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게이미피케이션 -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김상균 외 지음 / 테크빌교육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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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한지 한달이나 지났다. 그동안 몇번이나 손에 잡았다 놓기를 반복했다. 그건 짐작할 수 있듯이 아이들을 만날 수 없는 요즘의 상황 때문이다. 휴업이 계속 연장되고,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정신은 극도로 피곤하면서 우왕좌왕 일은 계속 엎어지고, 실제 이루어지는 일은 별로 없으니 무엇에도 몰입이 안되었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활동하는 수업 이야기는 더더욱 현실감이 없었다.

온라인개학을 했다. 원격으로 안내해야 하는 수업은 만드는 데 몇 배의 시간이 든다. 계획을 짜고 안내하고 자료를 찾고 활동을 구성하고 다음날의 수업을 온라인클래스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실험작동하기까지, 숨막히는 시간들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콜센터 + 사무직 + 교사를 합한 새로운 직장에 취직한 느낌이다. 하지만 마음은 차라리 편해졌다. 어쨌든 시작을 했으니까.

그리고나니 책도 조금은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예전같지는 않다) 교실 게이미피케이션. 관심이 가는 분야다. 나의 최고급 인맥(?)이라 여기는 한 후배를 통해서 가끔 전해들은 주제이며, 수업자료를 얻어보고 귀퉁이나마 조금 맛을 보기도 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굉장히 취약하고 한계가 많은 분야다. 일단 '게임' 자체를 나는 좋아하지 않고, '승부욕'이 제로여서 그런 식의 동기유발이 나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게이미피케이션은 단순한 동기유발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수업 전체에 도전의식과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랄까. 그것은 친구를 이기는 개인적인 승리보다도 함께 미션을 달성할 때 더 역동적이 된다.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part2중 2장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다-게이미피케이션의 확장] 부분이다. 이미 살짝 엿본 바가 있기에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아이들을 어떤 '상황' 속에 밀어넣는 것이다. 스토리의 일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놀라운 효과를 가져온다. 상황 속에 들어간 아이들은 몰입하기 시작하고 그 안에서 체험하고 느끼면서, 듣고 흘리는 배움이 아닌 체험에 가까운 배움을 갖게 된다. 삼국 RPG라는 역사수업이 특히 그러했다. 삼국의 백성이 된 아이들은 국가의 흥망성쇠에 희노애락을 느끼며 수업에 참여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지식을 쌓았다. 박제된 과거가 아닌.

기존 스토리가 없는 주제에는 스토리를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 독서행사에 어벤져스 이야기를 입힌 가을 독서행사는 사라진 스톤을 찾아 지구를 구하려는 아이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어떤 첨단적 기술이 동원되지 않아도 가능한 게이미피케이션의 가능성을 보게 되어 설레기도 한다. '게임'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사'는 나도 매우 좋아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1. 아이들의 문화에 밀접한 서사를 내가 모른다.^^;;; 난 사실 어벤저스 영화를 보지 않았다. 내 취향이 아니다. TV도 보지 않고 게임도 전혀 몰라서 아이들과 문화적 연결고리가 적다. 아이들이 몰입할 서사를 구현하기에 나는 너무 멀리 떠나 있다. 이건 참 슬픈 한계다.
2. 일단 몰입된 활동은 대단원의 막을 잘 내려 완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섣불리 벌였다가 마무리를 잘 못하면 소란만 일어나고 배움으로 연결짓지 못할 수도 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기 힘들고 돌연한 상황대처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나는 이런 점이 어렵다.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나는 기대한다. 스케일을 좀 줄이더라도 이런 상황과 서사를 활용한 협력수업을 꼭 해보고 싶다.

그 외 내용들도 지금 당장 구현은 어렵지만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다. 특히 지금같은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것들도 있다. 길어질수록 지루해질 온라인 수업에 잠깐씩 활력과 웃음을 줄 방법과 기능들을 익히면 좋겠다.

요즘 느끼는 거지만, 언젠가는... 하며 막연히 생각했던 미래가 바로 엄습하여 현재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미래수업만을 다루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새로운 수업 형태와 방식의 고민인 것은 분명하다. 배우기를 즐겨하는 교사들에게 적극 추천하며, 나도 적용할 것들을 꼼꼼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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