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덩크 슛 스콜라 어린이문고 32
이나영 지음, 국민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농구소녀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농구가 주요 소재 중 하나이긴 하지만.

첫번째로 중요한 소재는 떡집. 키 169의 씩씩한 6학년 소녀 오하나는 부모님이 떡집을 개업하게 되면서 전학을 왔다. '떡하나 떡집'.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아빠의 퇴직금을 털어 차린 떡집. 엄마의 소질과 적성과 땀방울과 정성이 모두 들어간 소박한 가게다.

주변인물들이 있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 부모님, 낯가림이 심하지만 차차 친해지는 짝꿍 계인이, 집주인 할머니(알고보니 계인이 할머니), 체육선생님(농구부 감독), 감독님의 딸이자 주전 선수인 지수 등이다.

이 책을 주제별 분류 목록에 넣는다면 꿈, 진로 이런 것이 될 것인가? 물론 그래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꿈을 가지고 노력해라' 라는 이야기라기 보다는 '뭐든 끌리는 대로 해보고 정해도 늦지 않다. 인생 모른다'에 가까운 것 같다. 난 이 주제가 좋다. 그리고 아쉽다. 내가 그렇게 못 살아봐서.^^;;;;

내가 그렇게 못살은 이유는 딱히 누굴 탓할 구실이 없이 내가 게을렀던 탓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해보기에는 한가지도 딱히 잘하는게 없어서이기도 했다. 아니, 누구처럼 팔방미인이고 다 잘했다면 나도 이거저거 해보지 않았겠어? 악기를 잘 다뤘다면 오케스트라나 직장인 밴드라도 했을 것이고 글을 잘 썼다면 책이라도 한 권 냈겠지. 운동을 잘했다면 교사 민턴대회라도 나가봤을지 누가 알어. 그림을 잘 그렸다면 단체전이라도 한번 열었겠지. 그냥 겨우겨우 밥벌어먹을 재주밖에 없었던 걸 어쩌겠어. 그래도 이 나이 되도록 돈벌고 사는게 어디야. 다시 돌아간다 해도 딱히 별 수 없었어~~

이런 자기합리화를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온 내 인생이 완벽히 만족스러울 리가. 그래서 하나가 부럽다. 하나 앞에 놓여진 그 가능성이. 하지만 성공의 가능성이 절반이라면 딱 그만큼의 실패의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니, 가능성이란 참 고단한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한 이유다.

하나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보고 관련 까페를 들락거리며 기회를 엿본다. 그런 하나에게 농구를 같이 해보자는 감독님의 제안은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었는데.... 지수의 손을 다치게 한 것 때문에 마지못해 연습 멤버로 들어간 하나는 힘들어 하면서도 뛰고 던지고, 공을 튕기는 맛을 조금씩 알게된다. 그러는 동안 껄끄러웠던 지수와도 어색했던 계인이와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된다.

"지금 꼭 뭐가 되어야 할지 정해야 해?" (계인. 143쪽)
"그냥 하는 거지 뭐. 재밌으니까." (하나. 150쪽)

이와같이 아이들 꿈의 탄력성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엄마의 꿈인 작은 떡집이 하나하나 조금씩 자리잡혀가는 것을 보는 느낌이 흐뭇하다. 아빠나 하나는 대박을 꿈꿨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왜 꼭 무엇이 되어야 하고 가장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지금도 엄마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 (143쪽)

최고는 한명 뿐인데 누구한테나 최고가 되자고 부르짖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재밌는 걸 찾고 행복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단, 그 재미는 떡을 찌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노고 속에서, 숨이 턱에 차도록 공을 쫓는 땀방울 속에서 나온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글쎄 나도 평생 편한 것만 찾아왔는데 평생을 봐도 없더라구. 없는 걸 어쩌겠어. 인생이 그런 건가 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