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장애인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5
김혜온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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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 참 알차다. 나는 재개발과 에너지, 두 권을 읽었는데 초등용 만이라고 하기엔 내용 욕심(?)을 포기하지 않은 책들이라고 느꼈다. 흥미와 관심 유발 정도를 목표로 하는 가벼운 책들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내용을 꾹꾹 눌러담은 책들도 필요하다. 독서력이 좀 있어야 읽을 수 있겠지만 중학생 정도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분야의 적임자가 집필하셨다는 점도 좋다. 이 책을 쓰신 김혜온 선생님은 일단 장애학생들을 지도하는 특수교사이시고, 장애아동들의 삶에 애정을 담아 작품을 쓰시는 동화작가이며 젊은날 노들야학이라는 장애인 야학에서 교사로 일한 귀한 경험으로 그들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이다.

이 시리즈는 '희망 버스' 라는 판타지 소재로 주인공들을 과거, 현재, 미래로 자유자재로 이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 장점이 빛났다. 과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고 힘들고 암담하고 처절하다. 그 처절함이 현재를 이끌었다. 많은 면에서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미래는 아름다운 상상이다. 요즘들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렇게 아름답게 한 책을 거의 못본 것 같다. 하지만 그 상상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이 좋았다. 마음만 있다면, 합의만 된다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보이는 것들이었다. 제목 그대로 '희망' 버스의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이 가운데 민이가 장애인 짝꿍 솔비, 존재조차 모르게 시설에서 살았던 삼촌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부분(문학), 장애인들이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워온 역사와 정책, 용어 등에 대한 정보 부분(비문학)이 잘 어우러져 몰입감도 있고 적절한 정보도 쌓을 수 있는 알찬 책이 되었다.

민이의 6학년 첫 짝꿍은 휠체어를 타는 솔비. 민이는 이미 작년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재현이와 같은 반을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비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아 툴툴거린다. 그런 말에 어두운 표정을 짓던 아빠가 폭탄선언처럼 알려준 사실. 아빠에게는 동생이 있었다. (민이에겐 삼촌) 어릴때 열병을 앓고 뇌성마비 장애인이 된 삼촌은 학교에도 못가고 집에 갇혀 지내다 시설에 맡겨졌다. 이후 30년간, 가족과도 단절된 채 시설에서만 지냈다.

삼촌이 지낸 시설은 뉴스에 나오는 학대와 노역이 있는 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정도도 고마운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자기결정권. 그것이 없는 삶은 의미없고 무료했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삶이었다. 삼촌은 더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면서도 시설 바깥의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쉽게 '시설'을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더라" 했다는 말이 부끄럽다. 구별하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장애인들을 대해 왔다. 하지만 우리의 지향점은 장애가 하나의 특징으로 이해되고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상이다. 언젠가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인 특수교육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전제로 하신 말씀이 이것이었다. "앞으로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온전한 통합교육. 그것을 위해선 교사들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어느정도 같은 관점과 이해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그 기초를 놓을 만한 튼튼한 내용을 갖추었다.

과거로 간 희망버스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위해 처절히 싸우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나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민폐 끼친다는 비난에 움츠러들어 평생을 좁은 공간에 나를 가두고 무력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분들은 거리로 나섰다. 조금의 불편을 참지 못해 이들에게 욕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을 통해 눈을 뜨고 사재를 털어 장애인들의 생활공간 '평원재'를 지은 고 이종각 선생 같은 분도 있다. 그외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어도 그들의 옆에서 함께해준 많은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씩 진보한다.

그 진보는 미래로 간 희망버스가 아름답게 보여준다. 유니버설 디자인, 배리어 프리 같은 용어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특별한 요구가 해결된다면 장애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는데, 위에서 쓴 교수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마치 내가 안경으로 시력교정을 하고 정상인으로 사는 것처럼....(안경이 없다면 난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 미래에는 더 발달한 기술로 다양한 교정 제품들이 나와 장애인들의 필요가 해결되면 좋겠다.

기술적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문제나 그렇듯 마음가짐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가짐. 그것을 바꾸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하지만 과거로 간 희망버스에서 본 처절함에 우리가 놀라고 눈물 흘렸듯이, 미래는 지금의 문제들이 좀더 해결되어 있을거라 믿는다. 이 책이 많이 읽힐 수록 그 일에 조금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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