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령 선생님의 싱싱글쓰기 - 재미있게 가르치고 신나게 쓰는
이가령 지음 / 지식프레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책을 살펴보니 2014년에 나온 책이네. 저자의 명성도 익히 들어보았고 전 학교에서도 도서실에 교사용도서로 수서까지 해놓았었는데 이제서야 책을 읽게 됐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자의 글쓰기 지도 스타일이 본인의 글에도 배어 있다. 쉽고 편하게 읽히며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고, 글쓰기의 가치를 아주 높게 보는 사람이다. 당연히 학급운영에서도 글쓰기 지도를 중시하는 마음이 있다. 늘 과유불급을 걱정하는 소심인이라서 아이들에게 강하게 밀어붙인 적은 없지만 요래조래 시도는 해보려고 하는 편이다. 글쓰기 책을 가끔 본 적은 있지만 크게 도움받지는 못했다. 하던대로 하려는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읽어본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건... 동의하는 문장이 많아서인지도... 동의하는 문장들을 중심으로 소감을 몇가지 써보겠다.

1장은 [글을 힘있게 쓰는 비결]이다. 결론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주장하시는 바인데 이 책에서 쓰신 예시와 설명이 잘 와닿았다. "추상을 추상으로 풀지 말고 구체적인 사실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라." "생각을 먼저 쓰려고 하지 말고 생각이 일어난 자리에서부터 쓰라."등의 설명이다. 예시작품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 더 실감이 났다. 알고있는 기본 전제인데도 아이들에게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

글은 기본적으로 '내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그것도 가감하지 말고 솔직히. 거기에서 진정성이 나오고 진정성에서 감동이 나온다. 인생사 허접하기 마련인데 쓸데없이 내 얘기를 왜... 그런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자기 서사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경험과 생각이 많을수록 자기 서사도 풍부해지겠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도 그렇기를 바란다.

2장은 [글쓰기의 첫걸음, 일기쓰기 지도]다. 이 장에서 교사들을 향한 조언이 생각해볼 만했다.
"날마다 글감을 정해주는 일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58쪽)
일기지도가 인권침해라는 판결에 따라 많은 교사들이 '주제글쓰기'로 전환했다. (사실은 나도...) 그런데 저자는 매번 글감을 정해주는 것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른 쓸 거리가 있으면 다른 것을 써도 좋습니다'라는 식으로 길을 열어놓을 것을 제안한다. 나는 저학년은 일기, 중학년 이상은 주제글쓰기로 운영하는데 주제글쓰기는 주2회 하면서 한번은 정해진 주제로, 한번은 자유주제로 쓰게 했다. 주제를 정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맘대로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었다. 병행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자유일 때 작품의 완성도는 더 안좋다. 간혹 기발한 작품도 있긴 하지만. 말하자면 편차가 더 크다. 그래도 열어놓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도움말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것보다는 '선생님이 내 글을 재미있게 읽고 계시는구나' 이걸 확인하고 싶어해요." (66쪽)
교사의 댓글달기에 대한 조언이다. 교사 댓글로 충고나 조언을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관심을 표현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길게 써라, 한바닥 가득 써라하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자세하고 정확하게' 쓰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71쪽)
아이들이 글을 짧게 쓰는 이유는 간결하게 임팩트 있게 써서가 아니고 대부분 귀찮아서 짧게 쓴다. 말하자면 대충 쓰는 것이다. 여기에 당하다보면 분량을 정해주게 되는데, 그럼 또 중언부언하는 문제가 생긴다. 무엇을 자세하게 쓸지 안내가 필요하겠다. 이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나쁜 녀석 찾기 놀이'라는 것으로, '한 일'을 나쁜 녀석이라고 하고 나머지를 좋은 녀석이라 하는 것이다. (본 일, 들은 일, 말한 일, 느낀 일 등) 자신이 쓴 글에서 나쁜 녀석들을 찾아보면 거의 대부분임을 알 수 있고, 거기에 좋은 녀석들을 추가하면 대부분 자세해진다. 여기에서 본일, 들은 일, 느낀 일 외에 '말한 일'을 넣으신 것이 좋았다. 따옴표(" ")를 살려 대화글을 실감나게 쓰라는 지도는 자주 했는데, 이렇게 지도하면 더 효과적이겠다. 그런데 '한 일'도 빼서는 안되는 요소인 바, '나쁜 녀석'이라는 호칭은 좀 무리가...^^;;; 물론 농담 같은 거라 상관은 없어 보이지만 대체할 호칭이 있으면 바꿔봐야겠다.

3장은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저자가 제시한 평가척도가 마음에 든다. (1.재미와 감동 2.삶의 태도 3.표현)
여기서 '감동이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할 수가 있는데 저자의 설명이 적절했다.
1. 목울대가 뻣뻣해 오는 것 (울컥하는 감동이라 할 수 있겠다. 감정이 요동치는 것)
2. 공감 (아 참 그러네 그렇구나 하는 느낌)
3. 글쓴이가 느낀 감각이 전해져 오는 것
아이들한테 설명할 때도 활용할 수 있겠다. 보통 2번까지는 설명했는데 3번 설명도 새롭게 얹었다.^^

4장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글다듬기 지도]이다. <네멋대로 써라>의 저자가 "글쓴이가 언제나 대장"이라고 말했다는데(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음)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준 상태에서 고쳐쓰기를 지도해야겠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의 곁에는 첨삭지도를 잘하는 선생님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어주는 1차 독자가 있을 뿐입니다." (120쪽)
이 대목에서 가장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살짝 위안도 되었다. 내가 무슨 소신이나 확신을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작품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공유하여 서로 보고 배우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이 역할이 잘 이루어진 해도 있었고 좀 답답한 해도 있었다. 꾸준히 노력해야 할 일이다.

5장은 [갈래별 글쓰기 지도]이고 전체 분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생활글, 설명문, 독후감, 감상문, 주장하는 글 순으로 다루고 있다. 지도의 실제 부분이니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도 있겠다. 국어 교과서도 단원별로 주로 다루는 갈래가 있다. 단원 지도에 앞서 이 책을 읽고 수업구상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을 소장하고 옆에 두면 가장 좋겠고, 그게 안되더라도 학교도서실에 한 권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저자분은 강의도 많이 하시던데, 원격연수 강의도 있던게 기억났다. 코로나로 3월을 날려버려 짧아진 방학 때문에 이번 방학에는 독서가 자율연수라며 혼자 우기고 있다.ㅎㅎ 오늘은 이 책을 읽었으니 연수를 받은 셈 아니려나? 나중에 실제 지도시 다시 꼭 상기해 볼 것을 다짐하며 이만 연수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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