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너랑 우리랑 - 건강하고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관계의 지혜
박광철 외 지음 / 교육과실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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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저자들의 이름부터 반가웠다. 지금은 SNS가 대세지만 얼마전까진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은 소통이 있었다. 초등교사라면 누구나 아는 '인디스쿨'이 있다. 막 육아에서 벗어나 어딘가 새로운 것을 보고 뭔가 실력을 쌓을 필요를 느끼던 내게 인디스쿨은 대단한 곳이었다. 오래 고민하고 만든 자료들을 막 댓가없이 퍼주고, 주말이면 수시로 '번개연수'들이 열리고 늦은 밤까지 눈이 반짝이는 글과 댓글들이 올라왔다.

저자들은 그당시 인디스쿨의 샛별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어렸지만 그당시엔 연예인보다 더 멋진 선구자들이었다. 그들보다 고경력인 나도 그땐 30대였는데... 방학때 열리는 숙박연수에 수줍게 참여했을 때, 그때 날 반갑게 맞아준 샘(저자중 한분)은 노랑머리의 청년이었지.ㅎㅎ 그들이 이제 중년이 되었고, 요즘 젊은샘들 틈에는 감히 못끼는 나는 그때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소환하며 이 책을 읽는다. 이제 아이돌은 아닌 그샘들은 지금도 그때의 열정을 갖고 있을까. 열정은 깊이 품고 더 원숙해진 샘들의 목소리가 내내 들리는 듯했다.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진다. 적용과 실천만이 무언가를 남긴다. 읽으며 실천하리라 마음먹은 것들을 중심으로 적어본다.

[1장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
교실환경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안정된 환경을 위해서 청결하고 정돈된 교실을 처음부터 만들고 학생들이 그 환경을 유지하게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건 진짜 안되는 사람은 죽어도 안될거 같다.(몇명 떠오름ㅎㅎ) 나는 그냥 중간은 가는데,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능력만 된다면 집이든 교실이든 깨끗한 곳에서 더 행복하다. 난 교실보다 집을 못치우고 사는데, 집이 잘 치워져 있다면 행복할거 같다. 교실도 마찬가지 아닐까. 2월 준비기간이 엄청 빡세긴 하지만 더 열심히 준비하고 아이들에게도 교실 공간을 아끼고 정리하도록 안내해야 할 것 같다. 잔소리만으로는 안되고 의미있는 역할분담 등 학급시스템이 잘 정비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노동의 가치와 책임감을 가르쳐야 한다.(노동이라니 거창해 보이는데 교사가 관리하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하는 청소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2장 관계의 시작]
따말카드 활동이 맘에 든다. 이런저런 카드들을 구입만 하고 사용 안한 것도 많은데 이 활동이 정말 맘에 든다. 근데 카드 문구를 내맘에 들게 바꿀 수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울 것 같다. 문구는 그때그때 바꿀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 있다면 좋겠다. 파일로 되어있어 입력해서 출력할 수 있다거나.... 안될 말이겠지?^^;;;;

[3장 나와 너를 이해하고 협력하기]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협력 운동회가 대박이다. 작은 학교에서 하신 것이지만... 큰 학교에서도 학년 단위 정도로 가능하지 않을까. 가상의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아이들은 대단하니까 운영만 한다면 반응은 폭발적일 것 같다. 스토리와 프로그램 창작 등 기획과 실행의 어려움이 문제다.^^;;; 또, 각장마다 관련놀이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장에선 미로탈출 놀이가 맘에 든다.

[4장 소통과 문제 해결]
다툼을 해결하는 대화의 방법이 나와있다. 많이 사용하는 '행감바' '인사약'과 유사하다. 일단 '쿨하게 봐주기'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점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은 웬만하면 봐줄줄도 좀 알아야 한다. 매사에 사과 받겠다고 달려들면 참 피곤해진다. 그러나 힘의 우위에 밀려 참는 경우도 있으니 불편함을 표현하는 절차는 꼭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잘지내요' '미상표'로 작명이 되어있다. 작명이야 편한 걸로 하면 된다. 여기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교사가 이끌어가는 해결의 방법까지 상세히 서술되어 있어 도움이 된다. 나아가서 함께하는 고민해결 절차까지 나와있다. 진지하게 진행된다면 아이들이 많이 성장할 것 같다.

[관계의 매듭짓기]
학급의 다양한 이벤트 총집합이다. 이제 중견교사가 된 저자들의 내공 + 여전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장이라 하겠다.

위에 쓴 것들과 같이 '이건 기억했다가 해봐야지' 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 이건 난 못해' 싶은 것도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기질 차이가 있듯이 어른(교사)도 각자가 가진 기질이 있고 그에 따라서 쉽게 되는 일도, 여간해서는 안되는 것도 있다. 난 지나치게 친밀한 관계보다는 적당히 거리가 있는 관계를 좋아한다. 스킨십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친밀한 관계'(친구간 정, 사제간 정)에 나는 저자들만큼 관심이 없다. 적대, 비난, 시기가 없는 관계 정도면 족하다. 원숭이처럼 엉키고 부비는 사이보다 호랑이처럼 독립적인 관계가 좋다. 존중만 있다면.
또 나의 성향은 사람(들)과 오래 함께 있는 걸 싫어한다. 같이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되 그 시간이 지나면 미련없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이런 성격이라 나는 수업시간 외에 아이들과 더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다. 저자들이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신 그 숱한 추억의 시간들, 학급야영, 방학이나 주말에 하는 이벤트, 방과후 특별시간(학급회식) 등등은 내겐 상상만해도 고통스러운 부담이다. 그런 부분들은 내겐 전혀 적용 불가능했다. 이 책을 읽으며 오직 한가지 그점이 아쉬웠다. 내가 부족한 교사라서 그렇지 뭐.^^ 하지만 기질 차이라고 위안하며 나도 내 기질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겠다. 특별 이벤트가 아니어도 일상 중에 취할 수 있는 방법도 이 책에는 많다.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긴 여정의 관계 이야기를 담았기에 연중 참고할 만한 책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초반부터의 일관성이 중요하므로 학급을 세우는 시기에 탐독하면 좋을 것 같다. 아직도 나의 학급 시스템은 무엇인가 딱부러지게 말하기가 어렵다. 내년 준비시기에 다시 한 번 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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