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전이수 작가의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한 것이 재작년이었다. 그때 가르치던 아이들이 4학년, 2008년생들이었다. 전이수 작가도 2008년생.
“얘들아, 이 작가가 너희들이랑 같은 나이야. 지금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 다닌다면 너희들과 같은 4학년인 거지.”
그런데 올해 또 2008년생들을 맡았다. 올해는 6학년. 난 2008년생들과 인연이 많네. 그러고보니 전이수 작가도 이제 중학생이 되는구나.(나이로)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짤막하지만, 그래도 그 깊이 면에서 우리반 녀석들과 비교하면 한숨이 나온다. 온라인으로 글쓰기 피드백을 하다가 지친 날, 이 책을 보는 게 아니었다.ㅎㅎㅎ 니가 잘못한 거야! 그리고 이 작가는 무려 ‘영재발굴단’에 나왔던 영재라고. 평범한 아이들을 영재와 비교하는 만행을 저지르지 마라.^^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나랑 비교해도 그렇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던가? 하면 할수록 마음이 들볶이고 심신이 고단해지는 이런 생각들을, 나는 외면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면 나 또한 내 아들보다도 어린 이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기 힘든 것이다.

작가의 전작 중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고 아이들에게 소개했던 책은 『새로운 가족』이라는 그림책이었다. 담긴 메시지도 좋았고, 그 이야기가 장애를 가진 동생을 입양한 자신의 가족 이야기라는 점도 감동이었고, 그림도 상징도 다 감탄할 만했다. 그 책이 서사가 담긴 그림책이었다면 이 책은 그림 에세이다. 떠오르는 단상들을 그림과 함께 엮은 책이다.

일단 그림 면에서, 작가는 성큼성큼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그림은 잘 볼 줄 모른다. 다만 작가가 아주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얼핏 어디서 본듯하다 싶은 작품도 있지만 배우고 시도하는 과정에 당연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에서도, 기법에서도, 색감에서도 아주 다양한 느낌들이 난다. 아직 고정되지 않은 이런 다양한 시도를 거쳐 점점 자신만의 색깔을 갖게 될 것 같고, 자신의 색깔을 갖게 되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길 독자로서 바란다.

글에서는 문득문득 어린아이의 느낌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성숙함을 느낄 때가 더 많다. 물론 자신이 살아온 세월과 경험의 벽을 넘을 수는 없겠지만, 이 아이는 어쩌면 어른인 나보다 더 많은 ‘생각의 경험’을 해왔는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부모의 지지와 조력이 가장 큰 힘이 되었겠고, 스스로의 자기관리 능력도 대단해 보인다. 코로나 원격수업으로 폐인이 되어가는 몇몇 아이들을 바라보며, 오래 지속된 홈스쿨링에서도 이렇게 발전하고 결과물을 생산해 나가는 일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건, 예술가의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매일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예술가의 힘.
그리고 그 엄마의 위력인 것 같기도 하다. 자식에게 자유로운 마당을 펼쳐주고 존중하고 조력하며 자식과 대화를 나누고 묻고 답하며 생각을 돕는 일. 내면의 힘이 어지간해선 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부모와 자녀의 영재성의 콜라보가 아닐까 싶다.

앞부분의 내용이 서정적, 사색적 내용이라면 뒷부분으로 갈수록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소신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플라스틱 문제, 기아 문제, 노키즈 존에 대한 경험과 생각까지 담겨 있었다. 노키즈 존을 일부 납득하는 나는 좀 뜨끔했다.^^;;; 마지막 세 편의 글이 엄마에 대한 글이었다. 엄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고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놀라웠다. 정말 이 엄마는 아이들의 기둥이 되어 주었구나. 바깥에서의 어떤 성취보다 더 귀한 신뢰와 사랑이 아닐까 싶었다. 엄마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밤낮없이 바쁜 커리어우먼의 역할보다 더 많은 것을 했다고 본다. 나는 이렇게 살진 않았지. 무엇보다도 이렇게 단단할 기둥이 될 수가 없어서......

유명해지고 남들의 주목을 받을수록 이 가족의 결정 반경이 좁아질까 봐 조금은 걱정이 된다. (쓸데없는 오지랖ㅋ) 그냥 이들이 시선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지내다 예술적 샘물이 가득 고였을 때 그걸 흘려보내기만 했으면 좋겠다. 평범해도, 특별해도, 대단해도, 별볼일 없어도 모두 귀한 인생이다. 그런 눈으로 이 어린 예술가의 작품을 편견없이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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