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들 - 2021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2021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프랑스 아동청소년문학상 앵코륍티블 상 수상 바람청소년문고 11
클레망틴 보베 지음, 손윤지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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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지고 유쾌한 그림의 500pcs 퍼즐이 한조각의 빈틈도 없이 딱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맞추는 동안도 지루하지 않고 내내 흥미진진했다.

돼지들. 이 책의 제목인 '돼지들'은 3명의 청소년기 여성이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sns에서 투표로 뽑은 '올해의 돼지'에서 금은동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보다 인권의식이 더 앞서있을 것 같은데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좀 의아하다. 우리는 이 비슷한 일만 있어도 학폭위가 열릴텐데?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이라 학교에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문학작품은 다큐가 아니니 이정도 의문은 넘어가자.

세상은 미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몰아세운다. 나도 그 '미의 기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외모로 덕을 본 적은 일평생 없었던 것 같다.ㅋㅋ 다만 뚱뚱하진 않았어서 그런 종류의 비하를 받은 적은 없는데, 확찐자의 시대에 나 또한 예외가 아닌지라 외모는 갈수록 나의 핸디캡이 되어가고 있는 중? 그래봤자 예뻐보이고 싶다는 욕구가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므로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ㅎㅎ

이 정도면 다행인 거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냥저냥 '내가 평균이야." 이런 정신승리로 살아가면 편한데, 내가 보기엔 충분히 예쁜데도 남들이 만들어놓은 편협한 기준에 자신을 끼워넣고 자신의 자원을 낭비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 책을 보라!! 당신들보다 백배천배는 멋진 '돼지들'이 있으니!

이 책의 화자이자 돼지들의 대표격인 미레유는 엄마가 싱글맘으로 낳은 아이다.(지금은 새아빠가 있음) "그러게, 누가 못생긴 남자랑 자래요?" 이런 식으로 말도 거침이 없고 은근히 유머도 뛰어나며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넘 맘에 든다. 하지만... 모르겠다. 이 아이를 현실에서 만났을 때 이렇게 매력적으로 느낄지는. 어떻게보면 나도 이 대회를 만든 말로 류의 찌질남들과 같은 시각을 갖고 있을지도.

초월한 듯 호탕하게 말하지만 완벽하게 괜찮을 수는 없을 터. 자신을 찾아온 아스트리드를 만나 마음을 나눈 미레유는 나머지 한명인 하키마까지 찾아간다. 셋은 완전체로 만나게 된 것. 게다가 미레유는 아주 특별한 한 사람을 더 만난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눈부신 남자. 하키마의 오빠인 그는 전장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유일하게 생존했으며 두 다리를 잃었다. (미레유는 그를 '선샤인'이라 칭한다) 여기서부터 기가 막힌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얼마 후 파리에서 열릴 엘리제 궁의 가든파티를 찾아갈 이유가 모두에게 생겨버린 것이다. 이들이 만나야 할 사람이 여기에 다 모인다니! 각자가 만나야 할 사람들은 이렇다.

• 미레유 : 친아빠. 그는 미레유의 존재를 모른다. 그리고 그가 지금 어떤 신분인지 안다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 아스트리드 : 프랑스 최고의 록밴드 엥도신. (난 처음 듣는데 검색해보니 실존 그룹이다. 한 곡 다운받아 들어봤는데 내취향은 아닌듯했다.^^;;)
• 하키마 남매 : 선샤인을 사지로 내몬 사신 장군

이렇게 각자의, 그리고 공통의 목표로 의기투합된 이들은 파리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준비한다. 이동수단은 자전거! (선샤인은 휠체어) 그리고 세 대의 자전거 뒤에는 푸드트럭을 달고! 약 일주일 걸리는 험난한 길을 그들은 출발한다. 이 이벤트성 여정은 눈에 띄었고, 화제가 되었고, 실시간 보도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들을 기다리기까지 했다. 끝까지 비밀에 붙여진 것은 그들의 여행 목적. 과연, 그들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졌을까? 그들은 목적을 달성했을까? 그들은 최초의 목표를 끝까지 고수했을까?

화자인 미레유의 입담은 거침이 없다. 이 책 재미의 절반은 그녀가 담당한다. 그녀의 입담=작가의 필력이다. 번역되었음에도 느껴지는 생생한 유머.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다. 앗 그러고보니 번역자도 실력자이신 것 같다.

미레유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든 찌질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핑계 대지 말자고. 눈을 깔고 파고만 들어가지 말고 고개를 들자고. 그리고 함께 하자고. 당당한 표출과 함께 적당한 관용과 내면의 성찰도 필요하다고.

초등에게는 6학년이라도 권해주기는 좀 어렵겠고,(아쉽) 중2 이상이면 재미를 만끽하며 함께 읽기 좋겠다. 아주 건강미가 넘치는 책. 응원심이 샘솟는 책, 함께 페달을 돌리고 싶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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