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하품 나는 맛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신채연 지음, 임미란 그림 / 책속물고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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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꾸밈새가 귀엽고 맛있다’. 맛있는 건 배경이 분식집이라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하고. 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 그중에서도 특히 난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는 김말이를 좋아한다. 그게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다. 김마리.

 

김마리 씨는 마리킴 분식을 운영하는 스물다섯의 여성이다. 동화의 주인공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 연령대다. 마리 씨는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좋은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건 예사다.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하지만 그녀에게는 금기가 있다. 바로 하품이다. 하품에 얽힌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스물 다섯이 된 지금도 엄마의 전화에 긴장해야 하는 마리 씨. 엄마는 어릴 적부터 최고를 강요해왔다. 온갖 학원을 보내며 최고가 되라 채찍질했으나 고작 가장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딸을 보고 한숨을 쉬다 목표를 수정한다. ‘최고의 분식 요리사가 되는 것. 그렇다. 마리 씨는 아직도 엄마가 정해 준 길로 걸어가는 중.

 

하지만 마리 씨는 노력하고 있다.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그래서 이런저런 상도 받았고 가게 벽에는 손님들이 붙여놓고 간 칭찬 쪽지들이 가득하다. 그녀는 힘들 때마다 그 쪽지들을 읽어보며 흐뭇해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하품이 터져나올 때는 아무도 보지 않는 그곳에서 재빨리 해결한다. 위에도 썼듯이 하품은 그녀에겐 금기이기 때문에.

 

그런데 말이다, 최고이길 지향하는 그녀의 분식에 대해 하품나는 맛이라고 평한 쪽지가 붙어있었다!! 하품이라니, 하품이라니.... 마리 씨는 그 아이를 찾아나선다. 수소문해서 알아낸 아이의 이름은 최고였다. 마리 씨는 그 아이에게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본다. 아니, 지금의 자신과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요된 강박. 그리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빈틈없는 일상....

 

최고가 다니기 싫어하는 학원이 바둑학원이고, 다니고 싶지만 엄마가 보내주지 않는 학원은 스포츠댄스학원이라는 데서 약간 전형적인 설정이 느껴지긴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최고를 강요하는 두 어머니의 모습도 전형적이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꽤 많기도 하지.....

 

최고에게 하품은 무엇일까? 왜 마리 씨의 분식을 하품나는 맛이라고 평했을까? 그들에게 자유는 하품에서부터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숨겨야 했던 하품을 드러낼 수 있게된 때부터 마리 씨의 삶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 마리킴 분식의 문을 닫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최고의 강박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엄마의 평가, 나아가서는 남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하고 즐겁게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하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대략 그렇다) 날보고 최고가 되라고 채찍질한 엄마도 없었다. 나 자신도 최고를 추구하진 않는다. 하지만 남들의 평가에 민감한 면은 있는 것 같다. 나 스스로의 기준으로 나에게 만족할 수 없다고 할까. 남들이 잘했다고 해야 잘했나보다라고 생각하는 면? 조그만 지적을 태산같이 받아들이는 면?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 마리 씨가 벽에 붙은 칭찬 쪽지에서 하루의 보람을 찾았듯이, 한 장의 쪽지에 참을 수 없는 반응을 보였듯이.... 남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나도 지금보다 좀 더 주관적 기준으로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아니 이미 그러고 있는 건가? 자신을 아는 것 자체가 참 어렵다.^^;;;;

 

, 그러니 줌에서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는 그 녀석을 내가 못본 척한 것은 잘한 일이겠지?ㅎㅎ 우리 무례함이 될 정도로 발산하지도, 그렇다고 강박이 될 정도로 억누르지도 말고 살아요. 그 적당한 지점은 참 어렵쥬? 마리 씨와 최고가 찾은 지점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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