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박사의 비밀지도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9
앤드류 클레먼츠 지음, 김난령 옮김 / 열린어린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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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클레먼츠의 작품답게 역시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단순한 발단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이어지고 반전을 거쳐 흐뭇하게 끝맺는다. 이건 뭐 거의 이 작가의 공식이랄까? 엉뚱하고 전형적이지 않은 아이들이 등장하여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펼쳐지지만, 결국은 무난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훈훈하게 교훈을 주며 끝난다. 시시하냐고? 아니 아니다. 나는 이 작가의 이런 점이 무척 좋다.^^

우리말로 지도라고 하면 지리적인 지도를 당연히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에서의 지도는 더 넓은 개념이었다. 지리적 지도도 물론 포함되지만 그보다는 자료 조사와 통계, 통계의 시각적 표현에 가까웠다. 창의적 그래프라고 이해하면 빠를까? 이 책의 주인공 알튼은 어릴 때부터 여기에 꽂혀 있는 아이였다.

알튼은 이 책에서 불미스럽게(?) 등장했다. 전교생이 하는 소방훈련에서 따라 나오지 않고 혼자 교실에 남아 신규교사인 윌링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 것이다. 혼비백산한 선생님이 알튼을 발견했을 때! 아이는 교실바닥에 엎드려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이 아이가 지도에 빠지게 된 과정을 보면 인상적이면서 꽤 바람직하기도 하다. 아기 때 부모가 아기 주변을 관련된 것들로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은 맞지만, 이후 아이는 혼자의 힘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나가고,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스스로 익히고, 나아가서 스스로가 '제작자'가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나는 이런 몰입의 경험이 없어서 이런 사람들이 솔직히 부럽다.

그런데 지도박사는 그의 이런 경향으로 민폐를 끼치고 말았으니.... 책의 발단은 소방훈련이지만 시간순으로는 더 먼저 일어난 일이 있었다. 알튼은 자신과 많이 다른 친구 퀸트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퀸트는 활발하고 대범해보였으며, 거침없이 말하고(비속어 같은 것도 좀), 특히 알튼이 하는 걸 보다가 감탄에 가까운 칭찬을 잘해주었다. 세번째 이유가 이해가 간다. 누구에게나 이런 존재가 필요하니까.

어느날 알튼은 자신의 결과물들이 담긴 서류철을 학교에 가져왔고, 퀸트를 도서실로 불러 지도를 몰래 보여주었다. 첫번째로 꺼낸 것은 '윌링 선생님의 뇌구조'. 퀸트 특유의 폭풍같은 반응 때문에 도서실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다른 것은 못보고 교실로 향해야 했다. 하교시간, 사물함을 열어본 알튼에게 기절초풍할 일이 생겼다. 그의 보물인 서류철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건 단지 소중히 여기는게 없어졌다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알튼이 지도에 담은 내용, 그건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것들이었다. '윌링 선생님의 뇌구조' 처럼 타인들이 보면 낄낄거릴 수 있지만 당사자는 그럴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알튼은 나쁜 의도에서 그린 건 아니었고 공개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긴 하지만.

지도는 누구의 손에 들어갔을까? 그리고 그는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초조해하는 알튼과 함께 독자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순간이다. 드디어! 범인의 연락이 도착했다.
"중요한 걸 잃어버렸니?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곧 연락하겠다."
이어지는 연락에는 "지령을 따르지 않으면 너의 지도들이 모두 공개될 것이다." 라는 협박도 들어있다. 지령에 따를 때마다 지도 한장씩을 돌려준다는 조건도 함께.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알튼과 독자 모두 첫 지도를 보고 감탄했던 퀸트를 의심하지만 그는 아니었고, 둘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리고 알튼은 지도를 돌려받기 위해 하나씩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지령에서 요구하지 않았지만 미션 해결 중 알튼은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게 되는데,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것도 훈훈하고 재미있다. 자,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난 범인은?^^

이 작가의 작품 중 현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은 <프린들 주세요>다. 그냥도 읽히지만 사전을 공부할 때 많이 활용된다. 이 책은 지도 단원에서 읽어도 좋겠다. 구글어스를 활용하는 장면도 나오고 지오캐싱이라는 첨단 레포츠에 대해서도 나온다. (나도 처음 알았음) 그보다도 수학 그래프 단원이 좀더 밀접할 것 같기도 하다. 관심과 관찰에 의한 정보수집, 수집한 정보의 통계처리(여기선 비율 공부를 해야 함), 통계의 유의미와 신뢰성에 대한 판단, 통계를 표현하고 활용하는 방식 등등. 작가는 공립학교 교사로 일했다. 책 서문에 이런 헌사가 있다.
"따뜻한 보살핌과 지도로 내가 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게 이끌어주신 존 프랭클린 스머트니께 바칩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기발함과 함께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작가와 비슷한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모종의 신뢰감을 준다. 물론 그런 책만 읽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책마다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이런 이유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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