 저자의 자발적 의지와 성향과 강점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학생을 지도하려다 상처받아 진심을 포기하고 가면을 쓰는 교사들이 부디 없기를, 학교가 교사, 학부모, 학생이 진심을 나누고 성장하는 역할을 온전히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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