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핑크 블루
윤정미 사진, 소이언 글 / 우리학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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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림책의 리뷰는 처음 써본다. 사진은 별로 관심분야가 아니어서 이 책의 사진작가가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잘 몰랐다. 소개를 보니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전시회를 열고 호평받은 분이었네. 그 주제가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이 책을 보니 딱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재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하다가 페이스북에 이런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핑크 알레르기>
그 글을 퍼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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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화지에는 노랑, 하늘, 연두, 분홍이 있다.
맘대로 골라가게 하면 하늘 50%, 연두 30%, 노랑 20% 정도 골라간다. 분홍은 드물게 한 명 정도 고르거나 아예 아무도 고르지 않는다. 올해 2학년을 맡고 보니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남자아이들은 내가 남자인데 분홍을? 이런 분위기고 여자아이들은 내가 여자기로소니 분홍을 고를소냐? 이런 느낌의 반응을 한다. 고개를 갸웃할 반응이다.

색도화지가 아닌 좀 더 좋은 색감의 색상지도 마찬가지다. 촌스럽지 않은 벚꽃색이나 살구색 오렌지색 종류도 잘 고르지 않는다. 난 뒷판에 색이 골고루 있는게 좋아서 이번엔 맘대로 가져가게 안하고 아이들 인원수에 맞춰서 색을 고루 분배한 뒤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부터 골라가게 했다. "져도 괜찮아요. 다 예쁜 색이에요. 순서를 정하는 것 뿐이에요." 라고 말했지만.... 마지막 아이가 분홍을 갖고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분홍이라며 놀렸다. "너희들 이상하네? 왜 색을 차별하지? 분홍이 얼마나 멋진 색인데?"
그러자 아이들이 비웃었다.

왜 아이들은 분홍과 원수가 졌을까? 연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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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가 했던 생각은, 고정된 색깔 관념에 대한 반발? 그것에 따르는 걸 수치스럽게 여기는 심리인가?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엔 왜 핑크만인가? 블루에는 예민하지 않은데 왜 유독 핑크에만? 남자들은 자신들에게 고정된 것을 거부하지 않는데 왜 여자들은? 색깔 고정관념 뿐 아니라 여러가지가 복합적이구나 생각했었다.

그때 제기된 의문이 작은 것은 아니었나보다. 십수년간 큰 전시회가 열리고 이렇게 책까지 나온 걸 보면. 분홍으로 가득찬 방과 파랑으로 가득찬 방의 대비가 단숨에 주목을 끈다. 그 방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변화를 사진으로 따라가 보는 것도 재밌다. 사진작가님은 같은 아이의 5년 후, 10년 후를 추적해서 사진을 찍기도 하셨다니, 사진이란게 그저 찰칵인 줄 알았던 내가 얼마나 무식했던가.^^;;; 약간의 설정이 없을수는 없었겠지만 진정성과 역사가 담긴 사진들이다. 메시지가 담긴 것은 물론이고.

글작가인 소이언 님은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써놓으셨다.
"전시회장에서 핑크로 둘러싸인 여자아이의 사진을 보는 여자도 어릴 때는 핑크를 사랑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핑크를 기피했겠지요. 보라와 파랑을 거치고, 세상이 정해 준 색의 안일함과 무신경함에 맞서 검정과 무채색으로 자신을 감추었다가, 다시 핑크를 사랑하기까지의 그 모든 시간을 그는 사진으로 만났을 것입니다."

세상이 정해준 색에 질질 끌려가지도, 억지로 버티지도 말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하면 그만이다. 색은 그 모든 것들의 상징이자 대표일 뿐이다. (색만큼 상징으로 좋은 것은 없을테니^^) 분홍을 좋다고 하는 남자아이를 칭찬하지도 말자. 누가 뭘 좋아하든 그냥 그사람 맘일 뿐이야!

색이 상징하고 대표하는 모든 것. 그것을 색으로 보여주어 더없이 인상적인 그림책. 너만의 '색'을 찾아! 너의 '색'을 잃지 마! 등의 메시지도 연달아서 떠오르는 책. 본문 마지막장의 문장을 쓰면서 마치려 한다.

"좋아하는 색에 마음놓고 이름을 붙여주세요.
나만의 이름을요.
그리고 가만히 불러보세요.
안녕? 나의 핑크!
안녕? 나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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