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키드 - 2020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제리 크래프트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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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2020 뉴베리 대상을 받았다는 광고가 가장 크게 눈에 띈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인데 말이다. 그래픽노블로서는 처음 수상이라고 한다. 어, 언젠가 그래픽노블 수상 얘길 들어본 적 있었는데? 잘 읽어보니 뉴베리 아너상이었다. (엘 데포) 대상은 이 책이 처음.

(그래픽노블과 만화는 같지 않지만 그냥 만화라는 표현을 써보겠다.) 이 책은 만화라도 아주 빨리 읽히진 않는다. 대상도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 정도에게 더 맞을 것 같다. 초등 고학년도 괜찮기는 하지만. 배경은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다. 공립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고 낯설다. 하지만 달라봤자 학교는 학교. 우리의 고민, 우리의 행복과 같은 점들도 많이 눈에 띈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 조던 뱅크스는 열두살인데(우리 나이론 중1) 집에서 '우리 아기'로 불릴 정도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다. 엄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고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모 모두 유색인종이다. 조던은 틈만 나면 스케치북을 붙들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라 예술학교로 진학하고 싶어했지만 부모는 사립학교에 아이를 등록시킨다. 책의 중반부 쯤 나오는 부모의 말들에 그들의 본심이 담겨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미국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너도 게임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는 거야."
"이 학교에 다니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대학도 가고 인맥도 넓히고.... 나나 당신은 가질 수 없었던 기회 말이야."

부모의 이런 의도로 리버데일 종합학교에 입학하게 된 조단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예상 가능한 결말은?
1.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것을 느끼고 역경 끝에 탈출한다.
2. 부모의 뜻에 순종은 하지만 여러가지 차별과 난관에 마음이 병든다.
3. 처음엔 어려웠지만 이를 악물고 최후의 승자가 된다.

1,2,3 모두 아니었다는 점이 내게는 이 책의 매력이었다. 그러면서 조던과 유색인 친구들이 겪는 (공식적이진 않은) 인종차별을 잘 표현해 주었다. 담임선생님은 학생의 이름을 매번 까먹고, "수학여행에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학교에서 도움을 줄거다" 라는 말을 전체 아이들 앞에서 하고, 그럴 때 아이들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유색인 아이들에게 향하고....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이 모여 사소하지 않은 차별의 벽을 만든다.

서사는 칼라 만화로 진행이 되고 중간중간 흑백으로 조던의 그림이 들어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무난하고 순한 성품의 조던이지만 자신의 창작물(?)에는 풍자와 비판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남학생 피라미드 학교 식당 서열 가이드] 라는 그림에서 보면 선호와 비선호 자리에 어떤 그룹의 아이들이 앉는지 알 수 있고 무언의 권력관계를 짐작할 수도 있다. [책의 겉표지만 보고 아이들 판단하기]라는 그림을 보면서 처음에는 웃었지만 곧 뜨끔해졌다. '주류 도서'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도서'는 표지부터가 다르다. 사람들은 무심코 대상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을 선물하거나 권해주는데, 거기에도 편견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조던이 차별과 괴롭힘 속에서만 살았던 건 아니다. 앤디 같은 녀석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긴 했지만 괜찮은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백인이고 유색인이고 할 것 없이. 그리고 부당하고 꽉막힌 담임선생님도 있었지만 조던의 소질을 인정해주고 조던의 작품을 앨범표지로 활용해 자존감을 높여준 미술선생님 같은 분도 있었다. 세상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소수의 악영향이 너무 커서 문제지... 그리고 '좋은'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으니 늘 배우고 성찰해야 한다. 그렇게해서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좋아져 왔다.

조던이 진로를 어떻게 정하고 앞길을 헤쳐 나가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로도 충분했다. 완벽하지도 늘 멋지지도 않지만 건강하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조던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새 학교에 적응하면서 동네 친구들(지난 학교 친구들)과도 반갑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립학교가 그것도 모르냐!"는 마지막 컷의 대사가 가장 흐뭇하고 좋았다. 이유는 읽어봐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엄청 빡센 학업과 과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학교의 커리큘럼이 좀 심하다 싶기도 했지만(아이들이 좀비 모습으로 등교...;;;) 인생 한 때 이런 치열한 노력의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단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따라서. 조던의 '뉴 키드'로서의 모습이 비슷한 시기를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찰을 가져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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