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달고나 만화동화 1
황선미 지음, 박정섭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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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2020년을 어떻게 작품으로 남길까? 궁금했다.
일상의 많은 소재들이 작품이 되는데, 우리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코로나의 1년이 소재가 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으로 끝나면 좋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앞으로도 더 나올 것 같다는게 슬픈 점이다.ㅠㅠ

처음 발견한 작품은 황선미 작가님의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코로나 시대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달고나> 익살스런 표지를 봐도 그런 느낌은 없다. 아참, 그림은 <감기 걸린 물고기>를 지으신 박정섭 작가님이 그리셨다. 이 책은 '만화동화'라고 책등에 쓰여있는데 분량 면에서 만화의 비중이 높진 않다. 하지만 느낌을 주는데는 큰 역할을 한다. 난 <숭민이의 일기> 시리즈를 읽어서 이분 그림체에 익숙하다. 만화를 빼도 이야기는 되지만 만화가 있어 더 재밌어지는 책. 그런데 코로나 이야기. 제목은 달고나?!

화자는 1학년 이새봄이다. 1학년에게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났나? 첫장면부터 새봄이는 TV 앞에 앉아있다. 물론 교육방송을 보기 위해서지만 아이는 다른 것도 본다. 그때 유명인들이 자녀와 놀아주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거기서 어떤 아빠가 달고나를 만들어준다. 부러운 새봄이.

새봄이 아빠는 여행작가였는데 어디선가 발이 묶여 못들어오고 있다. 엄마 혼자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데 큰맘먹고 열었던 미술학원은 지금 개점휴업 상태다. 어쩔 수 없이 엄마는 학원에 '급임대'를 써서 붙이고 알바자리를 구한다.

드디어 새봄이가 학교 가는 날! 나도 그날이 생각나 만감이 교차한다. 준비하고 또 준비하고 전날엔 깜깜할 때 퇴근, 당일은 깜깜할 때 출근했는데도 얼마나 불안하던지. 아이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못할까봐,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할까봐, 급식 먹을 때 위험할까봐.... 또 수업은 예전과 같은 활동으로 구성할 수 없었고 아이들 활동을 못시키니 마스크를 쓰고 나혼자 떠들어야 했고, 황사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던 나는 숨이 차서 녹초가 됐고.... 하지만 이 모든 건 교사의 입장이었다. 아이들의 입장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상이 다 떨어져 있어 짝꿍이 없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친구 얼굴을 모르고, 가까이 붙을라치면 큰일난듯 선생님의 목소리가 날아오고...

그와중에도 아이들은 학습꾸러미로 받았던 강낭콩의 싹을 틔웠고, 투명한 가림막이 쳐진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으며 비로소 친구의 얼굴이 저렇구나 알게됐다. 그리고 중요한 인물, 새봄이 반엔 웬 할머니가 계셨다. 문맹이신 만학도 장갑분 할머니. 할머니는 1학년 동급생(?)들에게 공기 시범도 보여주시고 '꿈' 이야기도 해주신다. 할머니의 꿈은 뭘까?

엄마는 달고나를 만들어 까페 알바 면접을 통과해 취직하게 됐다. 그리고 '급임대' 글자를 써놓은 미술학원 유리창에 좀더 다양한 걸 붙이기 시작했다. 그림과 함께 "모두 안녕하셔야 합니다!"와 같은 글귀들. 거기다 새봄이가 그린 그림들까지. 엄마는 그림에 대한 갈증을 이 유리창에 풀었던 걸까. 화려한 전시회도 아니지만 대중들과 소통한 그림. 그림 앞에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찡하구먼!"
중얼거리며 돌아서는 아저씨. 엄마의 그림엔
- 친구가 있다는 걸 기억해요!
- 달고나처럼 달달하기
- 그리고 조금만 부서지기
같은 글귀가 쓰여있었고, 어떤 이들은 사진을 찍고 어떤 이들은 답문이라 할수있는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갔다. 사람들은 그렇게 기대며 견디고 있었다. 물론 거리두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기대진 못하지만...

가장 쓰고 힘든 현실과 최강의 달달함 달고나의 대비는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할까 작가가 보여주는 희망이라고 할까. 2021의 교실에서 우린 어떤 '달고나'를 만들 수 있을까.

까막눈 할머니가 엄마 까페의 사장님이었다는 반전은 예상된 반전이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반전이기도 하다. 그정도면 글은 배우지 않으셨을까 싶은데....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할머니와 함께 마시는 달고나우유, 그리고 아직도 남은 할머니의 꿈을 바라보며 만날 늙었다고 한탄하는 나도 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내년에 죽는다 해도 올해 꿈을 만들 순 있는 거야.
2021에는 교실다운 교실을 만들어보고 싶어.
마스크 안쓰고 마음껏 살아보고 싶어.
함께 견디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달고나는 나눠먹어야 제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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