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화가 났어? 울퉁불퉁 어린이 감성 동화 1
톤 텔레헨 글, 마르크 부타방 그림, 유동익 옮김 / 분홍고래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우화 모음 같은 그림동화책이라 가볍게 넘기다가, 엥???? 하면서 자세를 고쳐앉게 되었다. 어떤 편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럴수가!! 나는 확실히 철학적 내용에 약한가보다.ㅎㅎ
제목이 알려주듯 모두 '화'에 대한 이야기다.
화를 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1편 <외로운 너구리>에서는 태양에게 화를 내는 너구리가 나온다. '이번 한번만 지지 말라'고. 이 부질없는 요구를 진심으로 발을 쾅쾅 구르며, 서러워하고 원망하면서 한다. 결국 자신을 무시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태양이 막 넘어가는 붉은 벌판에 혼자 서있는 너구리는 '외로움'의 상징 같다. 이런 사람이 은근히 많다. (나도 비슷한 짓을 했던 적이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중에도 당연히 있다. 말이 안되는 요구를 하며 분노조절을 못하는 아이들. 그래놓고 나를 미워한다며 주변을 원망하는 아이들. 이 이야기를 읽으면 거울처럼 자신을 보게 될까?

2편 <나무에 오르고 싶은 코끼리>에서 코끼리는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다. 두 자신이 서로와 대화하며 싸운다. 하나는 나무에 올라가겠다고, 하나는 올라가지 말라고. 구제불능이라 욕하기도 하면서. 끝내 코끼리는 끝까지 올라갔지만, 다음 순서는 곤두박질! 코끼리의 내적 갈등을 어떻게 봐야할까? 자신을 향해 내는 화. 이것도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3편 <지렁이와 딱정벌레, 누가 더 화가 났을까?>에서 지렁이와 딱정벌레는 싸운다. 서로 자기가 더 화났다고. 어찌나 화를 내는지 고래고래 소리지르다 못해 이글이글 눈에서 나온 불꽃이 잔디를 사를 정도다. 그렇게 몇시간을 싸우다 밤이 되었는데, 이들의 마무리에 웃음이 실실 나온다. 그동안 낸 화가 아깝다 이녀석들아. 그럴 걸 왜 싸운거야? 아니 그렇게 싸웠으니 화해도 있는 건가? 싸우고 나야 해소되는 것도 있으니 일단 싸우게 두고 마무리를 아름답게? 글쎄, 어려운 문제다.^^;;;

<생쥐와 가재의 가방>은 특히 의미심장하다고 느꼈다. 어른들끼리도, 아이들하고도 나눌 이야기가 많다. 가재는 가방을 가지고 생쥐 집을 방문했다.
“저는 가재입니다. ‘화’를 보시겠습니까?”
“화내고 싶으면 그냥 화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절로 화가 나잖아요.”
“그렇지만 언제나 상황에 맞게 화가 나던가요?”
이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가재는 가방에서 여러 종류의 ‘화’를 하나하나 꺼냈다. 순간적으로 났다가 금방 사라져버리는 연한 붉은 색의 화, 주름진 회색빛 짜증, 자주색의 분노와 녹색의 질투.... 가방 바닥에서 언뜻 보이는 파란색에 생쥐가 관심을 보이자 그것은 ‘화’가 아니라고 한다. 더 깊은 슬픔이라고. 그것의 이름은 ‘우울’이었다. 우울을 걸친 생쥐가 먼곳을 바라보며 내쉬는 한숨이 슬프다. 하지만 누구나 그럴 때가 있으니.

<화내지 않는 다람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땃쥐는 남의 감정을 격동시키려는 이들을 상징하나?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남을 충동질하고 거기에 동요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더 길길이 분노하는.... 다람쥐는 땃쥐의 격발에도 끝까지 화내지 않았다. 땃쥐는 쓸쓸하고 우울하게 퇴장한다. 아마도 동요하지 않는 다람쥐의 모습이 자존감에 더 상처를 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람쥐가 너무한 건가? 감정에 대응하지 않는 것도 잔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냥 땃쥐의 문제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를 도와줄 만큼 다람쥐가 오지랖이 넓지 않을 뿐이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에 속한다. 나의 한계로는 그렇다.

<양보하기 싫은 하마와 코뿔소> 이야기는 ‘화’를 주제로 한 이야기 치고는 웃기고 경쾌하다. 좁은 길 가운데서 하마와 코뿔소가 만났다. 둘은 서로 비켜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둘은 마주보고 앉았다. 가져온 풀도 나눠먹었다. 같이 춤까지 추었다. 하지만 비켜주진 않았다. 결국은 날이 어두워 둘은 되돌아갔다.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ㅎㅎㅎ 이건 ‘귀여운 똥고집’에 해당되나? 얘네들은 다음에 만나면 누군가가 양보를 할까? 아니면 서로 양보하겠다고 싸울까? 헤어지면서 “다음에 만나도 비켜주지 않을 거다.”라고 큰소리치기는 했지만.^^

마지막 편 <화가 모두 사라진 날>에서는 화라는 감정도, 어떻게 내는 건지도 모두 잊어버린 동물들이 어쩔 줄 모르고 모여 앉아있다. 어느 순간 되살아난 ‘화’에 환호하는 동물들. 그들은 비로소 어쩔 줄 모르는 상태에서 좀 벗어나 홀가분한 듯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가 우리에게 말해주었듯이 어떤 특정 감정이 악은 아니다. 모든 감정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고 그것을 잘 표출하는 기술과 알아차림이 중요할 뿐이다. 억압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부른다. 이 책은 ‘화’를 중심으로 해서 그것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열두 편이 실려있는데 내가 다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글이 너무 길어져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편은 아리까리 좀 이해가 안가서리...^^;;; 나중에 다시 보면 이해가 갈 수도. 또 아이들은 그냥 바로 이해할지도 모르고.

감정을 다루는 많은 동화책과 그림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책꽂이 잘 보이는 곳에 꽂아놓을 책이다. 이중에 어떤 편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열두 편이나 되니 풍성하지 뭐. 그리고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그림이 아주 훌륭하다. 매우 정성스러운 그림일 뿐만 아니라 그림 자체에서도 느낌이 물씬물씬 난다. 판형도 크고, 생각보다 두껍고(편수가 많으니), 그림도 좋고, 캐낼 거리도 많고. 여러모로 흡족한 느낌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