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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지도 ㅣ 샘터역사동화 5
조경숙 지음, 안재선 그림, 이지수 감수 / 샘터사 / 2019년 5월
평점 :
한때 역사동화를 부지런히 찾아읽고 시대배경별로 정리도 해두었는데 한참동안 뜸했다가 오랜만에 신간을 한권 읽게 됐다.
제목이 비밀지도. 첫장에 대동여지도가 나온다. 김정호의 지도 작업에 대한 이야기인가? 아니 그보다 약간 후대의 이야기였다. 19세기 후반. 이 시대, 특히 이 사건을 주제로한 역사동화는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그 사건이 드러나기 전 책의 초반에는 계속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이 역사동화는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다루었을까?
홀어머니와 여동생을 책임지려고 분주히 심부름을 하며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애쓰는 재동이라는 소년이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실존 인물은 '이소바야시'라는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사업차 왔다는 이 인물은 재동이의 눈썰미와 영리함을 알아보고 길안내를 요청한다. 어머니의 약값이 필요했던 재동이는 짭짤한 품삯에 감사하며 함께 길을 나선다.
그는 약을 팔러 다닌다고 했다. 초반부에 그는 꽤나 인간적인 신사의 모습으로 보인다. 재동이도 힘을 다해 뭐라도 그를 도우려 애쓰고, 힘든 일도 함께 겪으며 그들에겐 얼핏 동지애가 싹트는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일본인의 행태는 볼수록 수상쩍다. 영리한 재동이는 이것을 놓치지 않는데.... 마침내 눈치챈 그의 비밀은....
제목이 '비밀지도'인데다 첫장에 대동여지도가 나오니 그 일본인의 수상쩍은 비밀행위를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의 신분은 원래 군인이었고 조선의 주요 지역을 다니며 비밀리에 지도를 제작하고 있었다. 조선 침략을 위한 사전 준비였음은 물론이다. 재동이는 그 놀라운 사실에 남몰래 몸을 떨며 어떻게 이것을 저지할 수 있을까 궁리했지만 틈이 나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재동의 작전은 멋지게 성공.... 이소바야시는 넋이 나간 채 입만 벌리고 있어야 했다.
책은 그렇게 끝났고, 어린이 독자들은 재동이와 같이 환호할 수 있겠지만 실상을 보면 일본이 계획한 지도제작은 실패하지 않았다. 실패는 커녕 놀라울만큼 치밀하게 제작되고 활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실존인물 이소바야시는 갑신정변 때 흥분한 군중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 한 번도 쓰여진 적 없는 이런 소재의 역사동화가 새롭게 나온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의 고난과 일제의 만행, 독립운동 등을 다룬 역사동화도 의미있지만 일본의 치밀한 사전작업, 그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조선의 속수무책도 다시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현재의 길을 안내해주는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역사는 지금의 순간을 어떻게 평가할까? 자신이 선 곳을 바르게 보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작가분이 새로운 소재의 역사동화를 쓰신 김에 갑신정변 등의 한마디로 평가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건들도 다루어 주시면 흥미있게 읽어볼 것 같다.