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난로 - 갸르릉 친구들 이야기 파이 시리즈
이인호 지음, 노예지 그림 / 샘터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겨울에 읽은 가장 따뜻한, 제목이 '난로'인데 난로보다 더 따뜻한 이야기다. 요즘 고양이 빼면 이야기가 안된다는 농담이 있듯이 이 책 역시 고양이 이야기고, 만화로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그림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그래픽노블) 각각의 개성을 가진 사랑스런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코로나로 작년엔 못했지만 해마다 방학 직전에 '뒹굴뒹굴 책읽기'라는 학급 행사를 하는데 '뒹굴뒹굴 만화방'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좋은 만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래픽노블은 내 관심영역이기도 하다. 이 책을 추가하려니 기분이 좋다.

게다가 이인호 작가의 작품들을 내가 좋아하기도 한다. 단편집 <팔씨름>은 특별히 강렬한 매력은 없는데도 은근히 매우 좋다. 초기작품인 <우리, 손잡고 갈래?>도 좋았다. 두 권 다 고학년용인데 최근 작품들은 이렇게 연령대가 내려갔다. 그러나 저학년도 읽기 가능하다는 뜻이지 고학년에게 적당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말하자면 전학년용.^^

고양이 네 마리가 한집에 산다.
1. 무니.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하다. 늘 먼저 일어나 친구들을 깨운다.
2. 코니. 독서묘. 책에 빠져 지낸다. 읽은 책도 또 읽는다. (근데 읽고 읽는 책 제목이 발씨름? 작가님 참 웃기심ㅋㅋ)
3. 니니. 몸집도 가장 크고 장모종. 자신의 빠진 털을 보태 뜨개질을 해서 친구들에게 따뜻한 목도리를 둘러준다.
4. 포니. 활동성 최고. 집에 있으면 좀이 쑤셔 못견딘다.

이번 책의 발단은 포니였다. 난로는 고장나고 눈이 엄청 온날, 다들 집에 있겠다는데 포니만 심통을 내며 놀러나갔다. 아무도 없는 공원의 큰 나무 가지 위에 아기고양이가 앉아있었다. 같이 놀자고 해도 싫다며 한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포니는 시무룩하게 집에 돌아왔다.

재채기하는 포니를 보고 무니는 따뜻한 차를, 니니는 따뜻한 덮개를 내어준다. "이런 날씨에 밖에서 노는 건 바보같은 짓이야."라고 냉정하게 말하는 코니도 휴지를 찾아 코풀라고 건네준다. 포니는 역시 집이 최고라고 생각하다 문득, 나무위의 아기 고양이가 생각났다. 신경쓰지 말자 생각해도 떨고 있을 아이가 자꾸만 생각났다. 포니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오래된 장난감 상자들을 뒤져 망원경을 찾아낸다. 그리고 공원을 봤더니, 아직도 있었다!! 아기고양이가 거기 그대로.

포니는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렸고, 모두들 걱정하며 함께 아기를 찾아간다. 아기는 아빠를 기다리는 거라고 했다. 친구들은 다락방에서 봐도 잘 보인다고 아기를 설득해 집으로 데려온다. 니니가 안고 오는동안 벌써 잠들어버린 아기. 진짜진짜 아기 고양이다. 그 아기를 다루는 고양이 친구들을 보면 정말 착하다. 어린 것들, 약한 것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의 인성(아니 묘성?^^)을 알 수 있는 법이지.

아기는 쌔근쌔근 잠들었고, 아까 말했다시피 난로는 고장났고, 이제 어떡하나? 니니의 제안으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고양이 난로'.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따뜻한 장면. 근데 한마리가 안보인다. 결자해지. 오늘 사건을 만들어낸 장본인 포니는 함께 잠들지 않았다. 망원경을 들고 불침번(?)을 서고 있다. 아기고양이 아빠를 기다려야 하니까.

추운 발코니에서 망원경을 눈에 대고 자리를 지키는 포니. 바깥은 눈 속에 잠겨있지만 어디선가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양이 난로는 둥글고 포근하게 잠이 들고, 그 옆에 한 명은 자리를 지키는 신뢰로운 풍경. 가장 따스한 겨울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