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가르치는 선생님 독깨비 (책콩 어린이) 55
셰인 페이슬리 지음, 전지숙 옮김 / 책과콩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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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읽었던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 선생님>의 후속편이다. 썩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전편과 비교해 읽기로 작정한 김에 끝까지 읽었다. 내용은 예상대로였고 특별한 반전은 없었고 결말도 평이했다.

전편의 비프리 선생님과 대비되는 이 책의 선생님 이름은 애고나이즈.(고민하다, 번뇌하다 라는 뜻 - 실제로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엄청난 밀도로 수업을 강행하고 숙제도 무지막지하게 내준다. 어떤 상황에도 예외나 봐주기는 없다. 수업방식은 대부분 강의식이고 질문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다. 새로운 수업모형이나 기법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없을 것 같다. 아주아주 전통적인 방식, 나이먹은 내가 학교다닐 때의 수업방식이다. 교사가 써주는 것 필기하기, 강의들으며 필기하기가 거의 전부다. 매일 엄청난 양을 듣고 쓰고, 외우고 익힌다. 어떨 때 보면 미처 익히기도 전에 밀어닥친 다음 분량을 쓰고 쓰고 또 쓴다. 아이들은 공부와 숙제에 치여 여가나 놀이시간은 고사하고 잠잘 시간도 부족할 정도다. 화자인 토미를 비롯한 이 학급의 6학년 아이들은 선생님의 기세에 떠밀려 꼼짝없이 이 1년을 보낸다.

그리고나서 아이들이 깨닫는 것은 '힘들여 어려운 것을 하고 났더니 다른 것들은 정말 쉽구나' 라는 것이다. 기준이 높은 애고나이즈 선생님의 방식대로 글쓰기를 해버릇했더니 모의고사의 답안 쓰기는 그냥 껌이었던 것이다. 6학년 분량이 30이라면 선생님은 100을 가르쳤고 100을 익힌 아이들에게 30은 너무 가벼웠다. 그 가벼움은 자유의 느낌과 비슷할 정도였다. 뭔지 알 것 같다. 뿐만아니라 아이들은 육상대회와 연극공연도 훌륭하게 치러냈다. 그동안에 공부와 숙제는 에누리가 좀 있었을까? 천만에!

가끔 나는 누가 나를 이렇게 담금질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유능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납득이 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의미없는 고생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건 끔찍한 일이다.

정말 다행히도 이 학급의 아이들은 이탈없이 이 고생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로 나타난 학력평가의 결과는 놀라웠다.(미국의 학교는 유급제도가 있는듯? 전과목 전원통과. 그것도 고득점으로)

일제고사와 수업내용,방식의 관련성이 미국과 우리나라가 같지 않은 듯하다. 만약 같다면 난 이 책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싶다. 한때 몰아쳤던 일제고사의 바람은 지역간, 학교간 경쟁을 몰고왔고 수업은 파행진행됐다. 그렇다. 그때 아이들은 무진장 공부했었지. 매일 문제지 풀고. 그런데 말이다 그게 거의 헛짓거리 헛고생이었다는...ㅠ 그때 1등했던 지역, 1등했던 학교, 에고 의미없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걸리는 것이 많다. 그래도 내가 염두에 둘 점을 찾아본다면
1. 교사의 기준은 조금 높아도 좋다. 상황에 따라 유연해야겠지만 빠듯하게 쫒아가는 것보다는 여유있게 해놓으면 언젠가 도움이 된다.
2. 수업에 대한 열정. 애고나이즈 선생님은 이 점에 있어서 대단했다. 더 가르치지 못해 늘 안달했다. 가르칠 게 너무 많은 사람. 늘 수업준비가 넘치도록 되어있는 사람. 나는 가끔 지치는데. 애들도 애들이지만 나 자신이 꾀가 날 때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선생님은 존경스럽다.
3. 아이들에게 최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몰아가는 능력은 중요하다. 자신이 알고있던 한계를 뛰어넘을 때 인간은 희열을 느끼는데 그게 혼자서는 잘 되지 않으므로 조력자나 지휘자가 필요하다. 단 잘못 당기다 고무줄이 끊어져버린다면 그건 낭패지만. 대상과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수준까지 밀어붙이는 능력. 그게 상당히 고급기술인데 뱃심 부족한 나에겐 참 어려운 능력이라 늘 부러워한다.

교실 안에서 교사의 위상은 어때야 하는가? 한 10년 정도 나는 이것을 스스로 상당히 낮춰 왔던 것 같다. 학생주도라는 당위에 밀려서.... 그런데 요즘은 다시 이것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교사가 없어도 되는 교실은 없다. 그렇다면 교사는 교실 안에서 중심이 확고해야 한다. 그게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안정감을 준다.

황금연휴에 책을 읽고 페북을 보다보니 훌륭한 교사들은 왜이리 많고 나는 왜이리 작을까. 우리반 아이들이 불쌍하잖아.....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지만, 두더지 방망이로 때려넣어 버리고 남은 하루동안 충전해야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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