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의 첫 책> 작가의 다음 동화가 나온 것을 보고 따질 것도 없이 바로 구입했다. 이번 책은 생활동화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아, 그냥 생활동화라기엔 '마술'이 좀 들어가긴 했구나. 딱지의 마술.주유라는 예쁜 이름의 10살 소녀가 주인공이다. 동탁이와 딱지왕을 다투는 활기 넘치는 소녀지만 요즘 마음이 편치 않고 복잡하다. 엄마와 단둘이서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봉추 아저씨라는 새아빠가 들어왔다. 요즘 아이들의 가정은 다양한 형태, 다양한 사연을 안고 있다. 그걸 궁금해할 필요도 알려고 들 필요도 없겠지만 다양한 가정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접하게 해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주유를 그려낸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 독자에게도 주유는 참 사랑스럽게 다가온다.주유에게 '새'아빠가 생겼지만 '헌'아빠는 원래부터 없었다. 엄마는 대학때 주유를 낳았고 임신 소식을 들은 남친은 꽁무니를 빼 버려서, 주유는 엄마 성을 갖고 엄마와만 살아왔다. 새아빠가 생겨 제일 서러운 것도 엄마 품에 자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다 아빠가 별로 멋져 보이지 않는다. 뚱뚱하고, 깔끔하지도 않고, 집에만 있고, 동화를 쓴다고 하는데 아직 결과물은 없다.그래도 살얼음판 갈등은 없는 것이 이 책의 편안함이다. 그냥 좀 아쉬울 뿐이다. 엄마와 온전히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새아빠와의 어색한 시간이 아쉽고.... 그런 주유의 마음을 알아주는 '마술딱지'. 이 딱지가 부린 마술은 결국 무엇일까?^^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났다고 잘 살라는 법은 없다. 상처는 서로의 상처를 더 공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새 가족은 잘 살 거라는 확신이 든다. 외로워도 혼자 설 수 있던 사람들이어서. 서로가 한쪽은 기대고 한쪽은 괴어주며 잘 살겠지 싶다. 이런저런 동화들에서 눈에 익은 정지윤 님의 그림도 이 책에 잘 어울린다. 야무지고 씩씩하면서도 한쪽 끝이 외로운 지유와 헐렁한 듯 사람좋은 새아빠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한가지 미심쩍은 것은 '이 책은 아이들에게 어떤 매력이 있을까?'하는 의문이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딱지'라는 매개체? 탁월한 심리묘사? 새로운 가정의 결합을 너무 심각하지 않고 따뜻하게 그려낸 분위기? 이상은 내 마음에 든 부분인데 아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많이 읽어본 편인데 요번 책은 감이 쉽게 오질 않는다.^^;;; 딱지에만 꽂혔다가 넘어가는 아이들도 있을 것 같고, 감정의 결이 섬세한 아이들은 주인공들의 외로움과 손잡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