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 월드
정연철 지음, 윤지회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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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 월드 / 정연철 / 문학동네>

학급 독서지도에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4권을 한데 묶어 조를 짜서 돌려읽고 말하기(토론)->글쓰기 하는 방법을 십수년째 고수하고 있다. 더 좋은 방법이 많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책 고루 읽기, 교육과정과 관련된 책 읽으며 수업에 끌어들이기 라는 장점을 포기하기가 어렵고, 최근 몇년간은 동학년이 함께 하면서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공유하고 책 선정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하는 중에, 방식은 그대로지만 더 깊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아이들이 책을 읽고 조잘대며 어느덧 쑥 자라 있는 모습이 때로는 신기하다. 물론 날마다 지지고 볶고 죽은 쑤지만 말이다.

4권의 세트는 문학, 비문학을 적절히 섞고 가능하면 교육과정과도 연계한다. 요즘처럼 세계 여러나라 단원을 배울 때는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을 넣고 가족 단원을 배울 때는 <이웃집에는 어떤 가족이 살까>를 넣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해서 올해 4차의 돌려읽기를 마쳤고 이제 두번을 남겨놓고 있다. 5차 돌려읽기의 책 구성은 3권 확정,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이것저것 재보는 중인데 '이번엔 시집을 넣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그동안 시집은 도서실에서 가져다가 골라 읽게 했었고 한 권의 시집을 일제히 읽게 한 적은 없었다. 좋은 시집이 워낙 많은데 꼭 한권을 정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기도 했고 읽히고 싶은 동화책이 많아서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시집을 아이들이 스스로 끝까지 읽을까 자신이 없어서였다.(앞에 몇 편만 읽고 다 읽었다고 하지 않을까^^)

시집을 넣기로 마음을 정하고서는 가장 먼저 이 책을 찾아 살펴봤다. 눈이 번쩍 뜨였다. 다른 좋은 시집 몇권과 함께 옆반 선배님께 보여드렸는데 선배님도 전혀 망설임없이 이 책을 고르셨다. 당첨.

동시를 분류하는 기준은 많겠는데 나는 단원에 따라 두 종류로 분류해서 읽히곤 한다. 언어유희에 중점을 둔 시와 공감에 중점을 둔 시. 전자는 주로 말놀이 단원에서 함께 읽고 후자는 문학(감상) 단원에서 함께 읽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난 후자에 더 비중을 둔다. 이 책은 표면상으로는 전자에 속한다. 그러나 후자의 요소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내가 이 책을 높이 사는 가장 큰 이유다. 한 편을 골라 소개한다.

속담동시4_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나는 놈이 최고라고?

앙금앙금 달팽이야
너 개구리보다 불행해?
폴짝폴짝 개구리야
너 똥파리보다 불행해?
윙윙 똥파리야
너 개구리보다 행복해?
개구리야
너 달팽이보다 행복해?

왜 말 못해?

이건 속담동시 중 한 편이고 이 외에도 빈칸넣기 동시, 끝말잇기 동시, 수수께끼 동시, n행 동시, 동물 랩 동시 등이 각각 몇 편씩 들어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같은 언어를 쓰지만 언어를 다루는 솜씨는 백만 등급이 있구나 생각한다. 이정도면 천재 등급. 아이들이 푹 빠질 거 같다. '앞장만 읽다 마는 거 아냐?' 이런 걱정은 붙들어매도 되겠다. 아이들이 가장 공감한 시를 골라 필사도 해보고, 맘에 드는 종류로 자작시도 써보고, 쓴 시를 함께 돌려 읽고 이야기 나누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속담 동시 정도는 고학년이 써보면 좋겠고, 저학년도 n행 동시 정도는 도전해볼 만하다.

시도 천재급이지만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건 윤지회 님의 그림이다. 시의 내용을 잘 살리면서도 지나치게 설명하거나 앞서가지 않는 그림. 간결하지만 뛰어난 색감에 많은 이야기가 담긴 그림. 고급스러운 그림책으로 보이게 만드는 수준높은 그림. 투병중이시고 투병생활에 대한 책이 최근에 나왔다고 들었다. 읽어보려고 한다.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도 참 잘 지으신 것 같다. 꽈배기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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