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내 인생 씨앗읽기
이옥선 지음, 김도아 그림 / 바나나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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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내인생 쯤이면 어땠을까 싶다. 한 살이라도 더 올리고 싶어하는 이 마음은 열살짜리들의 인생이라기엔 넘나 힘겨운, 나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고통을 같은 나이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다.

하지만, 닥치면 겪는게 인생이다. 나이와도 상관없다. 이 책의 열 살 주인공은 두 명이다. 입양아인 재혁이와 신장이 망가진 우주. 둘이서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는 형식이다.

재혁이의 인생이 가시밭길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오히려 참 복받은 아이라는 생각이든다. 자신만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부모님에게 입양되었고 사랑받으며 자라고 있으니까. 지금 재혁이가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은 동생이 태어난 것 때문이다. 난임이던 부모님이 드디어 친자식을 낳았다. 재혁이는 불안하다. 사랑을 뺏길 것 같아서. 충분히 이해되는 마음이다. 실제 이런 사례들이 있고 파양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재혁이의 불안함은 교실에서 난데없이 소변실수까지 하게 만든다. 친구들의 놀림까지 받게 되니 상황은 최악이다. 하지만 그걸 보고 "넌 좋겠다." 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다. 오줌을 누는 것이 소원인 우주.

우주의 신장은 고칠 수 없게 망가졌고 그 힘들다는 혈액투석이 일상인 삶이 되어버렸다. 극히 제한된 식단으로 식사를 해야하고 아무거나 먹었다간 바로 퉁퉁 붓고 난리가 난다. 투석실에서 만난 민호 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당뇨 합병증인 케이스라 신장 뿐 아니라 실명의 위험까지 앞에 있다. 이런 내용을 읽으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나나 자식이 이런 일을 겪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ㅠㅠ 하지만 이 책의 누구도 징징거리거나 비탄에 빠지지 않는다. 책의 전체 분위기도 그렇게 슬프지 않다. 두 아이는 그냥 그또래 아이들이다.

같은 반인 두 아이는 병원에서 마주쳤다. 재혁이는 엄마 병원에 갔다가, 우주는 투석하러 갔다가. 그러잖아도 교실에서 서로 편들어주는 마음이던 두 아이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재혁이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확인하고 눈물을 쏟는다.
"가슴으로 낳은 거나 정말 그냥 낳은 거나 엄마 아빠 마음은 똑같아."
"정말이지?"
"정말이고말고. 어떻게 다를 수가 있겠어."
입양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는 나는 정말 그게 같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재혁이 열살 인생은 나쁘지 않다. 좋은 부모님을 만났으니까.

문제는 우주. 투석으로 버티는 삶이지만 조금씩 더 시도해보며 기운을 낸다. 재혁이네 집에 놀러도 오고. 우주의 남은 희망은 신장이식. 신장이 두 개 있다는 말을 재혁이는 처음 듣고 "그게 정말이야?" 하며 깜짝 놀란다.
"너한테 내 신장을 줄 수 있을까?"
마지막장의 대화다. 울림이 출렁했다.
"열 살 우리 인생, 힘든 일도 있었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겨우 10년 산 이 아이들의 앞날에 얼마나 고난이 더 많이 남아 있을까. 하지만 작품의 빛깔이 회색이 아닌 것이 난 신기했다. 나보다 더 단단하고 멋진 열 살 인생들. 희망이 꼭 있을거라 믿게 되는 결말.

마지막으로 주요 인물은 아니지만 내내 마음이 쓰였던 민호 형. 여친까지 밀어내고 혼자 견디던 민호 형에게 여친이 다시 찾아온 장면이 있었다. 제발 눈을 잃지 않게 되기를... 실제 인물이라면 기도해 드리고 싶었다. 우리 **살 인생들! 얼마나들 힘든가요. 마음 한자락씩 서로 기대고 버텨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 책을 열살(3학년)과 읽기는 좀 빠를 것 같고 4,5학년 정도가 어떨까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독서수준은 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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