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숲 도서관 그림책이 참 좋아 73
최지혜.김성은 지음, 김유진 그림 / 책읽는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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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감상 포인트는 여러 군데 있을 것이고 해석도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런 쪽으로 생각을 해봤다. 자연(바람, 숲)과 문명(문자, 책)의 조화?

ㅎㅎㅎ 너무 거창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이걸 거창하지 않은 표현으로 바꿔본다면,
아이는 자연 속에서 키우는 것이 좋은가? 책 속에서 키우는 것이 좋은가?
ㅋㅋ 이 질문도 너무나 우문 같다. 하지만 직접은 아니라 건너이긴 하지만 좀 극단적인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내게는 의미있는 질문이다.

교사로서도 그렇다. 나를 '독서교육'으로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너무 책, 책, 독서, 독서, 이러지는 않으려고 한다. 물론 나의 역량이 깊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깊다고 해도 자제하고 싶다. 반면, 자연적인 것을 추구하시는 교육방식에도 살짝 갸우뚱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쉬운 결론을 내려 버렸다. 한쪽만 너무 강조하지 말자! 그 중간 어디쯤에 적정선이 있을꺼야! 찾기 어려워서 그렇지!

문자가 발명된 이후로 인류는 모든 지식과 정신적인 산물을 책이라는 매체로 축적, 전수해왔다. 책에는 인류의 지혜와 감성이 담겨있다. 책의 세계를 모른다는 건 큰 행복과 가치를 하나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집착하여 자녀를 키우면 약간 기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걸 보고 나는 회의를 품었었다. 책만 보는 이 아이와, 요리조리 뺀질거리다 틈만 나면 튀어나가는 저 아이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누가 더 주변을 행복하게 할까?

이 그림책은 그런 고민의 발단이 되기엔 너무 아름답다. "숲에 바람이 불어와요." 로 그림과 이야기는 시작된다. 흩날리는 머릿결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에서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느껴진다.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는 하나둘 책으로 태어나요." 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산딸기 책에 빠져들자 다람쥐는 도토리책에, 토끼도 토끼풀 책에 빠져든다. 숲은 도서관이 되었다. 그 속에서는 상상도, 모험도 할 수 있고 공감도 이해도 깨달음도 가능하다. 다음날 아침 다시 찾아간 바람숲 도서관의 장면! 아늑하고 시원하고 풍족하고 신비로운 그 공간! 아 나도 저곳에서 숲냄새를 맡으며 책을 고르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을 느끼며 책을 읽다가 좋아하는 이들이랑 오순도순 산책도 하고 그러고 싶다. 마지막 장면은 "바닷가 모래밭에 바람이 불어와요." 여기는 또 어떤 도서관이 될까.^^

행복이 비싼 데 있지 않으면 좋겠다.
자연과 책 이 모두가 멀지 않은 곳에, 누구나 손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살아가면 좋겠는데. 그런데.... 이것도 너무 큰 바람이라면 그건 슬플 것 같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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