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2 : 인간의 기억력은 형편없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정재승 기획, 정재은.이고은 글, 김현민 그림 / 아울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이 시리즈 1권을 재밌게 읽었는데 2권을 이제야 읽게 됐다. 시리즈 제목이 인간탐구보고서인데 부제가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니 인간 중에서도 인간의 뇌를 다루는 시리즈다. 사실 모든 것을 다루는 거나 다름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뇌의 작용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니까. 뇌가 곧 그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니까. 1권의 제목은 '인간은 외모에 집착한다'였고 이번 권은 '인간의 기억력은 형편없다'이다.

지구에 잠입한 외계인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을 만화와 일화, 보고서 형식으로 풀어냈다. 기본 컨셉에 들어가는 분량 때문에 실제 다루는 내용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느낌은 좀 있다. 그래도 어린이용 뇌과학 책이니 소화할 수 있게 말랑하게 해주는 작업은 꼭 필요한 것이니까. 너무 많은 내용을 우겨넣는 것보다는 이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인간은 참 대단하구나 싶을 정도로 우수한 존재이기도 하면서 어이없도록 허술한 존재이기도 하다.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기억'면에서 말이다. 인간의 기억력은 부실하다. 망각으로 사라지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상당히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 한편으로는, 그러지 않으면 어찌 살겠나 싶기도 하다. 망각은 축복이란 말도 있으니 말이다. 잊혀질 것은 잊혀져야지.

문제는 기억의 정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점.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도 하고 주관적인 편집으로 인해 기억이 더욱 왜곡되기까지 한다. 기억을 돕기 위해 메모, 사진, 녹음 등의 보조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억이 조작되기도 한다는 점은 참 무서운 사실이기도 하다. 여기선 외계인들의 거주지 이웃에 사는 줍줍할매의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옛날사람답게 할머니는 음식을 갖고 불시에 방문을 했는데, 그때 지구인 수트를 입지 않고 있는 외계인들을 목격해버린 것이다! 놀라서 뛰쳐나갔지만 이미 할머니의 시각정보는 뇌에 전달된 상태! 외계인들은 할머니의 기억을 조작하는 작전을 쓴다. 결국 할머니는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내가 헛것을 봤구나." 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의 기억이 이렇게 조작되기 쉽다는 것은 참 불안한 일이다. 증언의 신뢰도를 100%에 둘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학교에서도 이런 일들 때문에 일의 해결이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부모들은 자식의 말을 100% 믿어선 안 된다. 아이가 못돼서라기보다 인간은 이렇게 믿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니.

수면과 꿈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인간이 잠자는 동안 뇌는 아주 중요한 일들을 한다. 인간의 꿈도 대부분 경험과 기억에 관련된 것이라 예언 기능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는데 사람들은 흔히 꿈에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이를테면 복권을 산다든지.... 복권을 사는 것은 외계인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심리다.^^

인간의 뇌가 부실하다는 것은 나 자신을 보면 알 수 있다.ㅎㅎ 그런데 인간의 뇌가 완벽했다면 세상이 어찌됐을까? 그닥 좋은 그림이 떠오르진 않는다. 오히려 지금보다 좀 못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쨌든 뇌는 열일하고 있고 그 기능과 작용은 경이롭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3권에서는 '감정'을 다룬다고 한다. 그것도 흥미로운 주제다. 이어서 만나러 가봐야겠다. 아이들이 이 시리즈를 읽으며 인간이란 존재를 객관적으로 만나본다면 참 의미있겠다. 과학의 역할은 그런 것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