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우주 그리고 산신령 그래 책이야 34
이혜령 지음, 신민재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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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혹등고래가 산다>를 지으신 이혜령 작가님의 책을 두 권 몰아서 더 읽었다. 이 책과 단편집 한 권. <혹등고래...>도 그랬는데, 주로 남자아이가 주인공이고 그들 사이의 갈등이나 우정을 많이 다뤘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체감상 여학생 문제를 다룬 동화들이 훨씬 많은데 이렇게 남학생들 이야기가 재미있게 쓰여진 것을 읽으니 반가웠다. (물론 여학생 이야기는 여학생만, 남학생 이야기는 남학생만 읽는 건 아니다. 그런데 책과 담쌓은 아이들 중에 남학생이 더 많고, 그 아이들에게 여학생 소재의 책을 건네면 좀 뜨악해 하는 건 사실이다.^^;;;;)

이 책의 연령대는 <혹등고래...>보다 한단계 낮아서 4학년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주인공들도 4학년) 남학생 주인공 두 명이 경쟁심과 열등감에 갈등을 겪다 해결된다는 큰 구성은 혹등고래와 비슷한 점이다. 다만 이 책에는 '산신령'이라는 판타지 요소가 있어서 좀더 귀엽고 편안한 느낌이 난다.

태양이는 우주를 '굴러온 돌'이라 규정했다. 여기서 짐작할수 있다시피 우주는 전학생이다. 정확히 말하면 '다시' 온 친구다. 1학년 때 호주로 갔다가 돌아온 것이다. 그때만 해도 우주는 적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돌아온 우주는? 키도 크지, 잘생겼지, 게다가 태양이의 자존심인 축구마저도! 더 잘해서 태양이의 자리를 위협하는 거다. 거기다 매너까지 있어 인기를 한몸에. 누가봐도 열등감과 시기심에 폭발할 상황 아닌가?^^

드러낼 순 없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아빠' 때문이다. (이부분 혹등고래와도 겹친다) 우주는 아빠와 등산도 하고 공원에서 캐치볼도 하는데, 태양이네 아빠는 집을 나갔고 연락도 잘 받지 않는다. 상황은 태양이의 미움이 커져만 가도록 계속 흘러간다.

산신령의 등장. 아빠 없이 혼자서 산에 갔던 날 태양이는 산신령을 만났다. 재미있는 발상은 산신령이 흰수염의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점. 오히려 어린 꼬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빠 없이 바쁜 엄마의 눈을 속이고 산신령과 한방에서 지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산신령은 태양이를 돕겠다고 한다. 뭘 어떻게? 그리하여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ㅎㅎ

어수룩한 산신령이 등장하여 이야기는 혹등고래보다 훨씬 경쾌해졌지만, 아이 내면의 갈등은 그리 가볍지 않다. 첫째로 아빠의 부재. 남자아이에게 아빠의 존재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있다고들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경우 극복을 돕는 일에 매진해야겠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남은 경우 아빠들의 책임감과 문제의식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 아들은 아빠의 그늘에서 쉬고 아빠를 닮으며 자란다.

두번째로 자존감의 상실과 그 결과로 빠져드는 열등감, 시기심. 이것이 사람을 얼마나 못나게 만드는지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돌이킬 성찰의 힘이 있다면 그의 인생은 새 빛을 얻을지니.

우주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보자. 우주는 과연 완벽하고 멋지기만 할까? 우주라고 찔리면 아픈 곳이 없을까? 우주가 태양이의 주전 자리를 완벽히 꿰차고 스타로 등극할 기회에서 가짜붕대를 감고 그 기회를 차버린 그 마음은 뭘까? 완벽한 도덕성? 그건 아닐 것이다.

"우린 절대 왕따가 될 수 없어."
"둘을 어떻게 왕따시키냐. 둘이 놀면 되지. 그치, 태양아?"
이런 대사를 이끌어낸 스토리 능력이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각자 보냈던 3년의 시간은 각자의 상처 속에 높은 담을 쌓기에 충분했지만, 그 담을 일단 무너뜨리자 이전보다 더 큰 우정이 찾아왔다. 아이들이어서 가능한 것일수도 있고,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것도 어느정도 사실이다.

산신령 은달이의 역할은? 살짝 거들 뿐?ㅎㅎㅎ 독자에게는 더 큰 역할을 해줬다. 은달이가 있어 유쾌하게 지켜봤다는 것. '나, 우주, 그리고 산신령'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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