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바다 물고기 - 제12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대상 수상작 작은 책마을 51
황섭균 지음, 이주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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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단편 세 편이 들어있는 동화집이다. 푸른 바다의 새하얀 포말, 파란 하늘의 눈부신 햇살처럼 깨끗하고 명료한 이미지의 상상들이다. 아주 오랜만에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표제작인 [이불 바다 물고기]가 가장 새로웠다. 상상 속에서 그리움도 반가움도 슬픔도 사랑도 희망도 다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햇빛에 널어 말린 서걱하면서도 따뜻한 이불의 감촉을 묘사한 부분에선 아는 사람만 알 것 같은 어린시절의 그리움이 솟아난다. (나는 알지만 우리 애들은 모를거다. 우리 엄마는 나한테 늘 그 이불의 감촉을 선사했지만 난 우리 애들한테 그러지 못했거든.ㅠ) 그 위에 누워 어느새 물고기가 된 아이는 바쁘다. 할머니한테 가려고! 먼저 시장에 가서 만두를 산다. 할머니가 드시고 싶다던 거다. 할머니는 콧줄을 하고 계셔서....

이 대목에서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신가 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물고기가 된 아이에게 사람들은 어딜 가냐 묻고, 할머니에게 간다고 하자 선물 하나씩을 안긴다. 옷가게 아저씨는 할머니가 만지작거리다 결국 못 산 꽃무늬 원피스를, 고모는 분홍색 립스틱을, 아빠는 손편지를.... 할머니는 두 달 전에 돌아가신 거였다.ㅠ 그런데 할머니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평소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곳에 가봐. 운이 좋으면 만날 수도 있지."
아이는 결국 어디까지 헤엄쳐 가서 할머니를 만났을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할머니는 아이를 다시 여기, 이불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불 구석에 수놓아진 물고기를 아이는 소중하게 매만진다.
"할머니, 여기 계시다가 가고 싶은 곳 가세요. 그리고 또 오세요!"

우리 아버지도 돌아가시기 3주 전부턴 콧줄을 하셨다. 가장 싫어하시던 거였지.ㅠ 우리 어머님은 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되신 지 모르고 "만두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상황을 파악하신 후에는 절대 그 말씀을 하지 않고 돌아가셨다. 이야기 속 할머니는 이제 손자와 함께 만두를 맛나게 드신다. "식어도 맛나네." 하시면서.... 무거운 육신을 벗고 이제는 가벼우시겠지? 물고기처럼.

생각해보니 내게 가장 느낌있는 이 표제작이 아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두번째 작품 [설탕 눈을 만드는 하얀 말]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설탕처럼 반짝반짝한 상상이 빛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내게는 살짝... 작가의 육성이 그대로 들리는 느낌이어서, 좋지만 약간 과한 느낌도 들었다. 작가의 육성이란 "환상은 존재해. 그걸 믿어야 행복해." 이런 것? 그 메시지가 튀게 들린다면 내가 문제인거겠지.^^ 판타지를 그리워하면서도 그 안에 빠지지는 못하는거. 나도 한번 빠져보고 싶다. 어린날 그때처럼.

마지막 작품 [비밀 의자]도 짧은 내용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이 작품의 판타지는 산책로에 있는 의자. 의자에 앉아 분통을 터뜨리던 우상이는 의자와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된다. 의자의 역할에 많은 시사점이 있다. 일단 같이 욕을 해주었다! 우상이의 이야기를 듣고 선택을 존중해주었다. 의자에게 쏟아놓은 덕분에 우상이는 흥분을 내려놓고 사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나서 보니 자기가 못 본 상황이 보였다. 이때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큰일 날 뻔 했네! 안 참았으면 어쩔 뻔했어!'
누구에게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때 비밀의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던가. 아이들에겐 이 의자의 역할을 해줄 어른이 필요하다. 늘 준비하고 있어야겠지.

세상에 그렇게 많은 동화들이 있는데 이렇게 새로운 느낌을 또 줄 수가 있다니, 인간의 삶이 이어지는 한 이야기는 영원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드는구나. 얼마나 다행이냐. 이 암담한 세상도 어떻게든 살아낼 수 있을거야 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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