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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 씨 가족의 특별한 휴가 ㅣ 노란 잠수함 8
김유 지음, 고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김유 작가님의 이야기는 감각적이다. 오감이 살아있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에서는 미각을 그토록 자극하더니만 이 책에서는.... 아이고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되지. 우웩, 토나올 것 같은 느낌. 지저분을 묘사했는데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면 그건 정말 묘사를 잘한거지.ㅎㅎ
일단 지저분 씨. 온몸이 까맣지만 옷차림은 깨끗해 보이는 햐얀색만을 고집한다. 알고보면 깔끔하다 그런 건 아니고, 남들 보기에만 그렇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거나 몰래 쑤셔박는다. 손톱은 짧게 깎지만 남들이 안보는 발톱에는 때가 가득. 그걸 파내면 냄새가.... 우엑.
부인인 구린내 여사. 분홍색으로 온몸을 휘감지만 절대 씻지는 않는다. 비결은 날마다 뿌려대는 향수. 향수로 냄새를 감추듯이 구린내 여사의 일상도 양심과는 거리가 좀 있다.
아들 이름은 지지. 코딱지를 파먹는게 취미인 이 아이도 '척'도사다. 안그런 척. 깨끗한 척. 똑똑한 척.
가족 모두 더러움을 감추고 살아갈 뿐 아니라 세상을 더럽히는 데도 한몫을 한다. 아침은 즉석식품,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날마다 쓰레기를 대량 생산해가며.
어느 휴일, 가족은 TV에서 '더럽랜드' 광고를 보고 길을 나섰다.
"판타스틱 최고의 워터파크 '더럽랜드'로 오십시오.
기절초풍 짜릿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곳은 풀장마다 돼지들이 그득그득, 엄청난 규모의 워터파크였다. 일단 파도풀로 풍덩~
파도에 휩쓸렸다 나온 가족의 손에 들린 것은 뭉쳐진 기저귀. 몸에 붙은 것은 일회용 장갑, 이쑤시개, 깡통 등등..... 심지어 라면 가닥.... 우웩.
이어서 간 스파풀에는 뭔가가 둥둥 떠다녔는데, 구린내 여사는 그것을 약초라고 했지만 실상은.... 우어어어 말하기 어렵다. 우웩.
다음 장소는 '부르르부르르 키즈풀' 제목만 봐도 뭔지 알겠지? 설명 생략. 우웩.
이쯤에서 가족은 휴가 여행을 접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좋은 일이었다. 다음날부터 가족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어찌보면 굉장히 단순한 구성에, 반전이랄 것도 없는 뻔한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절로 우엑 소리가 나오는 실감나는 지저분 묘사 때문에?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도 가족의 캐릭터에 담긴 여러가지 상징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느껴지는 대로 느낄 일이다.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구워지는 오징어가 되면서 몸을 비틀 것 같다. 아니, 엄청 즐거워하려나?ㅎㅎ 저학년용이지만 고학년까지도 즐길 수 있겠다. 나도 즐겼으니까 뭐.^^
환경 수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이야기고 특히, 내가 버린 것이 내게 돌아온다는 진리를 감각적으로 일깨워 준다. 체면과 자랑이 동기가 되어 살아가는 이중적 인간의 모습에도 경종을 울려준다. 마지막, 순해지고 소박해진 가족의 모습에서 인류의 추구할 바를 발견한다고 하면 너무 오버인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