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수업 매뉴얼 - 학생들이 주도하는 수업 만들기
양은석 지음 / 비유와상징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수업을 자조적으로 말할 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수업'이라고 말하곤 했다. 1년의 교육과정을 종으로 횡으로 조망하여 재구성하고 미리 계획을 세워 실행하지 못하고 다음날 수업을 전날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주간학습안내를 배부하니까 전주에 미리 내용을 훑긴 해도 뭔가 큰 덩어리로 계획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시간의 제약 뿐 아니라 그날그날 차시단위의 수업을 준비하기도 급급해하다보면 프로젝트 수업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동안 '어떤 주제에 대한 비교적 장기적 수업'을 혼자서 프로젝트 수업이라 부른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프로젝트 수업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개념을 잘 세우고 방법을 익혀서 도전해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제대로된 프로젝트 수업을 못해왔던 이유를 짚어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그건 '나의 한계'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고무되기보다는 어렵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내가 느끼는 어려움 중 첫번째는 '스케일'이다. 나는 짜잘한 거에 강한 사람이다. (이것도 나름 강점이 없진 않다.^^;;;) 큰 계획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작은 단위로 끝맺는게 마음이 편하다. 너무 벌여 놓으면 불안하다. 특히 자원인사 초청, 공공기관 방문 등이 들어가면 부담은 배가되고, 지역의 문제해결 등의 주제로 활동하거나 인터뷰 같은 걸 하게되면 민폐끼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둘째는 아이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힘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의 자발성은 필수조건이다. 어떤 해에는 이게 잘 된다. 조그만 동기유발에도 막 호응해주고... 원래 그런 아이들인거고 난 그해 운이 좋은 거지. 그런데 이게 안되는 아이들일 때, 끌어내기가 너무 힘들다. 안하고 싶다면 말자~ 치사하게~ 이거 아니면 수업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심정이 되어버린다.

셋째는 학생주도의 작업에서 교사의 적절한 개입이다. 이렇게 치부를 드러내도 되나 모르겠지만 에라 모르겠고 말이 나온 김에.... 아이들마다 모둠마다 천차만별이라 이해도도 다르고 속도도 다르다. 그걸 적절히 맞춰주면서 가야 마무리를 함께 할 수 있다. 그럼 매의 눈으로 순간 포착을 잘 하여 적절한 방향제시, 갈등해결, 막힌 지점 풀어주기 등을 해야 하는데 이게 너무 어렵다.

이러한 개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도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과 같은 수준으로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내 수준의(?) 프로젝트 학습을 시도해 보자. 그런 생각에서 이 책은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개념과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중 몇가지만 적어본다.

1. 수업 계획 단계에서 '탐구 질문'을 정한다. 이때 질문 만들기에 학생들을 참여시킨다. 목표를 질문으로 만들어 실행하는 것은 미처 생각 못했던 방식이다. 탐구의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인 것 같다. 역시 좋은 질문은 여기서도 중요하다.

2. 동기유발을 위한 첫 수업이 중요하고 성패를 좌우한다. 준비를 잘하고 시작해야겠구나.... 동기유발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꼭 놀이나 동영상이 효과적인 건 아니다.

3. 핵심 단계인 탐구 과정에서 탐구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방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4. 조사 방법 중에는 도서를 활용한 조사도 있다. 이 내용은 반가웠다.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라서. 이경우 책을 교사가 미리 선정하고 안내해주는게 좋다고 되어 있는데, 이거야말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있는 분야를 적극 활용하는게 초보일 때는 좋겠지.^^

5. 마무리 단계(발표 및 성찰하기)도 매우 중요하다. 시간에 쫓겨 이 단계를 생략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러면 안된다. 발표는 반드시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나도 수업에서 '표현'과 '공유'를 늘 기억하려 애쓰는데 같은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아이들의 발표지도에도 심혈을 기울이시던데 그걸 보니 부담감이 더해졌다.ㅎㅎ

6. 동료평가는 서로 도와 성장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 최종결과물이 나오기 전, 중간점검 과정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에 하게 된다면 격려 위주로. 전에 상호평가를 그저 평가의 목적으로만 활용했던 것이 생각나 뜨끔했다.

내 학급 안에서 실패하지 않고 알차게 진행하기도 어려운데 그것을 남이 보고 이해하고 참고하고 따라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내용을 채운 점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처럼 교사들 중에는 열성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저자는 물론이고 책을 쓰지 않은 분들 중에도 고수가 많으시다. 치열하게 나누고 고민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 현장까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안엔 내가 아는 샘들도 많다.^^ 나도 놓아버리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야겠다. 마지막 날까지 부끄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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