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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슬펐어?
고정욱 지음, 송혜선 그림 / 거북이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고정욱 작가님의 책 중 읽은 것을 헤아려보니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안내견 탄실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 등 10여 권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게 많이 읽은 게 아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작가님의 책 중 20분의 1정도(?) 읽은 것이니까. 주로 장애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을 읽었지만 텃밭 가꾸는 아이, 친일파가 싫어요 등을 읽었을 때는 아, 이분이 장애 소재의 작품 뿐 아니라 더 다양하고 넓은 작품세계를 갖고 계시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까칠한 재석이 등 청소년소설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은 했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하고 있다.
이 책도 장애를 소재로 다룬 책이다. 장애가 있는 아빠를 가진 아들 준이가 주인공이다. 실제 모델은 작가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동화 속의 아빠는 바로 작가 자신인 것. 이 책을 작가 자신이 홍보하시는 영상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됐다. 어떤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되셨는지, 학교에서 울고 온 아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그 말씀에 숙연해졌는데 정작 작가 자신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씀하셔서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 실화를 바탕으로 쓰신 책이다.
동화작가인 아빠는 집필, 강연 등으로 늘 바쁘다. 그러면서도 장애인의 날에 본인의 동화책에 싸인을 해서 아들 딸의 학급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날 아침 식사자리에서 아빠는 아픈 이야기를 듣는다.
"야! 너네 아빠 장애인이잖아. 너 같은 게 뭐가 잘났다고 잘난 체야!"
이런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던 아들에게 해준 말. 바로 동영상에 나왔던 말이다.
"아빠가 장애인이라서, 그래서 슬펐어?"
"네."
"넌 아빠가 장애인이지? 난 본인이 장애인이야. 그래도 하나도 안 슬픈데?"
"네?"
아빠가 가진 이런 당당함과 긍정의 힘도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아빠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에는 아빠를 '찔룩이'라 부르며 괴롭히던 아이가 나온다. 아빠도 지지 않으려 맞붙었지만 깨닫게 된다. 주먹으로, 싸움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고통과 결심의 시간들이 흐른 후에 동화작가로 굳게 설 수 있었을 거라 짐작한다.
홧김에 준이에게 막말을 쏟아냈던 가람이도 이내 후회하고 부끄러움을 알았을 뿐 아니라 깊이 사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막말과 남탓을 보기는 쉽지만 진정한 사과와 용서와 화해는 보기 어려운 세상이다. 이 책의 결말이 무척 훈훈하다. 이런 훈훈한 결말을 아이들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훈훈함을 가져 온 한 마디. 이 책의 제목이다.
"그래서 슬펐어?"
상처받은 아이에게도, 상처 주고 후회하고 있는 아이에게도 손내밀어주는 위로의 말.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그래도 더 많다고 믿는다. 작가님이 바라는 따뜻하게 어우러진 세상을 나도 바란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으로도 적당하겠다. 중학년 눈높이로 쓴 책인 것 같고 2학년까진 읽어줄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