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2 ㅣ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2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7월
평점 :
2권이 1권과 같다면 지속할 힘이 떨어지겠지? 2권의 프롤로그에서 새로움의 씨앗이 뿌려진다. 밤까마귀 택배기사가 <도깨비불 상점>에서 보낸 물건을 전천당에 전달해준 것이다. 그걸 보고 베니코는 흡족해하며 말했다. "앞으로 이걸로 더 많은 행운의 손님을 모실 수 있게 됐어. 말하자면 전천당 분점이라고 할까" (9쪽)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열면서 2권이 시작된다.
1권에서도 서로다른 6개의 상품이 제목이 되었는데 여기서도 그렇다. 모두 다르고 모두 흥미롭다. 어떤 상품들인지 볼까?
[괴도 롤빵] 이걸 누가 샀을까? 짐작하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괴도가 되고 싶은 그. 그런데 말이다. 창과 방패를 산 사람이 각각 있다면 누가 이길까? 그래서 베이코는 경고를 남겼는데.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흥분한 사람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일이 터진 후에야 경고를 상기한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으니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닥터 주스 세트]는 이제까지 중에서 가장 훈훈하고 흐뭇한 이야기다. 살짝 통쾌하기도 하고. 엄마가 아픈 치사토는 전천당에서 "의사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는 소원을 말하고 이 제품을 받아왔다. 동네 야구경기의 에피소드는 아주 재밌다. 치사토는 닥터 주스 세트를 엄마 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다 썼다. 이제 꼬마 의사 노릇은 끝이지만, 이로서 명의의 자질을 입증한 셈이니 꼬마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하겠다.
[여우 전병]에서는 '여우'가 주는 특유의 기괴함이 흐른다. 학교에서 점치기가 유행하자 점을 잘 치고 싶어하는 사나에에게 베이코가 권해준 제품. '여우 신령님'을 모신 사나에의 점괘는 모두 들어맞고 사나에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는데....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욕심. 쓸데없는 욕심. 그중의 하나가 독점욕이다. 절대 부려서는 안되는 욕심이다. 그 결과는....ㅠ
[뮤직 스낵] 오우, 이건 흥분됐다. 아마 나보고 고르랬다면 이걸 골랐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피아노 선생님께 혼날 걸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레슨을 가던 히비키가 산 과자다. '모차르트 맛'을 먹은 히비키는 날아갈 듯 터키 행진곡을 친다. 아, 왜이리 느낌이 생생하지. 나도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히비키는 피아노 신동으로 일약 유명해지는데, 모두의 관심이 쏠린 콩쿨장에서의 끔찍한 수난...
"히비키는 죽을 만큼 후회했다." (101쪽)
후회는 부정적 감정 중에서도 최고다. 하지만 나쁘기만 한 감정은 없는 모양이다. 후회를 거친 히비키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 그렇다. 때로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최고의 선택이다. 원점이되 뭔가 다른 원점일 것이다.
[복수 딱지] 자, 여기에서 1권에서 젤 재수 밥맛이던 인간이 다시 나온다. (1권을 읽었다면 누구나 떠올릴) 그가 고용한 탐정이 베니코를 찾는데, 찾아질리가 있나?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나온 그 분점. 거기서 탐정은 '복수 딱지'를 뽑는다. 그는 누구에게 복수했을까? 에고 이 찌질한 인간아!! 진상 좀 그만 떨어! 때로는 형벌도 끈질긴 거라고! 니가 포기해야 형벌도 멈출 거야!
[손님 초대 홍차]는 살짝 심쿵한 로맨스다. 이런 로맨스, 아이들한테 어떨래나?ㅎㅎ 미도리는 초딩 시절 자기를 괴롭히던 우락이가 케이크 가게의 파티시에가 된 걸 발견한다. 홍차가 불러준 둘의 만남. 풀리는 오해. 늦게서야 꽃피는 로맨스.^^
근데 우락이가 했던 짓들은 요즘 말로 하면 학폭인데. "괜찮아. 너한테 관심있어서 그러는 거야." 이러고 넘어갔다간 큰일나는데. 쫌 난감하네.^^;;;;
2권의 에필로그에는 또 3권의 씨앗들이 꼬물거리는 걸 알 수 있다. 베니코가 마네키네코의 기획서를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기대감이 생긴다. 그 전에 나오는 베니코의 독백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전달해 준다.
"행운은 조심하지 않으면 바로 불행으로 바뀌는데. 정말 어쩔 수가 없군요." (151쪽)
어딘가에 적정선은 있는 법인데, 사람이 자기 위치를 자각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서.... 그래서 성찰은 습관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지. 아니면 아예 토끼의 간처럼 욕심을 빼내서 어디다 말려놓고 살거나. 이렇게 적으면서 보니 생각할 지점들이 꽤 있는데, 아이들과 나눈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물론 충분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