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힘 -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레이먼드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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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으로는 절대 읽지 않았을 책 한 권을 읽었다. 책모임 선정 책이었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제목부터 알려주는 책이다. 내용이 뻔할 것 같아서 썩 내키지는 않았다. 생각대로 초반은 뻔하고 선뜻 동의도 되지 않았다.

관계가 중요한 것은 나도 안다. 근데 그게 중요하다고 거기에 주목하고 거기에 촛점을 맞추면 그것이 어그러질 수가 있다. 엄청난 아이러니인데 그게 그렇다. 여기선 '쿨함'을 꾸짖는데 괜히 쿨한게 아니다. 집착은 왜곡을 낳기 때문에 한 발 떨어지는 거다. 그게 쿨함이다.

여기서 괴짜이자 멘토로 나오는 조이사가 주인공 격인 신팀장에게 준 5개의 법칙이 나온다. 관심, 먼저 다가가기, 공감, 진실한 칭찬, 웃음.
글쎄, 틀린 건 아닌데 이렇게 단어로 나열된 것을 보니 인생의 다이제스트판 같아서 별로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다. 내가 저걸 받는다고 생각해볼 때 무조건 좋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대답은 No이기 때문이다. 관종 아닌 사람은 없다. 그래서 페북에 남 보라고 글을 쓰고 댓글이 올라오면 화들짝 읽어보고 하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모든 이의 관심을 바라는 건 아니다. 누군가 저 법칙을 염두에 두고 나를 대한다면 나는 사양하겠다.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

열심이 본질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교육도 그러한데, 소위 아이들을 사랑한다며 온갖 일을 벌이고 자신의 직업적 책임 이상의 관계를 추구하는 교사 중에 왜곡된 사람들이 가끔 있다. 나는 이 책에 자주 나오는 '관계 지향' 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아주 싫어한다. 그보다는 월급값이란 말을 좋아한다. 가장 높이 사는 말은 책임이다. 그 아래에 관계도 있다고 생각한다. 관계는 소중하다. 하지만 그 자체에 너무 열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읽어보니 뻔하긴 해도 전체 줄기에 동의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장 소중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100년도 더 전에 톨스토이가 남긴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제와도 같다.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다. 사람 사이의 사랑과 신의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신팀장은 원더랜드라는 완구회사의 기획팀장이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들의 배신으로 상처많은 청년기를 보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성공에 대한 야망으로 똘똘 뭉친 그를 창업자인 조이사가 알아보았고, 주식 위임장에 대한 줄다리기로 게임같은 줄다리기를 이어가며 둘의 관계는 깊어간다. 거기에는 조이사의 깊은 의도가 있었다. 결국 신팀장은 죽은 조이사의 편지를 읽으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굴복한다. 그가 바로 '친구'였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을 너무 쉽게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맥 관리'란 말은 참 싫은 말이다. 하지만 좀더 신경썼다면, 한번 돌아봤더라면 이어질 수 있는 인연을 그냥 떠나보내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이렇게 함께 책을 읽자고 하고, 그걸로 모일 수 있고 그 만남에 기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참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 만남을 소중히 가꿀 필요도 있다는 걸 새삼 생각하게 됐다.

아주 사소하지만 관계맺기의 디테일에선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회식, 산행 등의 친목모임에 대해서다. 나는 올해 우리 부서 중간관리자에게 "나는 일은 열심히 하겠으나 회식은 싫어하니 강요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내가 항상 그래왔던 것은 아니고 올해는 모종의 낌새가 보여서 선수를 친 것이다. 회식, 팀웍행사, 그런 것에 담긴 부작용 또한 많다. 진정한 팀웍은 함께 일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이 책 후반부 기획팀의 눈물나는 팀웍 또한 회식과 2차로 생긴 것이 아니다. 좋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노력하면 팀웍은 생긴다.

위의 사례는 아주 지엽적인 부분이고, 전체적으로 이 책의 생각에 공감한다. 관계를 넓히려는 노력을 따로 하진 않겠다. 누군가가 그런 의도로 살피는 눈길이 나에게 닿는다면 불쾌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곁에 있는, 있을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결심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그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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