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은 리코더 그래 책이야 28
류미정 지음, 정경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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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리코더... 제목도 그렇고, 리코더가 말을 한다는 판타지 등이 썩 새롭거나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당히 의미 있는 주제가 들어있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음악(악기)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걸 논하는 동화가 있었던가? 그런 면에서 정말 새로운 동화라고 할 수 있었다. 작가 프로필을 보니 음악학원 원장님(피아노 선생님?)이신 것 같다. 과연~

 

나는 음악만 가르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음악도 가르쳐야 하는 초등교사 입장에서 작가의 주제가 탄생한 배경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내가 정확히 짚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요즘 팬텀싱어에 푹 빠져서 지나간 시즌 것까지 보다가 잠드는 생활을 하고 있다. 유튜브 댓글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하고 아하하하 웃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큰일이야~” ㅋㅋㅋ 살짝 반어법의 저 문장에 정말 공감한다. 세상천지에 가왕들이 저리 많다니..... 팬텀싱어 뿐이 아니다. 유튜브 세상에는 어린 음악 영재들의 연주 영상도 속속 올라오는데, 웬만큼 노력한 어른들의 머리를 박게 만들 실력들이다. 아니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해. 재주 좀 골고루 나눠주지 이게 뭐야~~

 

그럼 유튜브가 아닌 현장은 어떨까? 먼저 나 자신부터 볼작시면, 난 일단 음악을 무지 사랑하긴 한다. 하지만 능력이 사랑을 절대 못 따라가.... 아이들 앞에서 시범 연주나 범창을 할 실력도 못되고, 어찌어찌 어렵지 않은 반주만 해주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짧게 살짝살짝 불러주면서 근근히 운영한다. 대신 많이 들려주고 좋은 악보도 많이 소개해 주려고는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떨까? 음악을 잘해서 좋아하는 아이,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아이(나와 비슷)들이 있긴 하지만 음악 시간을 싫어하는 아이, 악기 활동을 귀찮아하는 아이, 해보려는 노력을 거부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그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싶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물론 좋을 거야. 나도 이 나이 먹도록까지 천재들 앞에서 입을 헤벌리고 한없이 작아지니까 말이야.... 하지만, 꼭 재능이 있지 않아도 음악과 사랑을 나눌 수는 있어. 그러면 남 앞에 보일 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위안을 주는 연주 정도는 할 수 있지. 그게 인생에 큰 힘이 되어줄 거야. 기본적으로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존재니까 말이야.

 

아이들에게 악기는 오직 악기일 뿐, 다른 용도로 쓰려고 하면 안 돼! 악기는 아주 소중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라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이 책의 소재인 리코더를 예로 들면, 리코더로 칼싸움하려는 아이, 무지막지하게 삑삑 불어대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이 책의 학급에도 그런 아이들이 나온다. 그리고 주인공 우진이의 형은 리코더를 쓰레기장에 갖다 버리기까지 했으니까.... 거기에서 벼락 맞은 리코더가 탄생했지만. 벼락 맞은 리코더는 말을 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을 갖게 됐고, 우진이는 악기와의 대화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태도를 갖게 된다. 대화를 한다는 것, 교감한다는 것. 그건 일단 귀를 기울이는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출발한다. 능력있는 교사라면 아이들과 이런 출발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어렵다....^^;;;;

 

리코더를 처음 배우는 3학년 학급에서 이 책을 읽어주면 딱 적당할 것 같다. 4학년까지도 괜찮겠다. 책에서 말하는 리코더는 어느 순간 우진이의 리코더를 떠나갔다. 우리반 친구들의 리코더에 돌아가며 와주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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