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의 인생 수업 천천히 읽는 책 37
정유진 지음 / 현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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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년이 되었고, 교직경력 20년을 채우고 명퇴한 지니샘을 페북에서 보면 이제 같이 늙어가는(?) 느낌이 조금 든다. 나는 이분보다도 선배다. 내가 30대 젊은 교사였고 이분은 나보다 더 젊은 열혈교사였을 때, 초등교사 커뮤니티에서 이분의 글이나 자료를 보고 당연히 선배인 줄 알았다가 후배인 줄 나중에 알고서 아니 뭐야~ 나는 헛살았던가~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보폭 자체가 다르니 긴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있겠지.ㅎㅎ 그러나 이제는 놀랍지 않다. 교직이란 게 그렇도록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자리인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인가. 이제는 지니샘이 후배들을 보며 나와 똑같이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지니샘은 정체되지 않으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책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도전하고 적용하는데 두려움이 없으며, 적용한 것의 체계를 잡아 기록하고 전파하는 데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제목인 열두살 아이들(고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며 그들이 인생의 방향을 잡고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썼지만 부모나 교사에게도 지도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새학기를 앞두고 사놓고는 못 읽고 꽂아두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더니 결국은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수업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의 혼란과 맨땅에 헤딩하는 좌충우돌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고.... 원격수업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도덕수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들춰보며 고민하던 중.... 이 책이 생각났다. 그리고 때맞추어 관련된 영상을 찍어 공개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어린이 인생수업]이라는 10편의 강의 영상이다. 찾아서 재생해 보았다.

 

거의 이 책의 이야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은 쌤구라는 강아지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 나누며 풀어갔다. 특히 쌤구는 아이들 수준에서 예측 가능한 답변을 해주면서 일방적인 강의 느낌을 상당히 줄여 주었고, 아이들이 자기 수준에 크게 겁먹지 않도록(?)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내게는 꽤 귀엽기도 했는데, 아이들도 그렇겠지?^^

 

강의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10강으로 되어있다. 1, 25강씩으로 되어있는데 1부는 인생을 아는 지혜, 2부는 인생을 사는 능력이라 제목 붙여 놓았다. 인생을 아는 지혜는 즉 나를 알고 성찰하는 지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강의)을 도덕 교과 중 나를 돌아보는 생활이라는 단원에 활용하고 있다. 그 단원의 키워드가 바로 성찰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나의 욕구와 감정을 돌아본다. 이때 삼중뇌 이론이나 욕구의 위계 이론들도 살짝 다룬다. 다음은 나의 강점지능과 도덕성 수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다중지능 이론과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를 역시 살짝 소개하게 된다. 나의 강점지능을 알아보려면 정확한 검사를 거쳐야 하겠지만 대체적인 경향성을 체크하고 나에게도 강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정도도 나쁘지 않다. 다음은 내가 살아갈 세상.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민주주의를 이뤄온)를 살짝 언급하고 미래사회의 전망에 대해 나눈다. 이것도 자세히 다루려면 책 열 권이라도 충분하겠냐마는, 아이들이 자기가 살고 있고 살아갈 세상에 대해서 주의환기를 한 번 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다섯 번째 강의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다룬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이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다. 아주 균형잡힌 질문이라고 느꼈다. 진로교육으로도 매우 안정되고 건전한 방식이다. 그리고 존 고다드의 일화를 소개하고 나의 꿈 목록을 만들어본다. 여기까지가 1부다.

 

나의 꿈 목록.... 나도 젊었을 때 만들어 볼 걸 그랬나. 지금 만들자니 별 의욕이 없네.ㅎㅎ 내가 원하는 능력을 세 가지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해 볼 텐데 말이다. 뭐 외국어 능력을 갖춘다든지 절대음감을 받는다든지 엄청난 창작력을 갖게 된다든지 말이야.... 나는 늦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앞길이 창창하니 시켜 봐야겠다.^^

 

지금 원격교육으로 이 수업을 시작해 보았지만 대면수업일 때가 훨씬 효과적일 것 같기는 하다. 집에 틀어박혀 우울증 직전인 아이들에게 살아갈 세상과 꿈을 논하면 가슴이 뛸까...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제시하고 피드백도 해주어야겠지. 지금의 세상 그너머를 봐야 할 테니까.

 

2부에서는 저자의 다양한 관심사와 배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인생을 사는 능력이 다섯 강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몸 사용법, 마음 사용법, 생각 사용법, 의사소통법, 문제 해결법 이렇게 다섯 가지다. 어른들도 이 능력들을 고루 갖춘 이들이 많지 않다. 많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낫겠지.... 그러니 아이들에게 이 능력들을 갖춰 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 아닐까. 단기간의 수업으로 이것을 갖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적어도 소개해 주고 필요성을 인식하게는 해주고 싶다. 1년의 과정으로 꾸준히 지도한다면 생활지도+공부방법지도+진로지도의 종합세트가 될 것 같다.

 

지금 책에 대한 서평을 쓰고 있는 건데....^^;;; 일단 이 책의 독자는 제목 또래의 학생들이다. 부모나 교사가 권해준 대로 이 책을 읽고, 좋다고 느끼고, 이 책에 나온 대로 따라해 보고 싶다고 결심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하며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능력들을 이미 상당히 갖추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눈도 귀도 다 닫고 있는 아이들인데.... 이 책을 보며 그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긴다. 이 책이 교사와 부모들에게 먼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특히 부모님들, 내 자녀에 대한 시간투자라 생각하시고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동영상 [쌤구와 함께 하는 어린이 인생수업]을 활용하면서 보니 조회수가 적어서 놀랐다. 별것도 아닌 영상이 수만을 찍는데 이런 영상이 묻혀 있는 것을 보면 유튜브의 생리는 참 기묘하다. 책과 영상 모두 널리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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