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만든 평화의 다리 생각을 더하는 그림책
바겔리스 일리오풀로스.그리스 리오 시 어린이들 지음, 김배경 옮김 / 책속물고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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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때 특별한 느낌은 못 받았다. 비유가 너무 식상하면 직접어법보다도 더 촌스럽다. 살짜쿵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근데 이 책이 쓰여진 건 최근이 아니고(15년쯤 전인 듯), 더구나 작가들이 어린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까탈이었다. 다시 읽어보니 아이들의 귀엽고 순수한 생각들이 담겼고, 내가 식상하다 느낀 부분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다리'라는 소재 자체가 그렇다.

그리스의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잘 기억이 안 난다. 이 책은 그리스의 두 해안마을을 연결한 다리 완공을 기념하여 그중 한 마을인 리오 시의 아이들이 글을 쓰고, 그림 역시 아이들이 그린 책이다. 연필자국이 그대로 보이고, 세련되지 않은 스케치나 채색이 정겹다. 특별한 기법을 배우지 않은 아이들의 그림(교실에서 흔히 보는^^)인데 책의 격을 떨어뜨리기는 커녕 오히려 살려준다고 할까?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의 표현은 언제든 창작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아이들과 창작 수업을 하게 될 때 동기부여를 잘 해줄 것 같다.^^

실제 다리가 놓여진 두 마을처럼 이 책에도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둔 소곤소곤 마을과 두근두근 마을이 나온다. 두 마을 사람들은 늘 웃으며 정답게 지냈다. 마법사 용이 이걸 보며 심술이 나서 이들의 평화를 파괴할 전략을 짰다. 무기를 선물하고 나쁜 마음을 일으킬 재료들을 섞어 마법의 입김을 불었다. 그 재료들이란 의심, 질투, 편견 같은 것들이었다.
딱 봐도 너무나 완벽한 전략 아닌가?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고 적으로 간주하게 되었다. 평화가 깨진 두 마을엔 두려움과 불안만이 흘렀다.

이 상황을 안타깝게 보고 도와주려 애쓰는 존재는 작은 새였다. 그 전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정을 잃지 않고 몰래 마음을 나누는 아이들이 있었다. 작은 새는 아이들을 돕는다.
양쪽 마을 아이들은 서로의 성 위로 올라갔다. 아이들이 흘린 눈물방울이 하늘로 올라갔고 햇살이 비추자 무지개 다리가 되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다리를 만든 재료들은 아이들의 눈물진주, 동화책 갈피끈, 또 거기에 걸린 추억들. 이 모든게 의미심장하다. 용은 맥을 못추고 물러났고 두 마을 아이들은 작은 새와 함께 평화의 노래를 부른다.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고 감탄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이상적인 내용이라고 느낀다. 난 이제 평화가 어떻게 오는지 모르겠다. 살수록 느끼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절대 가져올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 다만 완벽할 수 없을지라도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내안에 꾸역꾸역 쌓이는 욕심을 알아채고 덜어내는 일. 그것만으로도 힘겹다. 그리고 나보다 더 큰 욕심을 가진 괴물 용의 수작을 알아채고 거기에 놀아나지 않는 일. 이것 또한 어렵고도 중요하다. 점점 아래로 대물림되는 이기심과 진흙탕 싸움 속에서 아이들을 격려하고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울 수 있도록 중심을 지키는 교사. 이것이 나의 최대치 모델이다.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했지만.

이 책이 거울이 되어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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