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는 아이 바람 어린이책 12
심진규 지음, 장선환 그림 / 천개의바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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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강을 건넜다고 했으니. 세상의 한계를 뛰어 넘으리라는 걸. 하지만 현실(?)의 늪에 빠진 나는 예측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신분의 벽과 절망. 나도 그 안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 결말에 갑자기 지붕이 쩍 열린 느낌이었다. 당황했다고나 할까.^^;;;

난 역사동화를 꽤 읽었다. 일부러 찾아서 읽고 시대순으로 목록도 만들고, 반 아이들과 역사동화 프로젝트 활동도 해보았다. (말이 프로젝트지 별건 아녔음ㅋ) 이 책에는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건이 전면에 나오진 않는다. 동학농민운동이라든지, 임진왜란이라든지, 삼별초의 항쟁이라든지 등등... 다만 문종이 왕위에서 금방 죽고, 어린 임금 단종이 왕위에 오르고, 또 그 임금이 힘없이 쫓겨나고 숙부인 세조가 왕이 되는, 그 시대인 것만은 알 수 있다. 주인공 장쇠가 쫓겨난 어린 임금에게 연민을 품으며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면서도, 그를 쫓아낸 세조에게 발탁되어 꿈을 이룬다는 면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이 역사동화는 실제 인물보다는 역사적 상상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쓰여졌다. 그런데 몰입감 면에서 그 어떤 역사동화보다 생생하다. 주인공의 상황에 가슴 졸이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웬만한 드라마 저리가라 할 정도였다. 그래서였나보다. 장쇠의 큰 성취가 갑작스럽게 느껴졌던 것은.

이 책에선 내가 몰랐던 백정의 삶과 사냥꾼들의 삶이 나온다. 작가가 많이 찾아보셨겠구나 하고 느낀 부분이다. 장쇠의 부친은 솜씨가 뛰어난 백정이었다. 그러나 천민인 백정에게 솜씨가 뛰어나다는 건 삶을 안전하게 해주는 무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양반들에게 강제로 이용되고 버려지고, 위험은 혼자 감수해야 했다. 그는 그 삶이 끔찍해 처자식을 데리고 먼 산 속으로 떠나 새 삶을 일구려 한다. 하지만 행복은 언제나 짧았고 위기는 속수무책 다가왔다.

부모님을 떠나보낸 장쇠는 사냥꾼으로 성장한다. 사냥꾼의 삶도 백정과 다를 것 없었다. 양반들의 부름에 따라야 하며 위험은 혼자 짊어진다. 하지만 장쇠가 유능한 사냥꾼이 되어가는 모습은 멋있었다. 호랑이 앞에서도 침착하게 화살을 날리는 모습이....!!^^ 그리고 주변인물들, 아버지의 친구이자 사냥의 스승인 육손이, 그리고 그의 딸 복례, 착호인으로 나선 길에서 만난 친구 개똥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어른 차돌영감 등 조연들의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활약도 눈부시다.

장쇠가 겪는 클라이막스의 고난이 지켜보기 힘들고 안타까웠다. 아마도 이것이 현실이었을 것이다. 현실이 이야기보다도 참혹한 법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벗어나는 장쇠를 보여주어 독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었고, 마침내 그가 넘고자 하는 강보다 훨씬 넓은 강을 건너 독자들에게 환호를 선사한다.

오랜만에 읽은 역사동화가 긴박감이 넘치면서도 그 시대 백성들의 삶을 머릿속에 그리며 공감하며 따라갈 수 있어서 좋았다. 흔히 보지 못하던 소재인 점도 좋았다. 아이들도 푹 빠져 읽을 것 같다. 특히 옴쭉달싹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 속에서도 배움과 성장을 꿈꾸었던 장쇠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온다면 좋겠다. 어른이 보는 희망사항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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