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힘
김현경 지음 / 엠앤키즈(M&Kids)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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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감상책을 아주 오랜만에 읽었다. 10여 년 전에는 꽤 여러 권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주헌 님의 <느낌 있는 그림 이야기>가 그 시작이었다. 이주헌 님은 그 책 이후로도 여러권의 어린이 대상의 미술감상책을 쓰셨는데, 그 책들을 읽으며 나는 엉뚱하게도 '뭘 하든지 글을 잘 써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ㅎㅎ 요즘엔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서 검색해보니 요즘은 어른책 위주로 쓰시는 듯.... 이후 장세현 님이나 우리 옛그림 쪽으로는 최석조 님 등의 책들을 흥미있게 봤다. 엊그제 같은데 꽤 지난 일이네.

나는 도서실 활용 수업에 관심이 있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꺼리가 있으면 시도해보는 편이다. 미술 감상수업도 그렇게 했었다. 미술관에 데려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도서실에는 위에서 얘기한 저 책들 외에도 탐스러운 책들이 잔뜩 있으니까. 사실 실물을 보는 걸 제외한다면 책보다 좋은 자료가 어디 있을까. 요즘 어린이책들이 얼마나 잘 만들어져 나오는데.

근데 슬프다. 올해는 코로나가 도서실까지 개점휴업 상황을 만들어놔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먼지만 쌓여가는 책들은.... 아쉽고 아깝다. 2학기엔 괜찮아지겠지 기대하며 2학기 미술 단원을 훑다가 이 책을 샀는데, 샀으니까 읽었는데, 그냥 나만 읽고 끝날수도 있겠다.ㅠㅠ 일단 읽었으니 기록은 해두자.

이 책은 외적인 면에서 그닥 눈을 사로잡는 구성이 아니다. 오히려 10년 전에 봤던 봤던 책들보다 더 오래된 책 같다.^^;;; 표지나 글씨체도 평범하고 줄간격 등도 가독성이 높지 않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 세련된 편집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높이 산 것은 내용의 구성이다. 저자의 필력이라고도 하겠고 신선한 관점, 흥미있는 설명이라고도 하겠다.

저자는 소설가라고 한다. 소설을 잘 안읽는 나는 저자의 이름도 처음 들었고 작품도 읽어본 게 없다. 그런데 흥미롭다. 애니어그램을 소재로 심리실용소설도 쓰셨다고 하고, 유튜버도 하시는 것 같고... 궁금해서 이분의 소설 한 권 읽어봐야 될 것 같다.^^ 새로운 시도에 거부감이 없는 성향(내 짐작)대로 문학인이지만 미술 감상에도 조예가 깊고, 나름대로의 자유로운 감상으로 이 책을 쓰신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자유롭기만 하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미술사의 기본적인 내용은 알려주되, 작품의 선정과 감상에는 작가의 주관이 들어갔다고 보면 되겠다.

목차는 종교화, 르네상스, 인물화, 풍경화, 상징주의, 인상주의... 등 종류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순서가 시대 흐름과도 대략 맞는다. 그런데 수록된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화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소개하는 감상책들과는 다르다. 철저히 저자의 눈과 마음에 '꽂힌' 작품들을 소개했고, 내용도 주관적인 감상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눈을 따라가다보니 나도 그 작품이 좋아지는 일도 생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반만 맞는 것 같다. 감상 전에 해설부터 주입하려는 어른들이 있다면, 저자는 그걸 적극 말리는 쪽이다. 제목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고. 그리고 마음에 다가오는 작품을 천천히 깊이 감상한다. 그리고 애정이 생기면 그 화가와 배경 등을 알아보고 공부한다. 이 방법을 강추하는 것은 저자가 그런 방식으로 감상하며 이 분야의 소양을 쌓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사실 '아는 만큼' 쪽이 더 강한 사람인데.... 그런데 아는 게 별로 없다....^^;;;; 저자의 감상법에 동의한다.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저자와의 감상 동행이었다. 흥미로웠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더 알아보고 싶은 화가를 한 명 정하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 더 알아보는 거다. 그건 원격수업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활동이다. 그리고 그 화가의 작품 중에서 한 점씩을 골라서 올리고 설명을 해주는 거다.(이미지 다운받거나 캡처해서 업로드하는 정도는 아이들이 거뜬히 잘한다.) 친구들은 댓글을 달고... 좋은 감상수업이 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을 어떻게 읽힌다지? 난관이 많다. 고민을.....

개학을 앞두니 무슨 책을 읽어도 수업 생각이네. 이런저런 궁리를 할 수 있는 책을 읽어서 보람있었다. 그림을 마음으로 보는 법을 살짝 맛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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