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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늑대와 무적의 고양이 장군 ㅣ 봄볕어린이문학 15
엘 에마토크리티코 지음, 알베르토 바스케스 그림, 박나경 옮김 / 봄볕 / 2019년 8월
평점 :
이 작가 이름도 반갑고 이 익숙한 그림체도 반갑다.(근데 작가이름 못외움... 스페인 작가라는 것 밖에^^;;) <행복한 늑대>의 후속편이다. 행복한 늑대는 한 시기 우리반 친구들과 함께 했었다. 독서취향이 제각각 다르지만 이 책은 모두가 좋아했다. 사납고 난폭한 늑대라는 이미지를 뒤집은 착하고 다정한 아기늑대. 삼촌 페로스의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특유의 순진무구함으로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켰다.
이 책은 아기늑대보다 삼촌이 더 많이 나온다. 잔혹함과 사악함을 버리고 숲속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나 파리만 날리는 날들이 계속되자 삼촌은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아기 늑대가 가져온 그림을 보고 숲속 동물들의 영웅인 '장화 신은 고양이 장군'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시리즈의 특징 : 옛이야기나 명작동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첫 권에서도 그거 찾는 재미가 있었다.^^)
삼촌한테 장화 한 켤레를 받은 아기늑대는 좋아라 뛰어나가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고 친구들은 부러워하며 갖고싶어 하는데.... 이 모습을 본 사악한(아니 영리한이라 할까?) 삼촌의 머리속엔 어느새 사업구상이 펼쳐진다. 바로 장화신은 고양이 굿즈를 만들어서 파는 것이다. 장화에 이어 칼, 모자, 망토, 벨트.... 고양이 장군의 인기만큼 굿즈도 불티나게 팔렸다. 이제 숲속 동물 중 고양이 장군 복장을 하지 않은 동물이 없을 지경이었다.
지금까진 1단계였다. 사악..(아니 영리)한 삼촌의 마케팅 전략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고양이 장군을 만난 삼촌은 그에게 다양한 선물을 하고, 그것은 또 새로운 유행 아이템이 되어 돈을 벌어들였다.
나는 워낙 돈쓰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 많이 해당되진 않지만 현대사회의 소비 패턴을 풍자하는 우화라 표현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새로운 물건을 그렇게나 살까? 그리고 아직 쓸 수 있는 물건들을 그렇게나 버릴까? 이에 대해서 멋지게 꼬집은 철학동화 <오! 멋진데!>도 같이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사악해도 조카에 대한 애정만은 깊은 삼촌은 아기늑대의 이런 말을 듣고 자신의 행보에 비로소 제동을 건다.
"예전에는 친구들이랑 매일 모험을 천개쯤은 즐겼어요. 나무에 오르고, 바위에서 뛰어내리고, 바보처럼 장난치며 숲을 누비고 다녔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삼촌이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은 오로지 돈으로 물건을 사고 또 사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그래서 같이 재미있게 놀던 친구들이 모두 떠났어요."
소비가 미덕이어야 하는 자본주의의 맹점까지 잘 짚어낸 부분이다. 조카의 소외와 슬픔 앞에서야 정신을 차린 페로스는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저학년 대상의 짧고 쉬운 동화이면서도 그 안에 각자의 층위에 맞는 사유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근데 1번 가수의 가창력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다음 가수들의 노래를 다 듣고도 1번을 누르는 청중평가단처럼, 나도 한 권을 고르라면 첫번째 책 <행복한 늑대>를 고르겠다. 착함의 가치가 훼손된 시대에, 바보 이반도 아닌 귀여운 늑대의 착함은 내게 너무 소중했다. 물론 이 책도 그 연장선이긴 하다. 이 시리즈는 계속 나온다고 하니, 같은 물줄기로 더욱 재미있게 구불구불 흘러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