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도서관에서 읽은 그림,동화책들 - 특히 어른들이 봐야되는- 소개>
동화나 그림책 중엔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의 태도를 꼬집는 책들이 있다. 그 책을 아이들이 읽어도 물론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읽는다면.... 재미 외에 뭔가 깊은 생각거리가 있으리라.
평화도서관에서 2시간을 일행과만 머물면서 이런저런 책들을 펼쳐보았다. 2시간은 긴 시간이 아니기에 얇은 책, 주로 그림책 위주로 보았다. 아주 재미있게 본 그림책이 있었으니 <너무너무 공주>라는 책이었다. 엇, 작년에 나온 책인데, 왜 여태 몰랐지? 허은미/서현이라는 놀라운 작가진인데 말이다.
서현 님의 그림은 역시 편안하고 친근하고 귀엽다. <진정한 일곱살>을 지으신 허은미 님의 글도 쉬우면서 재밌다. 그러니까 글도 그림도 쉽고 재미있다는 건데.... 읽기에 따라선 뭔가 묵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임금님은 늘그막에 얻은 공주를 너무나 사랑했다. 서현 작가가 그린 공주는 너무나 밝고 해맑다. 책에선 공주를 이렇게 표현했다.
"놀고 싶을 땐 놀고, 자고 싶을 땐 자고
웃고 싶을 땐 웃고, 울고 싶을 땐 울었어.
좋은 건 좋다 하고 싫은 건 싫다 했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하지만 임금님은 걱정했다. 까막까치들의 노래에 그 이유가 있다.
"평범해, 평범해. 공주가 평범해.
얼굴도 평범해. 성격도 평범해.
머리도 평범해. 너무너무 평범해.”
딸바보 임금님은 공주란 모름지기 비범해야 한다고 기대했던 것이다. 저렇게 아이다운 공주에게 뭔가 비범함은 없었다. 너무나 걱정된 임금님은 잉어의 세가지 소원 수염을 샀다. 쭈글쭈글 늙음을 담보로 걸고.... 소원 한가지를 사용할 때마다 임금님은 기운없고 주름패인 노인이 되어갔다. 그 댓가로 공주는 비범해졌을까?
첫 번째 소원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공주가 되게 하라." 공주님은 예쁜 대신 날카로워졌다.
두 번째 소원 "가장 착한 공주가 되게 하라." 공주는 착한 대신 빛을 잃고 시들시들해져갔다.
안타깝게 지켜보던 임금님은 마지막 소원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책에 직접 나오진 않는다. 그 소원을 아이들과 짐작해보는 대화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하여간 마지막 소원을 쓰고 공주는 행복해졌다. 그 모습은 첫 장면의 딱 그 모습이다. 평범하고 해맑은....
"내가 너를 위해서 어떻게 했는데!!"
드라마에서 자주 들어본 절규의 대사다. 쭈글쭈글 늙어버린 임금님처럼 부모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자녀의 성공(남보다 앞선 성취)에 걸지만 결국 모두 불행하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지 못하는 억울한 부모는 저런 절규를 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크게 혹은 작게 우리 사회에 아주 흔한 풍경이다.
비범함의 욕구와 평범함의 만족은 아주 균형을 잘 맞추어야 할 문제다. 자식이 아니라 본인의 문제일 때도 그렇다. 타고난 성향도 작용하기 때문에 뭐라 단정해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범함이 사랑의, 자존감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 그림책 마지막 장의 문장 "너에 대해 중요한 사실은 너는 바로 너라는 거야." 처럼 "너이기 때문에, 너 자체로 소중해."라는 메세지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두번째로 읽은책은 <스티커 토끼> 이 책은 아이들을 '규정'하는 어른들을 꼬집는다. 이 아이는 까탈쟁이, 얘는 순둥이, 얘는 싸움닭, 독불장군, 까불이, 투덜이....
20마리 아기토끼의 엄마아빠가 며칠 집을 비우며 할머니에게 아기들을 맡겼다. 할머니는 부모의 설명을 참고해 아이들 등에 스티커를 붙였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스티커가 날아가버려 그건 헛일이 되어버렸는데, 지내며 보니 스티커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딱지붙이기(규정짓기)의 무의미함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런데 나의 경험은 이 주제에 대하여 살짝 이의를 제기한다. '규정짓기'의 위험성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아이들의 성향에 대한 이름짓기가 전혀 무의미하거나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누가봐도 그러한' 면이 없지 않다. 그걸 가지고 맞네 틀렸네 옳으네 그르네 착하네 못됐네 하는게 문제지 아이들이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게 상당히 고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변화의 가능성은 열려 있으니 그 가능성 안에서 아이들을 봐야 한다는 점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 외 조용한 밤, 무슨 벽일까?, 두둑의 노래 등도 인상적인 책이었다. 먹고 산책하고 수다떠느라 북스테이지만 북에는 많이 집중하지 못했다. 뭐 그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