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 내가 케이크를 나눈다면 질문하는 어린이 1
소이언 지음, 김진화 그림 / 우리학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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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라는 화두처럼 거대하고 민감한 주제가 있을까? 어찌보면 정치란 공정을 주장하고 실현하는 과정인 것 같다. 하지만 정치를 잘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거의 없는 것처럼 공정을 실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공정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하며 체감도 각기 다르고 자신의 문제일 때와 남의 문제일 때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 공정함을 주제로 어린이책을 만들다니, 쉽지 않았겠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엔 만만해(?) 보인다. 그림이 많고(만화면도 있음) 설명은 길지 않다. 하지만 짚어야 할 점들을 잘 짚어가며 생각을 잘 인도해 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이런 주제로 수업을 하는 교사가 읽고 흐름을 잡기에도 좋고,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다면 더 좋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에는 초등 고학년으로 보이는 두 아이, 호두와 롱롱이가 나와서 대화를 나누다가 상황 제시가 되고, 그 주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 외에도 구석구석 삽화나 예화 등등 구성이 다채로워 아이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 것 같다. 호두와 롱롱이의 캐릭터가 고학년 교실 어느 구석에 있는 시니컬 한 명, 무난싱글싱글 한 명을 아무나 데려다 놓은 듯 친근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이들은 공평하지 않음을 참지 못한다. 그런데 무조건 '똑같은' 것이 공평함일까? '똑같게' 해도 우리 마음에는 불편함과 복잡함이 생길 때가 있다. '옳음'이 빠졌을 때 그러하다. 그 '옳음'을 추가한 것이 공정함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공정함은 '정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시대가 흐르며 공정함은 상당히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져 있고 낮은 신분은 높은 신분의 지배를 받던 시대를 떠올려보면 말이다. 인류는 많은 피를 흘리며 누구나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왔다. 표면적으로는 거의.... 그렇다. 그러나 정말 노오오오오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까? 여기에서 '출발선 논란'이 나온다. 이것을 조정하다보면 '역차별 논란'이 나온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고개를 끄덕일 공정함이란 게 세상에 있을까? 정말 어렵다고 느끼게 된다.

책의 후반부에 이 설명이 거의 결론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두 개의 잣대' 라는 비유다. 그대로 옮겨보겠다.
"우리에게는 공정함을 판단하는 두 가지 잣대가 있어요.
하나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자기 잘못이 아닌데 차별받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거예요.
잣대가 두 개면 서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헤쳐 나갈 방법도 많아져요.
동전도 앞면과 뒷면이 있고, 어떤 일이든 빛과 그림자가 있잖아요?
어떤 일이든 이쪽으로도 생각해 보고 저쪽으로도 생각해 봐요.
잣대가 두 개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 세상이 더 근사해져요."


그리고 마지막 장, '사회안전망' 이라는 용어에도 주목하고 싶다. "노력한 사람과 노력하지 않은 사람을 똑같이 대접하라는 게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는 똑같이 주어져야 하고 모두가 그걸 지켜야 한다는 말이랍니다. 우리는 그런 사회안전망을 꼭 만들어야 해요. 마치 커다란 트램펄린 같은 안전망 말이에요. 그래야 누구든 바닥으로 떨어져도 다시 위로 점프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쌓은 성취는 궁극적으로 행복하지 않을 뿐더러 위태롭기도 하다. 결국 공정성에 대한 고민은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에서 살기 위한 노력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큰 테두리의 결론을 내려도 개별 사안에서 인간은 늘 충돌할 것이다. 교실 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로 테두리를 쳐 놓으니 그 논란은 할 만한 것으로 느껴진다. 아이들과 꼭 다뤄볼 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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