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그림책봄 13
다비드 칼리 지음,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 봄개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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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인생이 반영된 이야기인가? 싶은 이 책에서 '집'이란 단순히 건축물로서의 집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배경, 환경, 나아가서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인생을 회고하는 노년층에게도, 슬슬 노년을 바라보는 중년층에게도, 인생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청장년층에도 두루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 또한 그나름대로 자신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한테 딱 맞는 집을 찾는 일이 나는 항상 어려웠어." 라는 첫문장에서부터 느껴진다. '집'이란 인생에서 찾아가는 그 무엇이구나. 누구나 결핍을 느낀다. 이것인가? 하고 쫓아가보면 또 그것만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쫓아감의 연속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쫓아감의 끝은 결국 어디인가? 이 책은 그 과정을 가장 단순하고도 극적으로 보여준다. '집'을 많이 옮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바닷가 작고 허름한 집에서 자란 주인공은 대학생(아마도)이 되면서 작은 도시의 다락방으로 이사했다. 졸업 후엔 파리의 북적이는 예술가 거리에서 살았다. 20년 정도.... 그는 충분히 '성공한' 예술가가 된 듯하다. 하지만 왠지모를 답답함이 그를 외국으로 이끌었고 그는 더 큰 도시의 아파트 19층에 살며 날마다 멋진 풍경을 보았다. 세월이 더 흐르자 그것도 시들해졌고 삭막한 도시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그는 친구가 빌려준 언덕 위의 호화로운 빌라로 거처를 옮겼다. 와우, 집에서 수영도 골프도 할 수 있는? 그럼 뭐해. 그건 그에게 별로 즐거운 일도 아닌걸....

그는 이번엔 작은 섬으로 갔다.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너무나 '아무 일도 없었다'. 그는 아예 집 없이 떠돌아다니기로 했다. 몇 년을 떠돌던 중 드디어 '어떤 집'에 꽂혀 그 집을 사 버렸다. 그 집은 어떤 집이냐면......

그림책의 줄거리를 적으면 위와 같이 단순하다. 하지만 그림책에서 읽을 것은 줄거리만이 아니다. 그림에 볼 것이 더 많다. (정확히 말하면 '그림과 함께' 읽어야 한다.) 그림을 보며 다양한 건축물들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소년기부터 노년기까지 한 예술가의 일생에 초점을 맞춰 볼 수도 있을테고, 숨겨놓은 상징을 찾아 해석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에 감탄해도 좋다. 가는 펜선에 깔끔한 파스텔톤의 채색이 입혀진 그림이 나도 꽤 맘에 들었다.

나는 주인공처럼 많은 집을 옮겨다니지 않았다. 추구하는 것에 별 변화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고 섣불리 저지르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 때문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혹은 '추구하는 것'이 그렇게 강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추구했던 건 '월급'과 그에 값을 치르는 일에 대한 책임? 그리고 그 월급으로 꾸려가는 가족들과의 평탄한 일상? 정도였으니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여행은 되돌아오기 위한 떠남이다' 이런 말도 있지만 어쨌거나 떠나야 되돌아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떠날 여지도 없이 옴쪽달싹도 할 수 없는 삶이라면 출발도 할 수 없으니 도착도 할 수 없는거 아닌가? 멀리 돌아 도착한 원점은 귀하지만, 출발조차 할 수 없었던 원점이 귀할까? 그런 이들이 이 책을 보며 느끼는 감정은 "부럽다...."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완전히 그렇진 않지만 약간은 그런 감정도 든다.^^;;;;

건축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최초의 기억은 셋방살이다. 본채와 셋방이 떨어져 있었고 화장실도 밖에 있었던... 그때 주인집 언니가 우리 언니랑 동갑이었는데 날마다 주인아줌마한테 혼나고 두들겨 맞았고, 그때마다 아줌마는 우리 언니를 소환했고, 언니는 본채로 들어가 같은 학년이던 주인집 언니의 공부를 봐줬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던 때.^^;;; 다음 집은 한옥집. 봄이면 제비가 날아와 처마밑에 집을 지었고, 골목길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나와 함께 어울려 놀았다. 다음엔 경춘선 기차길 바로 옆의 연립.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TV가 지직거릴 정도로 기차길에 인접한 집이었다. 그후 연립을 한번 더 거치고서야 아파트에 살게 됐다. 지금도 아파트에 살고 있다. 페이스북 같은데서 다른 분들의 색다른 주거형태를 보면 부럽기는 한데, 절대 따라하진 못할 것 같다. 신경쓸 것이 많은 삶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주인공이 호화빌라에 살면서 느끼던 감정에도 공감한다. 그냥 딱 세간살이랑 책 꽂아두고 잠자고 먹고 책 보고 강아지 한마리 기를 수 있는 치우기 적당한 공간이면 족할 것 같다.^^;;;;

그동안 그림책을 실용적 목적(읽어주기나 수업에 써먹음)으로 주로 보던 편이었다. 이 책을 그렇게 할지는 아직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소장책으로 아끼는 책이 될거 같다. 가끔 다시 꺼내보면서. 다시 볼 때 다른 느낌이 또 든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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