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방화범 그린이네 문학책장
하은경 지음, 이윤희 그림 / 그린북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추리문학에 의욕을 갖고 도전하시는 작가님인 것 같다. 이분의 책 중 <백산의 책>과 <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를 읽었는데 추리물은 아니었고 역사동화와 미래동화였지만 그 긴박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긴박감이야말로 추리문학의 필수요소이니 이전부터 갈고닦아 오셨다고 할 수 있겠다.

장편인줄 알고 책을 펼쳤는데 3편이 들어있었다. 모두 동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웃들의 일로, 방화나 귀금속 절도 등 사건 스케일은 크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다. 하긴 범죄자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내가 맘에 들었던 점은, 3편 모두 화자들 주변의 인물들이 정황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말에 이르러 그 의심을 모두 벗게 된다는 점이었다. 추리물이지만 따뜻하고 훈훈하다고 할까. 그러고보니 읽으면서 무섭지도 않았던 것 같다. 사건 전개에 대한 궁금증은 있지만 집에 혼자 있으면 못 읽겠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표제작인 [옆집의 방화범]이 내겐 솔직히 가장 실망스러웠다. 첫눈에 범인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단편이다보니 공식이 너무 드러났다고 해야 하나. 물론 '주인공은 절대 범인 아니야. 나중에 밝혀질거야' 이걸 아는 상태에서 봤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들 눈에는 그렇게 바로 띄지 않는다면 좋겠다. 그 점만 빼면 인물들에게 마음이 가는 그 느낌이 좋았다. 혼자된 엄마와 가게 사장님과의 만남, 그 만남이 싫은 사춘기 소년, 떨떠름한 소년이 못마땅한 옆집 소녀(화자). 그리고 일어난 방화사건은 소녀의 애를 태우고.... 그러나 결국 모든 인물의 감정을 말끔히 드러내고 또 새로운 감정을 싹틔우며 정리된다.

두번째 이야기 [불도그 미구]에서는 아랫집 부부가 키우는 불독이 나온다. 사건은 금은방 절도 사건이다. 특히 커다란 다이아몬드까지! 다이아몬드와 불독은 무슨 관계일까? 나도 이건 후반부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선 사건 자체보다도 '못된 녀석'으로 낙인찍힌 유철이가 더 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아이들은 더 의심받기 쉽다. 그 낙인에 한몫을 하는 교사의 모습도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몹시 보기 불편했다. 막다른 곳에서 인간은 (특히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런 환경에 내몰린 아이들을 어떻게 판별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맘이 무거웠다. 그래도 유철이 안의 착함이 빛을 발해서 다행이었다. 특히 불독과의 사이에서.^^

세번째 [춤추는 아이]는 추리동화보다도 여학생들이 주로 등장하는 고학년 단편집에서 본 듯한 익숙함을 준다. 물론 같은 줄거리가 또 있는 건 아닌데, 재능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부러움과 시기와 미묘한 감정들, 그안에서 얽혀가는 이야기는 많이 본 듯하다. 발레 영재인 제나와 만년 2인자인 지효,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등장하고 발레입시를 앞둔 제나에게 치명적인 자전거 사고가 일어난다. 범인은 그럼 2인자인 지효란 말인가? 과연?

고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하고 추리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도 무난히 읽을 만하다. 낙인과 편견, 오해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춤추는 아이] 같은 경우는 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범죄에만 집중하지 않은 이런 추리문학.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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