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함께 걷는 교육
천경호 지음, 김차명 그림 / 우리학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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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진정되는가 하고 몇가지 모임과 연수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더니 세상에, 진정은 커녕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마당에 모든걸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4인이 모이는 독서모임. 소규모인데 괜찮겠지? 싶었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워 닫힌 공간을 피하고 근린공원에서 모였다. 마스크 쓰고.ㅠ

이 책을 역할극처럼 읽었다. 한챕터씩 읽을 때마다 막간의 침묵시간이 존재했다.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이나 누군가의 얼굴이기도 하고, 자책이기도 공감이기도 했다. 춥고 엉덩이가 시려서 끝까지 읽진 못하고 제목에 끌리는 몇챕터만 우선 골라서 읽고 다음을 기약했다.

1장 제목은 '의미를 묻는 너에게'이다. 장마다 10여개의 대화문(교사와 학생의 문답)이 있고 사이사이에 천샘의 코멘트가 나온다. 1장에는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중요하다' 라는 글이 있는데 이 글에 선생님들이 많이 공감했다.
"내가 하는 행위에 높은 수준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며, 그 의미를 상기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는 그 일이 어렵고 힘들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반면 행위의 의미가 낮은 수준이라고 여길 때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의미가 곧 나의 정체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자아 정체성과 자아 존중감이 낮은 수준의 의미와 연결되면, 이 둘은 불일치하게 되고 개인이 하는 행위의 동기가 사라진다." (24쪽)

정말로 아이들은 의미를 구한다. 때로는 생트집 같아서 짜증날 때도 있다.(딴지 거는게 습관인 아이도 없진 않다. 그것도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을. 끊임없이 의미를 캐내어 설득하고, 또 실제로 의미가 있을 수 있도록 내용을 채워 주어야 한다. 학교에 오는 것, 책을 읽는 것 등에 대하여 의미를 차근히 설명하는 천샘의 대화를 읽으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대화'라는 낱말을 끌어올려 '교육'과 연관지어 보았다. 대화가 곧 교육은 아니다. 하지만 대화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없다. 마음의 연결 없이 이루어지는 교육은 겉돌 뿐이고, 그 연결을 이루어주는 것이 '대화'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스스로 해내고 싶어하고, 잘하고 싶어하고,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원한다. 스스로 해내도록, 잘 해내도록,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기회를 주는 일, 그것이 바로 대화의 목적이다." (57쪽)
"자기 내면의 자기실현 경향성, 자기 결정성이 있음을 확인시키는 일이 바로 '대화'의 목적이자 훈화와 구분되는 점이다." (89쪽)

이 책은 바로 이런 '대화'를 담은 책이다. 순하고 차분하다고 평가받는 내게도 말의 공격성이 있다. 도발하거나 생떼쓰는 아이의 말을 누르려는, 받은 것만큼 돌려주려는 본능이 내 안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대화를 읽으며 속에 치받혀오르는 걸 느끼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모임샘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고 공감의 뜻으로 함께 웃었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감정일 수 있으나 그게 교육에 방해된다면 조절해야 하는 것이 교사의 본분일 것이다. 말하자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다. 교사의 말공부.

대화문을 읽다가 장난끼 있는 한 쌤이 마지막 아이의 대사를 이렇게 바꿔 읽었다.
교사 : 약속할 수 있지?
아이 : 아니요! 싫은데요?
ㅋㅋㅋㅋㅋ 우린 모두 웃었다. 교육이 시나리오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길이 조금씩 열리고 넓어질 것이다. 그 쌤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가 반대로 말한다 해도 이미 말은 그 안에 들어갔을 거예요. 지금 당장은 인정 못해도 그말을 기억할 거예요."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욱 하고 올라오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저자의 대응이 지혜롭다. 단지 온유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기도 하다. 이걸 어째야 하나. 외워야 하나?^^;;;;
"거친 말과 행동으로 너 자신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친구들이 너를 소중히 여길 테니까." (71쪽)
이런 말은 좀 외워놔도 좋겠다.^^

저자의 책 중 가장 얇고 가벼워 보이는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교사들의 어려움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책이어서가 아닐까. 읽다보면 쉽긴 하되 그리 가볍지 않은 책임을 알게 된다. 소장하고 손 닿을 곳에 두는 것도 좋겠다. 아마 다시 펴서 특정 부분을 찾아보는 순간은 후회와 자책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겠지. 저자도 그러셨다고 언젠가 밝히신 적이 있다. (솔직히 잘 믿어지진 않지만.ㅎ) 타고난 것도 있다고 난 생각함. 안 타고난 사람이야 더 노력할 수밖에. 그래도 이 책이 나왔으니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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