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형태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88
오나리 유코 지음, 허은 옮김 / 봄봄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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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에서 예전과 달라진 점 중의 하나는 '말의 힘'이라든지 '말의 영향'등의 주제를 통해 '말하는 태도'를 따로 다루는 단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옛날에야 언어폭력이란 말도 거의 쓰지 않았고 언어 태도를 국어수업에서 따로 다룰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저학년부터 <고운 말을 해요>, <다른 사람을 생각해요>등의 제목으로 언어예절을 다루는 단원이 있다. 필요성이 부각되었기에 더 강조된 단원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감수성은 민감해진 데 비해 언어의 폭력성은 전혀 줄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말로 인한 상처와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몇권의 책을 챙겨둔 게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이라든가 <말풍선 왕국에 놀러 와>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같은 책들이다. 오늘 하나를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주제로 이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답고 감각적인 책이어서 더 귀하게 느껴진다.

유아, 어린이가 읽을 책인데 제목을 『말의 형태』라고 한 것이 적절할까 생각했다. ‘형태’라는 말이 너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져서다. ‘모양’ 정도로 하면 그래도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지만 번역가나 편집인들이 내가 한 고민을 안했을 리는 없으니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한다. 형태와 무형태를 대조해보기 위함인가? 어쨌든 읽어줄 때 “형태가 뭐예요?” 하면 “응, 모양이랑 같은 말이야.”라고 답해주면 될 것 같다.

작가는 상상한다. 말에 형태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만약
말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어지는 상상은 참 감각적이었다. 그 장면이 연상되기도, 촉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혹시,
아름다운 말은 꽃이 아닐까.
형형색색 꽃잎이 되어
입술에서 팔랑팔랑 떨어져 내릴 거야.”
이와 같이 문장 자체도 감각적인데, 물을 많이 써서 번짐효과를 사용한 수채화 또한 느낌이 뚝뚝 떨어졌다.

가장 느낌이 강렬한 상상은 이런 것이다.
“누군가를 상처 주는 말이
못처럼 생겼다면 어떨까.
말할 때마다 뾰족한 못이
입에서 나가 상대방에게 꽂히는 것이
눈에 보인다면.”
그렇다. 정말 저렇다면 우리가 하는 말은 달라질 수 있겠지.

그 외에도 작가가 만든 ‘형태’는 정말 그 말의 내용과 잘 어울려서, 감탄하며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감상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아이들에게서 많은 생각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수많은 말들이 형태를 갖고 있다면, 그건 어떤 모양일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이 책처럼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겠다. 합해서 우리반만의 <말의 형태> 책을 만들 수도 있겠다. 아마도 저학년일수록 기발한 발상이 많이 들어가 있을 거라 예상한다.

그려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왜 이 말에 이 그림을 그렸어?" 하고 물어본다면 아이들의 경험, 그로인해 형성된 생각들까지도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공감하고 남의 생각을 통해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중반부를 넘어가면 이런 질문도 나온다.
"말이 보이지 않아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말이 눈에 보여서
기쁜 점은 무엇일까."
말의 모습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어떤 것을 고르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보이지 않는 걸 고르겠다.
당연히........?
내 말이 갖고 있는 모양, 말 너머에 존재하는 그 실체. 그건 꺼내놓기 어려울 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좋은 모양일 때도 없는 건 아니겠지만.

단순히 '고운 말을 써요' '배려하며 말해요'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상상과 감각을 동원하여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공부가 훨씬 예술적이고 오래 남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소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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