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살아났다! 고래동화마을 7
윤일호 지음, 정진희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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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느끼며 읽기에는 직업상 힘들었다. 아마 한발 떨어진 직업군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으실 것이다. 동일직업이다보니 나를 대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하나하나가 다 내게는 힘들었다. 요즘 선생노릇이 쉬운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익숙한 지역을 돌며 근무해온 나같은 경우는 그중 평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곳이 새로운 저런 곳은 내게는 사직하고 새 직장에 취직하는 것과 같을 것 같았다. 책중 선생님들(아니 모델이 되신 실존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이분들이 실패하거나 악재를 겪었거나 했냐면 그건 아니다. 잘해내셨다. 그런데도 나는 엄두가 안나는 이 소심함.^^;;; 같은 교사라도 그릇이 다 다른 거니까.

이 책의 주인공 킹콩 선생님은 작가 본인이신 것 같고, 약간의 허구가 추가되었다 해도 거의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들인 것 같다. 영화로 치면 다큐멘터리 영화 느낌?

킹콩 선생님은 생활한복을 입고, 아이들에게 '선생님'을 뺀 별명 '킹콩'으로 불리며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것부터가 나랑 정말 다른 스타일이다. 복장이야 뭐 난 생활한복은 안입어봤어도 대략 편하게 입는 편이니 큰 차이가 없다 해도, 난 아이들이 "쌤"이라고 부르는 것도 속으로는 좀 싫거든 솔직히.... (못하게는 안함. 그래도 쫌 싫어.ㅋ)

킹콩은 읍내의 비교적 규모가 있는 학교에 발령을 받았지만 늘 작은 학교 살리기에 마음이 가 있다. 마침 폐교 직전의 행복학교 교장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결심을 굳힌 후 함께 할 교사들을 물색하며 열심히 준비한다. 본교 아이들 중 몇몇에게 전학을 제안하기도 했다가 학생 빼내간다고 욕도 먹고.... 이런 마음고생을 포함한 고생이 내게는 참 아득한 일이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라는 말로 포기하기 일쑤다. 하지만 가치있는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그래도 사회는 한꺼번에 망하지 않고 지탱된다.

내가 망설임 없이 '가치있는 일'이라 단정한 것은, 마을에 학교는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가치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연관되는 온갖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구체적으로 논할 주제는 못되지만, 그래도 최후의 보루처럼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할 곳이 바로 학교라고 생각한다. 끝내 학교를 살려내고, 그로 인해 마을도 다시 살아난 사례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기까지 고생한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학교를 여는 것 못지않게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모습도 나로선 할 수 없는게 많았다. 일단은 농사.... (난 화분 하나도 잘 못 키움ㅠ) 그 외 교실을 벗어난 큰 행사들... 몸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그 학교에 갔으면 민폐만 끼쳤을거 같은...;;;; 악천후에도 진행한 야외활동 등은 안전 노이로제에 걸린 교사들이라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로 인한 민원을 살짝이라도 겪어 봤다면....ㅠ

힘든 고개를 함께 넘어가다보면 전우애가 생긴다. 행복학교 선생님들의 협력과 팀웍은 아름다웠다. 나도 한때는 팀웍만 된다면 밤늦게까지 일하는 거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말 취소...ㅠ 이 선생님들은 치열한 회의로, 수업준비로, 학부모 다모임 등등 행사로 수시로 깜깜한 밤까지 학교를 지켰다. 학교를 지켜낸다는 건, 그렇게 누군가의 수고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건, 그렇게 애써서 지켜온 학교의 학생들이 말썽을 부리는 거였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었을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학교설명회 등 적극적인 유치로 학생들을 모았으니 그중에는 일반학교에서 적응이 어려웠던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말썽은 당연히 거쳐갈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봐야 보람이 있었을 것인데... 그때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일단 교감선생님께서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경각심을 주신 점. 나는 여기에 많이 공감한다. 아이들의 비행을 아무 조건 없이 용서하거나 방임하면 안된다. 또 교사들이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하신 점.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수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점. 이 마지막에 대한 믿음이 내게 가장 부족한 점이다.

때가 되어 원년의 선생님들은 떠나고 킹콩도 떠나게 된다. 이후에도 이 학교는 잘 운영되고 있겠지? 초기의 헌신자들이 떠나도 잘 돌아가는 학교가 되어야 비로소 정착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이란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직업의식과 책임감만 가지고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시골 작은 학교. 결코 낭만이 아닌 업무폭탄의 현실. 소규모학교들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이 책처럼 '행복학교'가 될 수 있게 모두가 지혜를 모아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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